유럽·미국 코로나19 확진 증가세···완성차공장 셧다운 현실화현대·기아·한국GM 해외 판매 80% ···수요 위축 땐 가동률 급락 車·부품 수출액 하향 전망···사태 장기화 땐 후방산업 철강 타격
현대·기아차는 올초 중국산 부품 공급이 끊겨 일시적으로 공장이 멈추면서 12만대 생산 차질을 봤다. 지금은 중국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에서도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속히 늘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공장 셧다운(가동 중단)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유럽은 각 국가마다 국경 통제가 강화되면서 폭스바겐, 르노 등 완성차 제조사들은 2~3주간 생산을 중단하거나 감축에 들어갔다. 현대차 체코 공장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은 오는 23일부터 내달 3일까지 2주간 공장을 멈춘다.
미국에선 지난 18일(현지시간) 현대차 앨라배마공장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공장이 일시 멈췄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빅3와 이달 말까지 공장 문을 닫기로 합의해 현대·기아차도 가동 중단 기간을 별도로 협의해야 한다. 현대차의 북미 일부 딜러는 정부 방침으로 문을 닫은 곳이 많다.
현대차 관계자는 “유럽에선 국경 폐쇄로 물류 체인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고, 미국 공장의 경우 아직 셧다운 일정이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 “완성차 공장이 셧다운 되면 부품사들도 조업 중단 영향이 커진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출입은행이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올들어 2월까지 자동차 수출액은 53억달러(약 6조83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0% 감소했다. 코로라19 확산세로 인해 연간 자동차 수출액은 기존 예상치 대비 9% 감소한 390억달러(약 50조3000억원)로 전망했다. 부품 수출액도 기존 전망치 220억달러보다 낮춘 200억달러(약 25조8000억원)로 낮춰 잡았다.
현대·기아차는 한국 자동차 생산의 80%를 책임지고 있다. 세계 각 지역별로 현지 생산체제를 구축했으나 북미, 유럽, 중동, 중남미 등 수출 물량도 약 200만대에 달한다. 각 지역별로 운영중인 공장에 직원 감염자가 발생하면 공장은 언제든지 멈출 위험에 노출돼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완성차 업체들이 평균 2개월치 재고를 유지하는데 소비심리 위축에 재고가 쌓이면 의도적으로 공장 가동을 줄일 수밖에 없다”면서 “북미와 유럽은 완전 회복은 어렵겠지만 현 사태 영향이 적어도 5월까진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가장 위태로운 지역은 유럽 시장이다. 현대·기아차는 중국내 판매량이 반토막 나 구조조정에 들어간 이후 북미와 유럽에서 한해 100만대 이상 차를 팔고 있다. 특히 확진자가 많은 이탈리아, 스페인을 중심으로 한 유럽 지역은 각국마다 봉쇄령이 떨어져 소비심리 침체가 앞으로 얼마나 오래갈지 예측이 어렵다. 매장 손님이 줄면 판매 부진에 따른 공장 가동 일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자동차는 가전과 달리 온라인 판매보단 오프라인 매장에서 대부분 구매로 직결된다. 한 완성차회사 관계자는 “서유럽의 소비심리 위축에 현지 영업점 판매가 쉽지 않아 상반기 유럽으로 가는 수출 물량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2002년부터 현대·기아차와 함께 해외 시장에 동반 진출한 현대모비스 공장도 셧다운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대모비스는 현대기아차가 진출한 공장 인근 지역에 부품공장을 20곳을 뒀다. 완성차 공장이 멈추면 부품 공급도 차질을 빚게 된다.
외국계에 인수된 나머지 3사 중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는 모기업 GM과 르노의 수출 전략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GM의 수출 물량은 전체 생산의 81%를 차지했다. 한국GM은 올해 부평공장에서 신차 트레일블레이저를 연 20만대 이상 생산할 계획을 세웠다. 내수 출시에 이어 북미 수출 시기를 조율 중인데, 북미 지역 상황도 코로나19 영향에 놓이게 됐다. 현지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장 방문객이 뜸해진 수출 물량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르노삼성은 신차 XM3의 유럽 수출 물량을 하반기 확정해야 한다. 유럽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빠져들면 유럽 물량 확정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 쌍용차는 가뜩이나 수출 물량이 월 2000대로 쪼그라든 가운데 유럽 비중이 높다. 코로나19 유럽발 악재는 결코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완성차 강판 공급 비중이 높은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사도 영향권에 들어갔다. 자동차 판매가 줄고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 강판 공급이 줄어 매출 영향을 받게 된다. 자동차뿐 아니라 가전, 건설 등 전방산업이 부진하면 후방산업으로까지 연쇄 파장이 불가피해진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와 가전 등 제품 수요가 장기적으로 위축되고, 건설사들 분양 일정이 미뤄지면 차 강판, 철근, 냉연 등 철강재 공급 감소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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