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정기인사 전 중도퇴진···사실상 ‘경질’작년 말 인사서 이미 입지 대폭 줄어회장 신임 잃고 롯데 전반적 실적부진 책임 차원
이번 인사로 롯데지주는 신동빈 회장, 송용덕 부회장, 황 부회장의 후임인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 등 삼각체제로 변화하나, 실질적으로는 신 회장의 ‘원톱’ 체제가 다시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롯데지주에 따르면 롯데는 13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롯데지주를 포함한 일부 계열사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일반적으로 연말에 인사를 내는 롯데가 갑작스럽게 인사를 단행한 것도 이례적인데다, 황각규 부회장이 이번 인사를 통해 퇴진하게 되면서 롯데 내부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황 부회장은 40년 이상 롯데에 몸을 담은 정통 ‘롯데맨’이다. 황 부회장이 부장이던 1990년 신 회장이 경영 수업을 받기 위해 상무로 들어오면서 첫 인연을 맺은 후 신 회장의 오른팔로서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며 롯데그룹을 재계 5위에 올려놨다.
신 회장은 그룹 회장직에 오른 후 롯데그룹 원톱으로 회사를 지휘했으나 2015년부터 시작된 경영권 분쟁과 검찰 수사로 황각규 부회장과 소진세 전 롯데그룹 사장(현 교촌치킨 회장) 등 두 명의 2인자를 둬왔다. 이후 소 전 사장이 2018년 말 롯데에서 퇴임한 후 황 부회장 홀로 신 회장을 보필해왔다. 그만큼 신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인물이기 때문에 이번 퇴진이 더 갑작스럽다는 분위기다.
일부에서는 황 부회장의 퇴진이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 부회장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명실상부한 롯데 2인자로 신동빈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했으나,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2인자의 역할을 송용덕 부회장과 나눠야만 했다. 황 부회장을 절대적으로 신임하며 유일한 2인자로 지목했던 신 회장이 갑작스럽게 황 부회장의 권력을 나눠버린 것이다. 당시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국정농단 최종 판결을 받은 후부터 2인자의 조언을 신뢰하기보다는 자신이 직접 그룹 사안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기기 시작한 것으로 해셕했다. 황 부회장의 입지가 좁아진 만큼, 조만간 황 부회장이 완전히 물러날 가능성도 조금씩 제기돼왔다.
여기에 이번 퇴진이 정기 인사가 아닌 중도 인사인 만큼 황 부회장의 자발적인 용퇴보다는 신 회장의 의중이 담겼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미 신 회장이 황 부회장에게 신뢰를 잃었다는 이야기가 그룹 안팎에서 새어나오기도 했다.
신 회장이 신뢰를 잃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으나 재계에서는 롯데그룹 전반의 실적 악화가 방아쇠가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불매운동, 내수 침체에 이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이미 신 회장이 4~6월 급여 절반을, 그룹 임원들이 3개월 급여 20%를 자신 반납하기로 한 바 있다.
여기에 올해는 유통업뿐만 아니라 화학업까지 흔들리며 최근 그룹 양대축인 모두 위기를 맞았다.
롯데쇼핑은 오프라인 유통업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황에서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4조7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8.3% 감소하고, 영업이익이 521억원으로 같은 기간 74.6% 쪼그라들었다. 2분기는 상황이 더 악화해 ‘사상 최악의 성적’을 냈다. 롯데쇼핑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4조4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98.5%나 감소한 14억원까지 급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롯데쇼핑이 야심차게 내놓은 ‘롯데온’이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두고 있어 신 회장이 크게 실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케미칼 역시 지난 3월 발생한 대산공장 폭발사고와 코로나19 겹악재를 맞아 흔들리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보다 9.6% 감소한 3조2656억원에 머물렀고, 영업손실이 860억원 발생해 적자 전환했다. 2분기에도 연결 기준 3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90.5% 감소했고, 매출액은 2조6822억원으로 32.1% 줄었다.
황 부회장의 후임에는 신 회장으로부터 오랫동안 신임을 받아온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사장 내정됐다. 다만 송 부회장은 물론 이 사장 역시 그룹 내 존재감은 황 부회장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의 원톱 체제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룹 임원의 연령대가 점차 젊어지고 있어 신 회장의 영향력은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신 회장은 지난 5월 일본에서 귀국한 이후 거의 매주 그룹 주요 현장을 직접 살펴보며 현안을 챙기고 있다. 5월에는 롯데월드몰, 롯데마트 등 주요 유통 사업장을 방문했고, 6월에는 롯데칠성음료 스마트 팩토리와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을 찾아 둘러봤다. 같은달 17일에는 롯데호텔의 신규 호텔인 ‘시그니엘 부산’ 개관식에도 직접 참석했다.
지난달 24~25일에는 롯데푸드 광주 공장, 여수 롯데케미칼 제1공장과 국동 롯데마트를 찾았다. 특히 여수를 방문하면서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신규 호텔 여수 벨메르에도 방문하는 등 경쟁업체 사업장도 살폈다. 이달 1일에는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와 롯데슈퍼 프리미엄 공덕점을 방문했고, 지난 9일에는 롯데백화점 본점 나이키 매장을 찾았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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