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결별 사업지 계속 늘어···빈 곳엔 대형사가시공사-조합 갈등 진행 중인데 먼저 손내미는 곳도“국내 일감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독점 우려”
실제 최근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시공사 교체가 잦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쌍용건설은 인천십정5구역 재개발 시공권을 박탈당했다. 당시 두산건설·쌍용건설·현대건설 컨소시엄으로 시공사 자격을 부여 받았지만, 지난 7월 정기총회에서 사업비 등 자금지원이 원활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계약이 해지됐다. 현재 해당 재개발의 새로운 사업자는 대림산업·GS건설·두산건설 컨소시엄(더퍼스트 사업단)이다.
또 쌍용건설은 평촌 목련에서 수주한 리모델링 사업 조합에게도 새로운 시공사를 선정하는 현장설명회를 진행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또 남양주 덕소5A구역을 수주한 효성·진흥기업은 지난 3월 조합으로부터 계약해지 공문을 받았다. 현재 시공사 시공사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며, 지난 6월 진행한 현장설명회에는 현대엔지니어링·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당시 효성 측은 “지난해 공사 계약금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하고 합의를 다 한 상황이다. 최종계약이 진행될 때까지 자재 인상분을 반영하려 했지만 조합이 이를 받아드리지 않아 물러섰다”며 “현재 조합이 시공사를 바꾸겠다고 하는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총회 전까지 조합과 잘 풀어보려고 한다”고 조합의 결정에 의구심을 품기도 했다.
대형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 동작구 흑석9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8월 기존 시공사였던 롯데건설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입찰 당시 제안한 대안설계에 대한 약속을 롯데건설 측이 지키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당시 롯데건설과 조합간의 갈등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다른 대형건설사 중 일부가 시공사 참여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도 일부 건설사들은 다른 중소건설사가 시공권을 가지고 있는 사업지에도 조합과 접촉해 자신들의 브랜드파워를 내세우며 시공사 변경을 은연중에 요청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과 시공사간의 갈등으로 정비사업 시공사가 바뀐 사례는 이전부터 있었지만, 최근처럼 심화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건설사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부동산경기 악화, 보유 토지 감소 등으로 국내 일감이 줄어들어든 데 따라 대형건설사들이 규모와 상관없이 정비사업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뛰어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주택시장에서 브랜드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대형건설사들은 그간 해온 실적 수준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조합과 대형건설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시공사 교체 사업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중견건설사 한 관계자는 “더 좋은 조건과 선호도 높은 브랜드를 제시하면 조합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민간시장이라고 해도 너무 독점체재로 진행되는 게 아닌가 싶다. 정비시장에서 중견·중소기업 등은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비사업 한 관계자는 “요 몇 년새 ‘어떤 조합장이 대형건설사 누구 상무를 만났다’, ‘대형건설사 A사 직원들이 B사업지를 다녀왔다’ 등의 말이 많이 들리고 있다”며 “옛날에는 같은 업계로 도의적인 그런 문화가 있었는데 최근에는 경쟁이 격화된 것 같다”고 전했다.
뉴스웨이 서승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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