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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위기 직면··· ‘남매경영’ 힘 실은 이명희

[유통家 달라진 회장님-③신세계]코로나 위기 직면··· ‘남매경영’ 힘 실은 이명희

등록 2021.01.13 08:58

수정 2021.01.26 08:43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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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직격탄에 마트·백화점·제조업 등 그룹 전반이 흔들위기 속 책임경영 강조 최대주주 정용진·유경 남매에 넘겨

유통업계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례 없는 ‘대변화’를 겪고 있다. 온라인 유통 중심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의 가속화로 온·오프라인 경계가 사라지면서 이종산업간 합종연횡이 이뤄지는 등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중이다. 추후 코로나 팬데믹의 후폭풍이 어떤 식으로, 어디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는 만큼 올해는 더욱 기민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통업계 그룹사들을 이끄는 오너 총수들은 지난해 말 기존보다 더 큰 폭의 임원인사와 구조조정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본지는 2021년 신축년 새해를 맞아 유통업계 그룹사를 중심으로 지난해 임원인사의 방향과 현 경영상황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이명희 회장이 최대주주 지위에서 내려왔다는 점에서 큰 변화를 겪었다. 신세계그룹은 이미 수년 전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 총괄사장의 남매 경영이 본격화 한 상황이지만 사장과 임원 인사, 주요 경영 현안 등에 이 회장이 여전히 전권을 쥐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위기에 봉착했고 이 회장은 두 남매에게 최대주주 지위를 물려주고 책임 경영을 통한 위기 타개를 주문했다. 지난해 신세계그룹 인사 역시 남매경영 시대에 맞춰 큰 폭의 변화가 있었다.

◇이명희, 최대주주 지위 물려주고 책임경영 강조 = 이명희 회장은 1943년생으로 올해 79세의 고령이지만 여전히 현직에 있다. 특히 신세계와 이마트를 두 축으로 한 신세계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일찌감치 시작, 이마트부문은 아들 정 부회장이, 백화점부문은 딸 정 총괄사장이 맡도록 했으나 지난해까지 그룹 주축인 신세계와 이마트의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면서 경영 전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런 이 회장이 지난해 9월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에게 각각 이마트, 신세계의 최대주주 지위를 물려줬다. 이 회장이 여전히 현역으로 활발하게 경영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지분 승계가 보다 나중의 일일 것으로 재계가 예측했던 것과 달리 시점이 앞당겨진 것이다.

이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에 그룹 측은 선을 긋고 있다. 회장직을 유지하면서 양사 경영에 계속 참여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회장은 최대주주 지위를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에게 넘긴 만큼 경영에서 조금씩 손을 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이 두 자녀에게 갑작스럽게 지분을 물려준 것은 그 만큼 불확실성이 커지고 기민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세계그룹은 2015년 이후 2015년 이후 편의점, 복합쇼핑몰, 면세점, 홈쇼핑 사업에 뛰어들었고 화장품, 가구, 주류 등 소비재 사업도 확대하며 그룹 덩치를 키워왔다. 그러나 신사업들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상황에서 오프라인 유통 침체와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으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 회장은 두 자녀에게 이 같은 위기를 넘을 전략 마련과 책임경영을 주문하기 위해 최대주주 지위를 넘겨준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이번에 두 자녀에게 동일한 지분(8.22%)을 넘기면서 후계구도도 명확히 했다. 추후 정 부회장이 이마트부문의 경영권을,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부문의 경영권을 넘겨받게 될 전망이다.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이마트와 신세계에 대해 각각 18.56%의 동일한 지분율을 유지 중이다.

◇남매경영 맞춰 큰 폭 세대교체···대표이사 대부분 새 얼굴로 = 젊은 오너가들이 최대주주 지위에까지 오른 후 첫 인사였던 2021년 정기 임원인사 역시 이 회장의 책임경영 주문에 맞춰 큰 폭으로 이뤄졌다.

이번 인사에서는 대거 물갈이 인사가 이뤄졌다. 이마트부문에서는 약 10%, 백화점부문에서는 약 20%의 임원이 대거 퇴임했다. 특히 백화점부문에서는 본부장급도 70%나 교체했다. 남매경영 시대에 맞춘 대대적인 세대 교체 신호탄인 셈이다.

정 부회장이 맡은 이마트부문의 경우 지난해 인사에서 14개 계열사 중 6개 계열사의 수장이 교체됐다.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등극한 만큼 이마트 계열에 대한 강도 높은 쇄신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2019년에 이어 지난해까지 인사를 한달 여 이상 앞당긴 것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SSG닷컴(쓱닷컴) 대표는 이마트 쇄신을 맡고 있는 강희석 대표가 겸직하게 된 점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강 대표는 2019년 인사를 통해 이마트 창립 이래 최초의 외부 영입 대표이사가 됐다. 강력한 체질개선을 통해 지난해 이마트 실적을 크게 개선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부회장은 이마트의 오프라인 사업 경쟁력 강화와 함께 SSG닷컴을 통한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내기 위해 두 계열사를 강 대표에게 맡긴 것으로 분석된다.

주력 사업으로 자리매김한 이마트24, 수익성을 큰폭으로 개선한 이마트에브리데이에도 새 대표이사가 낙점됐다. 이외에 신세계푸드, 신세계건설 레저 부문 등 부진한 계열사의 대표이사도 교체됐다.

정 총괄사장이 맡은 백화점부문의 경우 대표이사 교체는 적었다. 면세점을 크게 키운 손영식 신세계디에프 대표 대신 유신열 대표가 취임했고 스타트업 투자를 맡은 신설법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대표는 정 총괄사장 남편인 문성욱 부사장이 맡게 됐다.

◇정용진, 그룹 홍보대사 자처···정유경은 신사업 매진 = 두 남매가 최대주주가 된 데 이어 대규모 인사까지 마무리되면서 올해 신세계그룹의 남매경영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신세계그룹은 이명희 회장이 전문경영인인 구학서 전 회장과 손발을 맞춰온 것과 같이 현재도 오너경영인이 총괄하는 한편 전문경영인이 책임경영을 하는 시스템으로 굴러왔다. 이 회장이 두 남매에게 책임경영을 주문한 만큼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의 역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 부회장은 이미 2019년부터 이마트가 부진에 빠지면서 외부 인재를 수혈하며 재빠른 체질 개선에 작업을 시작한 상황이다. 지난해 수익성 개선이라는 소기의 성과를 거둔 만큼 올해는 온라인 시너지까지 추구할 전망이다.

특히 정 부회장은 이마트와 SSG닷컴을 모두 맡게 된 강 대표에게 체질 개선 등을 맡기는 한편 자신은 그룹 현안과 사업을 외부에 알리는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기존에도 적극적으로 외부와 소통하고 공식석상에도 자주 등장했으나, 지난해부터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비자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유튜브와 이마트 광고 등에 출연했고 이마트 유튜브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딴 ‘YJ로그’도 공개했다.

정 총괄사장은 백화점 사업을 직접 맡고 있는 만큼 백화점 사업 정상화에 매진할 전망이다. 정 총괄사장은 면세점, 화장품 등 신사업과 백화점 사업 성장세에 힘입어 2019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으나 지난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1년만에 주력 사업이 모두 고꾸라졌다.

정 총괄사장은 주력 사업인 백화점과 다소 다른 영역의 신사업에도 도전한다. 지난해에는 벤처, 스타트업 투자를 위한 CVC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시그나이트파트너스를 설립해 스타트업 투자를 시작했다. 또 미디어콘텐츠 기획사 마인드마크를 세우고 드라마 제작사를 사들이는 등 콘텐츠 사업도 시작했다. 그의 남편인 문성욱 부사장이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대표를 맡는 등 부부간 협력도 키울 예정이다.

정기주주총회에서 정 부회장, 정 총괄사장이 등기임원에 선임될 가능성이 재계에서 거론되고 있다. 정 부회장의 경우 2013년 신세계와 이마트의 사내이사직을 모두 내려놓은 후 다시 등기이사에 오르지 않았으며, 정 총괄사장은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적이 없다. 올해 이들의 책임경영을 선포한 만큼 등기임원에 올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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