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점유율 50% 넘어선 상황···상식선 먼저 고려 대상LG전자 스스로 사업 축소···‘경쟁 상대적 규모’ 규정 존재이통사와 협상력 ‘중저가폰 쿼터제’ 등 과기정통부 고심
하지만 역설적으로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향한 독과점을 의식하는 눈초리가 커져 이와 같은 우려는 기우에 그칠 것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이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향방과 무관하게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이미 50%를 넘어선 것이 상식선에서의 고려 대상이다.
여기에 LG전자가 향후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하더라도 경쟁 사업자의 상대적 규모가 고려돼야 한다는 전제적인 판단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삼성전자 입장에선 과거 경쟁 관계였던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에 앞서 최소한 축소하기로 하면서 더욱 미묘한 상황에 처한 셈이다.
먼저 봐야 할 점은 LG전자 스마트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추락해 사업 철수마저 현실로 이어지면 삼성전자의 시장 지배력이 치솟을 수밖에 없단 관측이다. 이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 기반의 스마트폰만 놓고 보면 LG전자 이용 고객의 현실적인 선택지는 삼성전자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3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65%), 애플(21%), LG전자(13%)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팔린 ‘톱10’ 모델에서도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갤럭시A, 갤럭시와이드 시리즈가 아이폰과 시장을 양분했다. 그에 반해 LG전자가 야심 차게 내놓은 벨벳이나 윙 등의 제품은 톱10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앞서 지난해 3분기에는 국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이미 72.3%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3년 전만 해도 한때 LG전자 스마트폰은 국내 시장에서 30%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이제는 존재감이 사라졌다고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시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제조 업체의 국내 시장 점유율 확대가 거론되지만 현실성이 없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글로벌 1위를 자랑하는 삼성전자가 국내에 있는 상황에서 사후관리까지 고려했을 때 이들 업체로 소비자들이 이동할 가능성은 작다는 이유에서다. 여전히 중국 스마트폰의 보안 문제와 완성도를 높게 평가하지 않는 국내 소비자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문제는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손을 떼면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점유율이 80%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독과점 이슈가 불거지면 정부가 관련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게 되고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는 분리 공시제(이통사 지원금과 제조사 장려금 따로 공시)를 비롯해 시장 내 유효 경쟁을 만들려는 조치가 더 나올 수 있다는 해석도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러나 분리공시제는 제조사 입장에선 영업 기밀이 드러나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이를 강행하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애플이나 중국 업체와 경쟁하는 삼성전자의 영업 기밀을 드러내야 하는 옥죄기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이런 전망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가격을 높게 책정해 결국은 소비자가 지금보다 더 높은 가격에 제품을 구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장 지위 남용 우려로도 이어진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업 특성상 국가별 판매 가격이 공개되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한국에서만 고가 전략을 펼치기는 어렵다. 국내 스마트폰 가격을 올리려면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수준으로 가격 인상을 해야 하는데 이 또한 전 세계 스마트폰 가격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이행하기 어렵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지속해서 중저가 모델 보급에 열을 올리며 가격 경쟁력에서도 뒤처지지 않겠다는 글로벌 점유율 확대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그 가운데 경쟁사인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힘을 뺀다고 해서 삼성전자가 국내 가격 인상과 동시에 글로벌 스마트폰까지 가격을 올리는 방침을 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거래법 4조에 따라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된다. 단편적으로 숫자만 보면 이미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국내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 위치에 있다.
그러나 여기서도 빠질 수 없는 점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판단은 시장점유율 기준 이외에도 진입장벽의 존재 및 정도와 경쟁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한다’라는 전제 조건이 있다는 점이다. 이를 적용하면 스마트폰 사업의 시장 진입장벽이 다른 사업과 비교해 결코 떨어지지 않거나 오히려 높다는 점과 더불어 기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 체제에서 삼성전자 의도와는 관계없이 LG전자가 스스로 사업 철수 등을 고려해 ‘경쟁사업자의 상대적 규모 등’ 균형을 깨트렸다는 점이 빠질 수 없다.
이와 관련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스스로 스마트폰 사업에서 나가겠다고 하는 것은 삼성전자 입장과는 무관하게 경쟁 관계에서 빠져나가겠다고 한 것”이라며 “오히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독점 이슈가 불거지는 등 신경 써야 할 것이 많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이지 결코 시장 지위가 높아져서 좋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새 제품을 공급하면서 이통사에 지원금을 늘려달라고 하거나 공급 부족을 이유로 가격 협상 과정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이와 관련해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설과 관련해 “공식화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시장 동향을 보고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독과점 우려로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는 지적에 최 장관은 “자급제폰 활성화 노력을 많이 하고 있고 앞으로 개선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중저가폰 쿼터제 도입을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대처해야 한다“고 답했다. 중저가폰 쿼터제는 스마트폰 제조사의 중저가 제품 생산량과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도 시장에서는 의문 부호가 나온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시 정부가 시장에 스마트폰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다면 이는 사실상 삼성전자만을 타깃으로 한 시대착오적 과잉 대응이라는 목소리가 대다수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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