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후·이선호, 지분 매각·지주사 배당 통해 재원 마련지주사 신형우선주 수증 후 작년 매분기 추가 매수남매 소유 벤처캐피탈 계열사 잇딴 투자로 힘 실어
이들 남매 최근 올리브영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를 통해 거액의 현금을 확보한 데 이어 지주사 CJ의 신형우선주 지분율을 지속 확대하면서 승계를 위한 포석을 마련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이들 남매의 사실상 ‘개인 회사’인 벤처캐피탈에 계열사들이 잇따라 투자하면서 힘도 실어주고 있다.
◇이경후·이선호 지분 보유 계열사 활용해 승계 밑그림 =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이하 타임와이즈)는 CJ올리브영으로부터 50억원을 출자 받아 H&B 혁신 성장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타임와이즈는 이번 펀드를 결성해 CJ올리브영과 유망 벤처기업 발굴과 투자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타임와이즈는 씨앤아이레저산업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벤처캐피탈이다. 이 씨앤아이레저산업은 이재현 회장의 장녀 이경후 부사장과 장남 이선호 부장 등이 지분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 타임와이즈가 이 부사장과 이 부장이 보유한 ‘개인 회사’인 셈이다.
이번 CJ올리브영 외에도 이미 여러 CJ그룹 계열사들이 타임와이즈가 조성하는 펀드에 자금을 대고 있다.
지난해만 살펴봐도 CJ제일제당이 타임와이즈의 글로벌 혁신성장 펀드에 310억원을 투자했고, 7월에는 CJ ENM이 타임와이즈글로벌콘텐츠투자조합에 30억원을 투자했다. 11월에는 타임와이즈의 스마트바이오펀드에 CJ제일제당이 95억원, CJ올리브네트웍스가 40억원을 지원했다. 타임와이즈가 조성한 펀드를 통해 혁신 기업 발굴에 나서는 것이지만, 오너 4세들이 보유한 기업의 가치 증대를 위해 계열사들이 힘을 실어준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장기적으로 타임와이즈의 가치가 확대될수록 오너 4세의 승계 자금 마련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외에도 이경후 부사장과 이선호 부장은 최근 들어 승계 자금 마련 작업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다.
우선 이 부사장과 이 부장은 지난해 말 CJ올리브영의 프리IPO에서 구주 일부를 매각해 거액의 현금을 마련했다. 이 부사장은 CJ올리브영 지분 2.65%를 매각해 391억원의 자금을 마련했고 이 부장은 6.88%를 처분해 1018억원의 현금을 받았다.
프리IPO를 마친 현재 이 부사장과 이 부장은 CJ올리브영의 지분을 각각 4.26%, 11.09%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프리IPO에서 CJ올리브영의 보통주는 주당 16만9560원에 책정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부사장과 이 부장 남매의 남은 지분의 가치도 각각 780억원, 2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프리IPO에서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도 1조8400억원을 인정 받은 만큼 내년 상장을 무난히 마무리한 후 남매의 보유 지분을 매각해 승계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CJ4우의 배당금 역시 이들의 승계 재원에 활용된다. CJ4우는 2019년 주당 1850원, 지난해 주당 2000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고 두 사람은 2019년 17억원, 지난해 19억원의 배당금을 각각 수령했다.
◇지주사 지분율 꾸준히 늘리며 승계 밑그림 = 이렇게 마련한 자금을 바탕으로 이경후 부사장과 이선호 부장은 지주사 CJ의 지분율 확대에도 나섰다.
CJ가 최근 공시한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부사장과 이 부장은 올 1분기 중 CJ 신형우선주(CJ4우)를 각각 5만2209주, 7만8588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번 추가 매수로 이 부사장의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2.72%(96만81주)에서 올 1분기 말 기준 23.95%(101만2290주)로 늘었다. 이 부장의 지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2.98%(97만1080주)에서 올 1분기 말 기준 24.84%(104만9688주)로 증가했다.
신형우선주는 최근 그룹 오너들에게 승계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어 일정 기간 후 보통주 지분율 확대에 활용할 수 있다. 또 당장 의결권이 없어 일반적으로 보통주보다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기 때문에 증여세를 줄일 수 있어 지분 증여에도 유리하다. 당장의 의결권이 없는 대신 최저배당률이 정해져 있어 배당을 통한 승계 재원 마련도 가능하다.
CJ그룹 역시 2019년 4월 지주사 CJ가 주식배당을 통해 신형우선주 CJ4우를 발행하면서부터 신형우선주를 통한 승계작업에 돌입했다. 당시 CJ 보통주 0.13%를 보유 중이던 이경후 부사장이 CJ4우 5622주를 배당 받으면서 CJ 오너 4세들의 신형우선주 보유가 시작됐다. 이 때만 해도 이선호 부장은 지주사 지분이 없어 신형우선주를 보유하지 못했다.
신형우선주를 활용한 본격적인 승계 작업은 그 해 말 이뤄졌다. 이재현 회장은 이 때 자신의 신형우선주 184만주를 이 부사장과 이 부장에게 각각 92만668주씩 증여했다. 이 부사장이 보유한 신형우선주는 92만6290주로 늘었고 이 부장 역시 이 때부터 신형우선주를 보유하게 됐다.
이후 남매는 장중에서 계속 신형우선주를 추가로 사들이며 지분율을 확대하고 있다. 이 부사장과 이 부장은 지난해 3분기 중 각각 2만400주, 3만800주를 장내 매수했고 4분기에도 각각 3만3791주, 5만412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올 1분기까지 벌써 3분기 연속 지분율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부사장과 이 부장이 최근 승계를 위한 자금을 마련한 만큼 추후에도 CJ 신형우선주를 매입해 지분율 확대를 지속할 전망이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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