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비사업 수주 2위, ‘매력적인 매물’로 변신 작년부터 호실적 이어가···주가도 9000원대 껑충출사표 ‘0건’ 공중분해된 금호그룹 트라우마 여전 시너지조차 의문, 되려 ‘1+1=마이너스’ 가능성 커주택 분양시장 호황,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의문도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이 있다. 대우건설 직원들은 이왕이면 국내 대기업이나 건설업계에 경험이 많은 대형 건설사에 매각되기를 원하지만 현재 거론되는 인수 후보자 중에서는 그런 기업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실제 대우건설 안팎에서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나 오일 머니에 팔렸으면 한다”,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것보다 건설업을 이해할 수 있고 건설 경험 있는 기업에 매각되길 바란다”는 분위기다. 이는 앞서 호반건설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3년 전(2018년) 때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그 당시에는 건설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했기 때문에 대형 건설사 등이 선뜻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는 주택 건설 경기가 여느 때보다 호황인데다 앞으로도 이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와중에 이 중 대우건설은 매각을 앞두고 신규 수주를 꾸준히 늘린 결과 올해 현대건설에 이어 정비사업 수주사업에서 2위 자리에 올라서기까지 했다. 작년 우수한 실적 덕에 매각금액도 2조원 이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렇듯 대우건설이 3년 전보다 매력적인 매물로 변모했음에도 국내 대기업이나 대형 건설사 등 중에서 출사표를 던진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정확히 말하자면 과거 금호그룹 이후 대우건설에 눈독을 들인 거물급 회사는 없다고 보면 된다.
◇작년 어닝서프라이즈···주가도 9000원대 쑥 = 일단 작년 대우건설 실적은 코로나를 뚫고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작년 연결기준 매출 8조1367억원, 영업이익 5583억원, 당기순이익 2826억원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실적 중 가장 좋았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2294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7% 증가한 수치로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더욱이 지난 2015년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으로 인해 회계 기준이 엄격해짐에 따라 작년 대우건설 매출채권과 기타채권과 미청구공사 금액도 2년 전(2018년)과 비교해서 1000억원 정도 감소됐다.
또한 주목할 부분은 지난해부터 사업별 당기손익 총합이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지난해 플랜트 사업에서 647억원의 예상 외 손실이 발생했지만 건축‧주택‧토목에서 1074억원의 예상 외 이익을 내 결과적으로 427억원의 첫 추가 이익을 냈다. 특히 올해 1분기에는 5년 만에 처음으로 플랜트에서도 추가 이익(45억원)이 발생했다. 대우건설이 2017년처럼 매각이 무산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M&A 흥행이 예상되면서 대우건설의 주가도 껑충 뛰었다. 지난해 3월 2250원까지 내려갔던 주가는 9일 9000원대까지 올랐다.
◇주택·해외플랜트 등 이미 대우건설과 겹치는 사업들, 시너지 효과에 의문 제기 = 그럼에도 국내 거물급 기업들 중에서 인수에 나서겠다는 회사는 단 한 곳도 없는 상황이다. 본지가 현재 대형 건설사에 종사하고 있는 몇몇 관계자들에게 대우건설 인수와 관련해 묻자 “건설사는 여느 제조업처럼 공장 부지라던가 어마어마한 자산이 있는 게 아니다. 오로지 수주잔고로만 승부를 내는 업종”이라며 “즉 아무리 대형 건설사가 대우건설을 인수한다고 해서 그만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지도 미지수. 오히려 마이너스일 듯”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대우건설이 주력으로 하는 주택사업과 해외플랜트 등 이미 대형 건설사들은 다 하고 있는 사업”이라며 “이러한 점들 때문에 특히 대형 건설사들이 대우건설 인수에 그닥 관심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반면 “아직 사업 기반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중견 건설사들로서는 대우건설이 매우 탐나는 매물”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한 관계자는 “대우의 ‘푸르지오’와 합치면 정비수주 사업에서 어느 정도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겠지만 일단 우리는 주택사업에 크게 관심을 안 두려고 한다”라며 “주택을 넘어 다른 신사업에 눈 돌리고 있다. 이는 대다수 대형 건설사들 모두 그럴 것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대·삼성물산·SK건설, 신재생 등 신사업에 주목 = 실제 최근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SK건설 DL이앤씨, 포스코건설 등 국내 굴지의 건설사들은 신사업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현대건설은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발주한 혁신원자력연구단지 구축공사를 수주해 원전사업에서 기술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앞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 확대 기조를 타고 관련 수주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오는 3분기에 15억 달러 규모의 이집트 엘디바 원전 수주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SK건설은 사명을 아예 ‘SK에코플랜트’로 바꿨다. 친환경회사로 체질 개선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의지다. 최근에 보인 행보로는 폐기물처리회사 클렌코 등의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DL이앤씨는 해외플랜트 수주사업에 신경쓰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DL이앤씨가 러시아, 인도네시아, 미국 등에서 1조5천억원 규모의 추가 플랜트 수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포스코그룹에서 추진하는 그린수소사업 확대로 관련 수주를 늘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은 그간 조용했던 도시정비사업에서 작년부터 주택사업(래미안) 등 다시 꾸준히 수주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또 삼성물산은 탈 석탄 에너지 정책 및 친환경 요구에 대응해 신재생과 모듈러, 데이터센터 등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악의 M&A 금호와의 트라우마 여전, ‘승자의 저주’될까 우려 = 무엇보다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들이 대우건설 매물에 그닥 눈독을 들이지 않은 이유는 과거 금호와의 인수·합병(M&A) 실패 때문이다. 금호는 지난 2006년 대우건설 인수했다가 그룹이 공중 분해되는 결과를 맞이하기까지 했는데, 이는 국내 최악의 인수합병 사례로 꼽히고 있다.
금호는 대우건설 인수자금 대부분을 외부차입으로 조달했는데 이러한 무리한 인수방식 때문에 결국 2009년에 재매각하게 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하필 대우건설 인수 뒤 건설경기가 빠른 속도로 침체된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게 된다. 유동성 문제까지 떠안은 금호는 어쩔 수 없이 다른 계열사들도 헐값에 팔게 된다. 이때부터 ‘승자의 저주’라는 단어가 흔히 쓰이게 됐다.
‘건설회사’를 M&A했다가 그룹해체라는 운명을 맞은 사례들은 또 있었다.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외에도 웅진그룹의 극동건설, LIG의 건영 등이 대표적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금호와의 인수 전만해도 시공능력평가 1위를 유지했는데, 금호와의 M&A 실패로 이때부터 5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라고 토로했다.
금호와의 최악의 인수합병 사례는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겨 줬다. ‘대형’ 혹은 ‘대기업’이라고 해서 쉽사리 대우건설 인수에 눈독을 들이지 못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기도 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택사업이 여느 때보다 호황이지만 이러한 시장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예측할 수 없다”라며 “다시 한 번 언급하지만 과거 금호와의 인수 때도 그랬고, 인수하자마자 금융위기가 터지게 된 것이다. 몇 차례 실패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인수는 반드시 재무 여력이 있는 회사가 돼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관련태그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yoon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