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억 달러’ 韓-론스타 분쟁, 9년째 지속···정부 “대응태세 구축 만전”

“의장 교체 등에 분쟁종료 지연”

“승패 100% 예단하기 어렵지만”

“국익 부합하는 결과 위해 노력”

“종료 선언시 국민에게 알릴 것”

그래픽=박혜수 기자

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 인수합병’ 과정에서 불거진 우리 정부와 미국계 사모펀드(PEF) 론스타의 법정 분쟁이 9년째 종결되지 않고 있다. 47억 달러(약 5조5000억원)에 이르는 소송 금액으로 인해 패소 시 국민 모두 상당한 부담을 떠안을 수 있는 만큼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이상갑 법무부 법무실장은 14일 브리핑에서 “절차 종료 선언 시 180일 이내 판정이 선고되도록 규정이 정해져 있으나, 중재판정부가 아직까지 절차 종료 선언을 하지 않은 상태”라면서 “절차 종료 선언이 이뤄지면 이를 신속하게 국민에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론스타 사건은 다양한 쟁점을 포함하는 복잡한 사건이고 제출된 서면과 증거의 양이 방대해 판정 시기나 결론에 대해 섣불리 예측하긴 어렵다”면서 “정부는 국익에 부합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해당 사건은 론스타가 2012년 11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47억 달러 규모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S)’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론스타 측이 정부가 고의로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지연시키고 불합리한 과세를 해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면서다.

이는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을 추진하던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론스타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지분 51.02%(3억2904만주)를 총 4조6888억원(주당 1만4250원)에 넘긴다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2012년 7732억원 줄어든 3조9156억원에 지분을 넘겼다. 금융당국의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가운데 두 차례 가격을 조정한 결과다.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논란이 불거지자 금융위는 하나금융과 론스타의 첫 계약 시점에서 1년2개월이 흐른 2012년 1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승인한 바 있다.

이에 정부와 론스타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서증 1546건, 증인자문과 진술서 95건을 비롯한 방대한 증거자료를 앞세워 서면공방 절차를 진행했다. 또 2015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4차례에 걸쳐 미국 워싱턴DC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심리기일을 갖기도 했다. 심리는 2016년 6월에 끝났다.

그러나 분쟁이 아직까지 종료되지 않은 것은 사건이 복잡하고, 도중에 의장중재인이 교체되면서 다시 한 번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는 절차가 이뤄졌기 때문이란 게 법무부 측 전언이다.

그 사이 론스타의 행보는 계속됐다. 4년 뒤인 2016년엔 하나금융을 상대로 국제상업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에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지난해엔 자칭 ‘론스타 고문’이라는 인물을 앞세워 우리 정부에 약 8억7000만 달러(약 9634억원)를 제시하며 협상을 시도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제안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론스타 사건 청구인의 공식적인 협상안이라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우리 정부의 승소를 점치는 시선도 있다. 론스타 측이 하나금융과의 ICC 손해배상소송에서 패소한 데다, 들여다보면 이들이 손해를 입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진단에서다. 론스타는 2003년부터 외환은행 지분 인수에 총 2조1548억원을 투자했으며 지분 일부 매각과 분기 배당 등으로 원금 대부분을 회수했다. 하나금융의 최종 인수가격을 포함하면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으로 거둔 차익은 4조6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관련 이상갑 법무실장은 “소송 특성상 승패를 100%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면서도 “정부는 지금 상황에서 승소할 가능성을 높이고 국익에 부합하고자 단계별로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론스타 사건의 경우 비밀유지명령의 범위가 굉장히 넓게 설정돼 중재판정부가 내린 절차명령 내용 자체를 공개하긴 어렵다”며 “사건이 종결되면 최대한의 범위 내에서 알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