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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박진호 교보생명 부사장 “상장계획 번역본 오역 인정”···시사점은?

금융 보험

[현장에서] 박진호 교보생명 부사장 “상장계획 번역본 오역 인정”···시사점은?

등록 2021.10.01 20:40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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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법 1일 안진회계법인 관련 3차 공판 진행박 부사장, 상장계획 설명서 번역본 한 단어만 오역변호인단 “신 회장이 IPO 의지 없었던 것 아닌가···”박 부사장 “안진, 부적절한 평가+FI와 공모” 재차 강조

 박진호 교보생명 부사장 “상장계획 번역본 오역 인정”···시사점은? 기사의 사진

박진호 교보생명 부사장이 교보생명 기업공개(IPO)와 관련한 주주 대상 상장계획 설명서 번역본의 ‘증권신고서’(Registration Statement) 한 단어만을 ‘상장심사’로 오역했음을 인정했다.

변호인단은 이를 어피니티컨소시엄(FI)이 풋옵션 행사를 결정한 당시인 2018년, 신창재 회장과 교보생명이 IPO에 대한 의지가 없었던 정황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변호인단과 FI측의 "교보생명 측 IPO 단행 의지가 불명확했기 때문에 투자자는 풋옵션 권리를 행사했고, 신 회장이 진행하지 않은 것이 문제의 시발점”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일 교보생명 가치평가 허위보고 혐의에 대한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인과 어피니티컨소시엄(FI) 관계자 2인에 대한 3차 공판을 진행했다.

◇박 부사장의 ‘오역 인정’의 시사점=이날 변호인단은 ‘교보생명 측이 IPO 불발 책임 면피를 하고자 일부러 오역한 게 아니냐’는 취지로 “원본에 2018년 12월 말까지 증권신고서의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돼 있다. 교보생명의 당초 번역에는 올바른 번역이 돼 있는데, 왜 이후 그 단어 하나만 ‘상장심사’로 바뀌었나”는 반대심문을 펼쳤다.

이에 박 부사장은 “번역본에 ‘증권신고서’ 부분을 ‘상장심사’로 오역한 부분을 인정한다”며 “당시에는 오역인 줄 몰랐다”고 증언했다.

그간 교보생명은 IPO 진행과 관련해 “어피니티컨소시엄 측 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해 당시 IPO가 진행되기 힘든 상황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풋옵션을 진행했다”며 “IPO를 진행하려고 했지만 갑자기 결정된 풋옵션 진행에 가치 산정을 위한 주관사도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나아가 이는 FI가 교보생명에 대한 적대적 M&A를 하고자 한 것으로 본다”는 의혹도 제기해왔다.

반면 변호인단은 신 회장 측의 IPO에 대한 불분명함과 이에 따라 투자자들이 제기한 풋옵션을 일부러 진행하지 않은 부분을 문제 삼아 왔다.

이번 박 부사장의 ‘오역 인정’은 변호인 측에서 제기하는 주장에 핵심적인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변호인단이 제기한 문서에 따르면 당초 교보생명은 ‘증권신고서’(Registration Statement)를 올바르게 번역했지만, 추후 박 부사장이 직접 제출한 번역본에는 ‘증권신고서’ 한 부분만 ‘상장심사’로 오기돼 있었다.

◇박 부사장, 안진 평가보고서 허점 강조 또 강조=박 부사장은 이와 관련해선 “오역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풋옵션 행사 가격에 대해 “풋 가격은 행사 당시에 공정시장가치보다 높으면 안되고, 경영권 프리미엄도 포함되면 안되는데 어피니티컨소시엄과 안진은 이 기본 원칙 자체를 위반했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이 재판의 핵심인 안진회계법인의 가치평가에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것이다.

박 부사장은 “일반적으로 알려진이 원칙을 왜 어겼을까를 생각해 보면 결국 가격을 부풀리기 위해 허위 보고한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했다.

먼저 박 부사장은 검사 측 심문에서 어피니티컨소시엄의 ▲부적절한 평가방법 활용 ▲보고서 관여 정황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하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박 부사장은 “상대가치평가법에 활용되는 기준점이 2018년 10월 22일이 아닌 당해 6월 30일로 됨에 따라 3000억원 이상의 왜곡이 발생했다”며 “상대가치평가에 있어서도 노멀라이즈드(Normalized) PER을 활용한 것도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어피니티컨소시엄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9월 30일 기준의 재무제표를 구하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안진이 보고서를 작성한 11월 22일 이전인 11월 14일에 이미 3분기 분기보고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됐다”며 “데이터룸 또한 13~15일 사이에 개설돼 위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유사거래비교법 적용에서도 안진이 사용한 오렌지라이프 거래 사례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것이며, 교보생명 등 고금리 부채 비중이 큰 대형사와는 다르기 때문에 적합한 비교군이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박 부사장은 “안진회계법인이 가치평가보고서에 들어가는 이해 관계 문구 조차 어피니티컨소시엄의 지시에 따랐다”며 “보고서 커버레터조차 안진회계법인이 직접 작성한 것”이라고 했다.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의 시작=이번 사건은 지난 2018년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신 회장에게 풋옵션을 요구했지만, 신 회장은 가격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시작됐다.

앞서 2012년 9월 신 회장은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로부터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할 당시 교보생명이 3년 내 상장하지 않으면 주식 매수를 요구할 수 있는 풋옵션을 걸었다.

결과적으로 기한 내 상장을 하지 못한 교보생명에 대해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2018년 10월 풋옵션을 행사하고 나섰다.

문제는 어피너티 컨소시엄이 산출한 주당 가격은 40만9912원인 반면 신 회장은 자사 주식 가치를 주당 20만원대로 추산하면서 발생한 가격 차이에서 발생했다. FI와 교보생명 간의 풋옵션 행사 가격이 두 배 가까이 차이 났던 것.

이에 교보생명은 지난해 4월 어피너티와 안진회계법인이 풋옵션 가격을 부풀려 이득을 취할 목적의 공모가 있었다며 어피너티 컨소시엄과 회계법인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해당 회계사가 어피너티 컨소시엄 등 투자자들의 의견대로 보고서를 작성해 공인회계법상 ‘허위작성’ 및 회계사로 의무를 다하지 않은 데서 오는 ‘부정청탁’의 혐의를 적용했다.

또한 이런 혐의를 받고 있는 안진회계법인 회계사가 작성한 보고서를 삼덕회계법인 회계사 A씨가 그대로 베꼈다고 보고 공인회계법 위반으로 동시에 기소했다.

현재까지 교보생명 풋옵션 갈등 관련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인원은 안진 소속 회계사 3명, 어피너티 관계자 2명, 삼덕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1명 등 6명이다. 소재 불분명에 따라 기소 중지된 베어링 PE 관계자 1명까지 합하면 총 7명이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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