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별 체류기간 폐지···조기 임원 승진 기회 줘‘절대평가’ 확대 및 ‘동료평가’ 도입 직급·사번 비공개 전환···부서 이동 ‘FA제도’ 신설재계선 ‘이재용 체제’ 변화 첫발 평가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중장기 지속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변화라고 밝혔다.
◇5년만에 인사제도 개편=내년부터 시행하게 될 삼성전자의 대대적인 인사제도 개편은 2017년 한 차례 변화를 준 이후 5년 만에 나왔다.
현재 삼성전자 직원 직급단계는 커리어레벨(CL) 4단계(CL1∼CL4)로 돼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직급 단계를 기존 7단계(사원1·2·3, 대리, 과장, 차장, 부장)에서 지금의 4단계로 줄이고, 직원 간 호칭을 ‘님’으로 통일했다.
새 인사제도는 연공서열을 타파해 나이와 상관없이 인재를 중용해 젊은 경영진을 조기에 육성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사장급 이하 ‘부사장·전무’ 직급은 부사장으로 전격 통합해 임원 직급단계를 축소한다. 또 8∼10년의 기간을 채워야 하는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을 폐지했다. 대신 ‘승격세션’을 도입했다. 삼성전자를 이를 통해 젊고 유능한 경영자를 조기 배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똑똑한 직원이라도 20년 기다려야 임원으로 올라갈 수 있었던 예전과 달리, 30대에도 임원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또 엄격한 상대평가를 줄이고 성과에 따라 상위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절대평가를 확대한다. 고성과자 인정과 동기부여를 위해 최상위 평가는 기존과 동일하게 10% 이내로 운영한다.
부서장 한 명에 의해 이뤄지는 기존 인사 평가는 임직원 간 협업을 장려하기 위해 동료평가 방식의 ‘피어(Peer)리뷰’를 시범 도입키로 했다. 다만 일반적인 동료평가가 갖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등급 부여 없이 협업 기여도를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방식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직급·사번 정보 삭제=이번 인사제도 개편안은 사내 인트라넷에 표기된 직급(과장, 차장, 부장 등)과 사번 정보를 삭제해 수평적 조직문화 정착을 시도한 것도 큰 특징이다.
삼성은 매년 3월 진행하던 공식 승격자 발표도 없애기로 했다. 상호 존중 문화를 위해 사내 공식 소통은 ‘상호 존댓말 사용’을 원칙으로 바꾸기로 했다.
동료 간에 호칭은 재계에서 ‘프로’로 통일하는 방안을 시행할 것으로 봤으나, 변동은 없었다. 이에 따라 하급자가 상급자를 부를 땐 ‘프로, 님, 매니저’ 등 직원 간 자유로운 호칭 사용을 허용키로 했다. 삼성 전자 계열의 삼성전기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직원들 직급을 ‘프로’로 통일해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부서별로 자유롭게 직원들 호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2017년부터 바뀐 직급 체계가 유효하게 이어진다”고 말했다.
수평적 조직문화 변화에 맞춰 근무 방식과 사내 부서 이동도 이전보다 유연해진다.
삼성전자는 서울 도심 등 주요 거점에 공유오피스를 설치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 내 지정 좌석이 아닌 자율근무석도 마련해 곧 시행한다.
희망 부서 이동도 자유로워진다. 만일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은 다른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사내 ‘FA(프리에이전트)’ 제도를 도입한다.
삼성의 인사제도 개편안과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전무, 부사장 직급을 통일시켜 놓으면 능력이 있는 임원은 직급에 상관없이 업무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며 “직급 통일은 조직 운영에 유연성이 생기고 역량이 되는 직원에 빨리 승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삼성’ 변화 시작=재계에선 삼성전자의 인사제도 개편안이 이재용 체제인 ‘뉴 삼성’ 비전을 구체화하는 출발선상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열흘 간 머무른 미국 출장에서 삼성리서치아메리카 등 현지 임직원을 만나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 새로운 삼성을 함께 만들어가자"라고 강조했다.
출장 기간 이 부회장은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경영진과 연쇄 회동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인재육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아마존,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의 선진 시스템과 유연한 근무 방식을 살펴본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부터 변화시킬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lennon@newsway.co.kr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jisuk618@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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