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에너지 정책' 공약이 "탄소세 도입해 기본소득 재원으로"윤 "탈원전, 문재인 정부 '무지'가 부른 재앙"
◇ 이재명 "신재생 에너지로 탄소중립 달성" =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후보의 에너지 공약은 문재인 정부의 '탈탄소' '탈원전' 기조 계승 발전시키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러면서 '신재생 에너지'의 지역 활성화로 지역과 도시 간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하고, 동시에 전국적인 에너지 연결망을 구축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 후보가 지난달 2일 선대위 출범식에서 "각 지역에서 태양광, 풍력, 지열, 바이오매스를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전국 어디서나 자유롭게 생산하고 팔게 만들어야 한다"며 "탈탄소 시대를 질주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갈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고 천명한 이유다.
지난달 18일 'SBS D포럼'에서는 '에너지 고속도로'를 통해 "전국 어디서나 신재생 에너지를 생산 유통 판매할 수 있게 하면 에너지 자립과 '넷제로(Net Zero)' 조기달성도 가능할 것"이라며 "전국에 실핏줄처럼 이어진 지능형 전력망을 통해 지방의 농어촌 주민들이 발전 사업에 참여하고, '햇빛연금·바람연금'을 받으면 소득이 높아져 사람이 모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에너지 고속도로를 통한 분산형 에너지 생산시스템이 농촌과 지방의 소멸위기 극복을 넘어, 지역부흥의 새 전기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 후보가 '햇빛연금'을 통한 지역 발전의 모범 사례로 꼽는 건 전남 신안군의 '태양광 배당'이다. 신안군은 2018년 지역주민과 태양광 사업자가 신재생 에너지 개발이익을 공유하는 '신안군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를 전국 최초로 제정했다. 이는 '국토보유세를 통한 기본소득 재원 마련'이라는 이 후보의 구상과 유사하다. 신안군은 '에너지 배당'을 현금이 아닌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있다. 이 후보도 지난 8월 신안군을 방문해 "제일 좋은 게 공유 자산에서 나오는 부를 구성원에 나눠주는 게 기본소득 개념"이라며 "태양광이 대표적인 공유자산"이라고 말했다.
온실가스배출량에 있어서는 문재인 정부보다 한발 더 나아간다.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기로 했지만, 이 후보는 50%까지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16일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우리 사회가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선 탄소세를 도입해야 하며,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50%로 올려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40% 감축 목표에 대해서도 "현재 속도로 가면 수행 못 한다. 그러려면 (기업에) 엄청난 국가의 지원과 투자가 있어야 한다"며 "2030년까지 그 정도로 하면 국제 경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탄소세 도입은 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판단에서 나온 공약이다. 이 후보는 지난 8월 에너지 공약을 발표하며 "탄소 발생을 줄이지 않으면 산업의 국제경쟁력도 없다는 것이 엄혹한 현실"이라며 "탄소 발생에는 탄소세를 부과해 탄소 발생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탄소세수의 일정 부분은 산업 전환 지원에 사용해 저탄소 그린산업으로의 전환을 앞당기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 후보는 현재 산업부, 환경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는 에너지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자신의 '에너지 고속도로'의 건설과 유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긴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원전 정책에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원전 정책 계승을 기본 전제로 하면서도 원전에 얽힌 현실적 이해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번 피력했다. 이 후보는 지난 8월 "추가 원전 건설은 안 하는 게 맞다"며 "이미 가동하거나 건설한 원전은 사용 기간 범위에서 충분히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 부분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면서도 지난달 16일 청소년·청년 기후활동가들과 만난 자리에선 "원자력이 옳으나 그르냐 문제를 떠나서 이미 하나의 경제 구조가 됐다. 정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이해관계를 가진 하나의 아주 고착된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에서는 좀 더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 후보는 공사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원전 공사 재개와 관련해 "(신한울 3·4호기 건설에 현재까지) 7000억원이 들었다는데, 매몰비용 7000억원을 감수하면서 추가로 지을지 말지는 문재인 정부에서 판단 어려우니 국민 공론화를 거쳐서 안 짓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며 "한번 (공사 중단을) 결정하면 후퇴하지 말아야 한다는 건 벽창호 아닌가. 국민의 뜻이 중요하고, 그때와 현재의 경제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며 공사 재개 가능성을 열어뒀다.
◇ 윤석열 "탈원전 포퓰리즘 정책 폐기" = 윤 후보의 에너지 정책은 'ABM(Anything But Moon)', 문재인 정부의 정책의 반대로 요약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 탈원전이다. 윤 후보는 탄소중립의 핵심으로 원자력 에너지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자신의 정치 참여에 탈원전 정책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 참여 선언 후 첫 행보로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핵공학과 전공 학생들과 만났고, 후보 선출 후 처음으로 찾은 곳이 충청의 한국원자력연구원이었다는 점에서 '탈원전'을 윤 후보의 에너지 정책의 핵심으로 볼 수 있다. 이 자리에서 윤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은 '망하러 가자는 이야기'"라며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것부터 엄청난 전기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원전을 죽여서 과연 이런 일을 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깨끗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원자력 발전 외엔 대안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윤 후보는 "탈원전은 문재인 정부의 '무지가 부른 재앙'"이라며 "저비용 청정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이 전력과 수소 같은 에너지원을 생산하는 데 유효한 수단으로 (원전이) 활용되길 바란다"고 비판한 바 있다.
그렇다고 원전 일변도의 에너지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지난달 18일 'SBS D포럼'에서 윤 후보는 "'탈원전 포퓰리즘' 정책을 폐기하고 탈석탄을 에너지 전환의 기본축으로 삼겠다. 산업적 전환에 대비하면서도, 저탄소를 지향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원자력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도 "바람과 태양, 자연으로부터 생산되는 청정한 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리적 특성을 감안한 재생에너지 특구를 지정해 재생에너지의 다양한 가능성을 실증해 보이겠다"고 약속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역시 문재인 정부의 40% 목표치에서 하향 조정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윤 후보는 지난달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계와의 논의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이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산업계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또 '국민일보' 인터뷰에서도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고려 없이 2030년까지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한다고 발표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향하겠다는 구체적인 방향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산업계 부담을 이유로 들어 정부 목표치를 비판하고 있어 향후 기준 완화를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뉴스웨이 문장원 기자
moon3346@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