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원가, 택지조성원가 등 71개 항목 온라인 공개고덕강일4단지 시작으로 10년치 34개 단지 대상택지조성 3.3㎡당 896만원···건설비 3.3㎡당 688만원“토지확보, 건축비 등 이유로 민간과 단순비교 무리”
서울시와 SH공사는 지난 15일 고덕강일4단지를 시작으로 최근 10년치 건설단지 34곳에 대한 택지조성원가를 포함한 분양원가를 내년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모두 공개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설계·도급 등 내역서를 공개한 곳은 있었으나 아파트 분양원가를 산정해 공개하는 건 서울시가 처음이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는 집값 안정 및 공기업 청렴도 향상을 위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제시한 공약 사항이다.
분양 원가에는 아파트 단지를 만들 때 필요한 택지 매입비, 조성비 등이 얼마인지, 건물을 짓는 데는 얼마를 썼는지 등이 포함된다. 지난 2008년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정부 방침에 따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에서는 아파트 건설 원가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왔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번에 전국 최초로 분양 원가 가운데 비율이 절반이 넘는 경우가 많은 ‘택지 조성 원가’도 추가로 일반에 공개하기로 했다. 용지비(땅값 등), 기반시설 설치비, 이주 대책비 등 아파트 부지를 마련하는 데 드는 비용이다.
공개항목은 건설원가 61개 항목과 택지조성원가 10개 항목이다. 아파트 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필수공개항목으로 지적됐던 택지조성원가도 처음 공개했다. 택지조성원가 10개 항목은 △용지비 △용지부담금 △조성비 △기반시설설치비 △이주대책비 △직접인건비 △판매비 △일반관리비 △자본비용 △그 밖의 비용 등이다.
이번에 공개한 고덕강일4단지 분양 원가는 총 1765억800만원으로 택지 조성 원가는 3.3㎡당 896만6492원, 건설 원가는 3.3㎡당 688만5912원이었다. 고덕강일4단지는 2019년 SH공사가 고덕강일지구에 처음 공급한 공공분양 단지로, 전용면적 49㎡ 345세대, 59㎡ 297세대 등 642세대로 분양됐다.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49㎡(공급면적 73㎡)의 경우 실제 3억8810만원에 분양됐는데, 분양 원가는 2억5227만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전용면적 59㎡(공급면적 87㎡)의 분양가는 4억6761만원이지만 원가는 3억395만원이다.
SH공사는 분양수익으로 980억5300만원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수익은 고덕강일4단지 임대주택 건설비로 260억1100만원 사용됐고, 지난 2019년 SH공사 임대주택 수선유지비(475억4500만원), 2019년 다가구 임대주택 매입 (244억9700만원) 등에 쓰였다.
이는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인근 아파트 단지의 분양가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난해 말 분양한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의 3.3㎡당 분양가는 약 2230만원, 올 초 분양한 고덕강일 제일풍경채의 분양가는 약 2430만원, e편한세상 강일어반브릿지의 분양가는 약 2390만원 선이다.
그러나 이번에 공개된 분양원가와 민간아파트 분양원가를 바로 비교하기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공공 아파트는 민간과 비교해 입지가 상대적으로 불리한 곳에 공급되거나 민간 소유 부지를 수용하는 경우도 있어 민간에 비해 땅을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적기 때문이다.
건축비 가격차도 상당하다. 힐스테이트 리슈빌 강일(전용 84㎡) 건축비는 3억~3억8000만원, 고덕강일 제일풍경채(전용 84㎡) 건축비는 3억9700만~4억1100만원, e편한세상 강일어반브릿지(전용 84㎡) 건축비는 4억1900만~4억4600만원 선이다. 이는 SH가 공개한 고덕강일 4단지 건설원가보다 절반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 기대만큼 분양원가 공개가 주택가격 안정화를 이끌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고분양가 논란은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분양 이후 아파트값은 이미 시장 가격 가까이 오르고 있어 원가 공개로 분양가를 낮춘다고 해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서울시와 SH공사는 내년 상반기 중에 사업정산이 완료된 마곡지구, 내곡지구, 세곡2지구, 오금지구, 항동지구 등 28개 단지에 대한 분양원가를 공개하고, 사업정산을 앞둔 마곡지구 9단지, 고덕강일지구 8·14단지, 위례신도시 A1-5BL·A1-12BL 등 5개 단지에 대해서는 내년 하반기 중 추가로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풍선처럼 부풀려진 주택분양가의 거품 제거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주택가격 안정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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