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기·가스·수도 물가 9.6%↑상품·서비스 등 전방위 파급 효과추경호 "6∼8월 물가 6%대 가능성"
한국전력은 지난 27일 7∼9월분 전기요금에 적용될 연동제 단가를 kW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연료비 조정단가 분기 조정 폭을 직전 분기 대비 kWh당 최대 ±3원으로 제한하던 것에서 최대 ±5원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변경된 데 따른 결과다.
이번 인상으로 4인 가구(월평균 사용량 307kWh)의 월 전기요금 부담이 약 1535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내달 도시가스 요금도 인상돼 서울시 기준으로 연중 가구당 평균 가스요금은 월 2220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현재 물가의 오름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4% 올라 2008년 8월(5.6%)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기·가스·수도 물가는 같은 기간 9.6% 올랐는데, 이는 집계가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최고 상승률이었다. 전기요금이 4월에 오르고 가스요금도 4월과 5월 연달아 오른 영향이다. 지난달 전기료와 도시가스가 각각 11.0% 올랐고 상수도료는 3.5%, 지역 난방비는 2.4% 올랐다.
물가 상승률 5.4% 가운데 전기·가스·수도의 기여도는 0.32%포인트였다. 전기요금은 산업활동에서 기본비용이고 소비자 생활에 밀접히 연관된 만큼 상품과 서비스 등의 물가에 전방위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전력·가스·수도 및 폐기물의 생산자물가는 1년 전보다 16.7% 올라 5개월 연속 10%대의 오름세를 보였다. 전력이 10.4%, 도시가스가 35.5%, 수도가 4.7% 올랐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지역경제보고서의 '최근 물가 상승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라 전체 기업의 69%는 제품·서비스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기료 등의 비용이 오를 경우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5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1년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3%로 2012년 10월(3.3%) 이후 9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기대인플레이션의 오름세는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기요금 협의 권한을 가진 기획재정부는 애초 인상 반대 기류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생산 원가 부담으로 한국전력이 올해 1분기에만 7조7869억원의 최대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인상을 거부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는 도로 통행료, 철도 요금, 우편요금, 광역상수도요금, 자동차 검사 수수료 등 나머지 공공요금은 동결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기요금 등도 오르면서 당분간 높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가가 당분간 6%대의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6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그리고 국제 곡물가가 급등해 그 영향을 저희가 필연적으로 받고 있다"며 "6월 또는 7∼8월에 6%대의 물가 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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