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조기상환 기념식서 '미래 비전' 선포내년 3분기부터 금융지주사 설립 본격 추진소형 비은행 금융사부터 증권·캐피탈 등 인수
임준택 수협중앙회장이 23일 수협의 미래 비전을 선포했다. 수협중앙회가 공적자금 상환이라는 커다란 숙제를 마친 만큼 자회사인 수협은행(이하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 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자산운용·증권·캐피탈 등 비은행 계열사들을 인수해 덩치를 키우고 수익구조를 다변화해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어업인들에 대한 지원도 확대한다.
임 회장은 이날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중앙회 본사에서 열린 공적자금 조기상환 기념식을 통해 '수협 미래 비전'을 선포하며 이 같이 밝혔다. 기념식에서는 임 회장을 비롯해 역대 중앙회장, 전국 91곳의 수협조합장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중앙회가 이번에 선포한 비전에는 ▲금융사업 지배구조 개편 ▲어업인·회원조합 지원 확대 ▲중앙회 사업 경쟁력 강화의 세 가지 중점 추진사항이 담겼다. 중앙회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길 예정이다.
우선 어업인을 비롯해 전국 91곳의 수협조합 지원 확대에 필요한 재원 마련을 위해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한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투입자본 대비 성장성과 수익성이 높은 자산운용사 등 소형 비은행 금융회사를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이후에는 증권사 등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M&A에도 나설 예정이다. 금융지주 설립시 은행 외 추가 금융회사 보유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수협은행과 경쟁을 하고 있는 국내 은행들은 대부분 지주사 체제를 갖추고 있다. 금융지주사들은 은행 뿐만 아니라 비은행 계열사들을 함께 보유하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은행만으로는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중앙회는 최근 경제 위기상황이 M&A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환경에서는 은행보다 비은행 업종의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다. 더구나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자금경색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부동산 PF 취급 금융기관 부실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즉 이 같은 위기 상황으로 인해 기업가치의 거품은 제거되고 M&A에 적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수협은행은 비은행 진출을 통해 사업구조를 다각화한 사례로 DGB금융지주를 들었다. 2011년 지주 설립을 마친 DGB금융은 거의 매해에 걸쳐 M&A를 성공시키며 공격적으로 사업확장을 했고 현재 증권, 캐피탈, 보험, 자산운용 등을 여러 자회사들을 갖고 있다.
중앙회는 금융지주 인가 요청을 위한 최소한의 자회사 요건을 갖추게 되면 내년 3분기부터 금융지주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금융지주 설립 이후에는 증권, 캐피탈 등 비은행 금융회사를 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해 2030년까지 사업 다각화를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어업인 지원도 확대한다. 그간 은행의 배당금 등은 오로지 공적자금 상환에만 사용해야 했지만 21년 만에 상환을 완료하면서 어업인 지원을 위해 쓸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중앙회는 2001년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공적자금(1조1581억원) 중 미상환 잔액 7574억원에 해당하는 국채를 지난 9월 예금보험공사에 전달함으로써 공적자금 상환 의무에서 벗어났다.
이에 중앙회는 어업인과 회원조합 지원 규모를 연간 2000억원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어족자원고갈·고령화·어가 인구 감소 등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친 수산업의 당면 위기를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기 위해서다.
어촌 정주 여건 개선과 어업인을 위한 교육, 장학, 의료 등 지원 규모는 연간 1000억원대로 확대한다. 지역 수산업 발전을 위해 수협 회원조합 경영지원도 연간 1000억원대로 늘려 조합의 적극적인 금융 활동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도 수산물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부산 최대 수산물도매시장인 부산공동어시장의 지분인수를 추진하고, 유통 단계 축소를 위한 비대면 온라인 플랫폼 구축·저가형 활어전문점 등 수산물 전문 프랜차이즈 사업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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