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LG 등 상장기업 4분기 적자 비상SK하이닉스, 영업손실 규모 9000억 예상10년 만에 적자···내년엔 DDR5·메타버스 기대 이노텍 제외한 LG전자도 적자···"내후년에나 회복"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4분기 영업손실을 예상한 10대 그룹 주요 상장사를 보면 SK하이닉스와 LG전자 외에도 LG디스플레이, 롯데케미칼, 삼성중공업, SK아이이테크놀로지, SK바이오팜 등이 포함됐다.
◇SK하이닉스 적자 9000억?···10년 만에 처음=세계 최대 메모리 기업 중 하나인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업황을 극복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 내다본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은 최대 9000억원의 영업손실까지 점쳐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분기 적자를 기록하게 되면 이는 2012년 3분기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4분기 영업적자는 9308억원을 기록하며 시장 컨센서스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객들의 반도체 재고 조정 강도가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고 노트북과 스마트폰의 성수기 효과도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수요 상황 속에서 경쟁업체의 시장 점유율 확대 노력이 더해지면서 4분기 D램과 낸드 고정가격은 전 분기 대비 각각 24%, 20% 급락할 것"이라며 "낸드 부문에서 재고평가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예상치를 더욱 하회하는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실적은 3분기부터 '경고등'이 들어온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가 집계한 3분기 전 세계 반도체 수익은 약 1470억 달러(약 198조원)로 전분기 대비 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인텔 등 상위 10개 업체 수익은 12% 이상 줄었고 SK하이닉스 수익도 26.2% 하락한 79억6700만 달러(약 10조7000억원)에 그쳤다. 하락폭은 삼성전자(-28.1%), 마이크론(27.7%)에 이은 세 번째 규모다.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사업부를 인수한 이후 출범한 솔리다임은 오히려 회사의 재무부담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SK하이닉스가 공시한 솔리다임의 적자 규모는 8716억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 손실액은 1009억원으로 1분기(-1574억원) 대비 개선됐으나 3분기 순손실만 6133억원으로 급증했다. 4분기도 흑자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낸드 가격이 15~20%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분기부터 이어진 제조사들의 공급 과잉에 고객사는 재고 조정을 이유로 구매를 줄이고 이에 따른 가격 하락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트렌드포스는 "낸드 제품 판매는 올해 말 전에 공식적으로 손실 영역으로 넘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경제 성장률 둔화와 IT 내구재 소비 감소, 재고 부담으로 메모리 가격 하락세와 실적 약세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특히 낸드의 경우 재고의 원가가 판가를 크게 밑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어 재고평가손실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내년에도 '반도체 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설비투자(CAPEX)를 올해 대비 50% 삭감하기로 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이다. 다만 시장 상황에 따라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차세대 D램 규격인 DDR5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인텔이 이르면 내년 초 DDR5를 적용한 신규 CPU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가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메타(전 페이스북)가 주도하는 메타버스에 애플의 참전까지 예상되고 있어 사측은 XR, VR 디바이스 등 미래 디바이스 성장을 기대했다.
당시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2023년은 DDR5 시장이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간 CPU 출시 지연으로 도입 시기가 늦어졌으나 고객 대기 수요가 형성됐고 최근 시황으로 가격 부담도 낮아져 내년 서버 고객의 DDR5 전환 확대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노 사장은 "XR, VR 디바이스 같은 경우 규모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지만 당장 내년에는 올해 대비해서 30% 이상 성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도 비슷한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수익성 악화' LG전자, 4분기 적자 예고=LG전자는 올 들어 3분기까지 연결 기준 매출액 61조6098억원, 영업이익 3조4817억원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6%, 영업이익은 5%가량 성장한 수치다. 숫자만 보면 사업 성장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연결 실적에 편입되는 자회사 LG이노텍을 제외한 TV, 가전 등 핵심 사업의 수익성은 올 들어 크게 저하됐다.
원재료 및 운반비 인상은 올 한해 부담으로 작용했다. 생활가전(H&A) 제품의 주요 원재료인 철강의 평균 가격을 보면 올 3분기는 2021년 대비 23.1% 상승했고, 같은 기간 레진은 21.3% 올랐다. 구리 가격은 42.3% 상승하며 원자재값 인상 부담이 가중됐다. 시장에선 통상 연간 운반비가 1조5000억원에서 올해는 4조원으로 뛴 것도 비용 증가 요인으로 평가한다.
또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의 평균 가격은 지난해는 전년 대비 47.5% 상승했는데 올 3분기는 작년보다 추가로 22.8% 하락해 수익성이 크게 둔화됐다.
하나증권은 2022년 LG전자의 별도 영업이익이 1분기에 반영된 일회성 이익 8700억원을 제외하면 1조520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 증권사 김록호 연구원은 "올해 운반비는 전년 대비 1조원 내외 증가했던 것으로 추산된다"며 "현재 중국 및 상하이 운임지수는 지난해 연말보다 각각 51%, 74%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3분기 연결 영업이익 7466억원 중 LG이노텍(4448억원)을 빼면 대략 분기 영업이익은 3000억원이다.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거둔 올 1분기에 LG이노텍을 빼고도 1조5000억원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에 그쳤다.
4분기 실적은 침울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가전 및 TV 사업의 역성장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자회사 LG이노텍 실적을 거둬내면 4분기 영업손실 전망이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은 LG전자가 4분기 본업으로 1960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추정했다.
시장에선 LG전자 가전 사업이 적자를 낸 것은 2009년이 마지막이란 평가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 이전으로 본다면 LG전자의 분기 기준 마지막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2019년 4분기다. LG전자 관계자는 "MC(스마트폰) 사업을 할 때 분기 적자가 났으나 현재 MC 사업이 없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LG그룹 관계사인 LG디스플레이도 4분기 합산 올해 적자 규모가 다시 1조원을 넘기게 됐다. 시장에서 추산하는 LG디스플레의 2022년 영업손실은 1조6800억원 규모다. 올 들어 2·3분기 연속 적자를 낸 이 회사는 4분기에도 4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낼 전망이다.
TV 수요 둔화에 대형 LCD 및 올레드(OLED) 패널 출하량 부진 여파가 크다는 평가다. 올해 글로벌 OLED TV 수요는 전년 대비 1% 감소한 670만대로 추정돼 처음으로 역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유럽의 OLED TV 수요 부진이 지속 되면서 LG디스플레이는 조만간 파주 공장의 생산 라인 일부를 가동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가전은 전 세계 경기 동향이 좋지 않고 코로나 수요가 빠지고 있는 상황이라 내년보단 내후년은 돼야 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디스플레이는 내년에 애플과 협상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애플이 패널 가격을 높이는 신기술 도입이 이뤄지고 있어서 내년 하반기 수요처 대응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jojolove7817@newsway.co.kr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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