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스틴베스트 하반기 ESG성과평가 발표KB·신한금융 'AA'·우리금융 'A'·하나금융 'BB'모건스탠리 등 글로벌사와 등급 엇갈려"금융사 규제 민감···정보 접근성 차이"
이러한 차이는 국내와 글로벌 평가기관 간 평가방식 등으로 인해 주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상이한 결과로 인해 어떤 지표를 신뢰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보다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ESG 평가 기반이 확립될 수 있도록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컨트로버시 이슈에 지주사 간 ESG등급 희비=7일 업계에 따르면 ESG 평가 및 데이터 분석기관인 서스틴베스트의 올해 하반기 상장기업 ESG 성과평가에서 전체등급 기준 KB금융지주는 'AA', 신한금융지주는 'AA', 하나금융지주는 'BB', 우리금융지주는 'A'등급을 받았다.
서스틴베스트는 매년 1000여개 상장 기업에 대해 ESG 관리 수준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평가 결과는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국내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ESG 투자에 활용되고 있다.
서스틴베스트는 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 요소와 위험을 평가해 기업의 경영 활동이 환경과 사회에 친화적이고 지배구조가 건전할수록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평가등급은 'AA, A, BB, B, C, D, E'의 7 등급으로 이루어진다.
연결 자산규모 2조원 이상의 대기업에서 이번 하반기 평가에서 'AA'등급을 받은 곳은 총 4개사다. 이 중 KB금융과 신한금융이 금융사들 가운데 이름을 올렸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전체등급 뿐만 아니라 규모별 등급에서도 'AA'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규모별 등급(자산총액 기준)은 인력이나 자본에서 유리한 대기업에게 규모에 걸맞은 기준을 제시하고 ESG 성과가 우수한 중견·중소기업들을 가려내기 위해 서스틴베스트에서 도입한 항목이다.
반면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이보다는 낮은 ESG등급을 받았다. 하나금융은 규모별 등급이나 전체 등급 모두 'BB'를 받았고 우리금융은 규모별 등급 'BB', 전체등급 'A'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이나 우리금융은 자산규모에 비해 ESG 성과가 다소 아쉽다는 뜻이다. 두 금융사들은 환경이나 지배구조에서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받았지만 평가기간 내 ESG 이슈와 관련 논란이 된 사안인 컨트로버시(Controversy) 이슈들로 인해 낮은 등급이 부여됐다.
서스틴베스트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는 환경이나 지배구조에서는 우수하다고 봤지만 계열사인 하나증권이 위법 거래로 14억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례나 라임자산운용 사태가 지속되는 부분, 하나은행의 옵티머스 및 헬스케어펀드 불완전판매 등 사회적 이슈들이 영향을 미쳤다"며 "우리금융지주 역시 환경 등의 부분보다는 횡령 사건 등으로 인한 컨트로버시 이슈들로 점수가 차감됐다"고 설명했다.
주요 4대 금융지주 외에도 BNK금융지주는 전체 등급 기준 'A', IBK기업은행은 'A', 카카오뱅크 'A'를 받았지만 규모별 등급으로는 모두 'BB'를 기록했다. JB금융지주는 전체 등급이나 규모별 등급이 'A'로 동일했다.
보험사 및 카드사들도 전체 등급과 규모별 등급에서 차이를 보였고 은행업권보다는 다소 낮은 등급을 받았다. 전체 등급으로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한화생명, 삼성카드가 'A'였고 규모별 등급은 'BB'였다. 삼성생명은 전체 등급과 규모별 등급 'B', 메리츠화재는 'BB'에 머물렀다.
금융지주사들이 그간 ESG경영에 관심을 갖고 사외이사 구성 등 시스템을 잘 갖춰온데다 보험사 및 카드사는 오너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등급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및 글로벌 평가기관, ESG등급 천차만별=이같은 금융사들의 ESG 성적표는 해외 기관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모건스탠리(MSCI)로부터 ESG등급 'AA'를 받았고 국내서 'BB'를 받은 하나금융도 'A'등급을 획득했다. 우리금융도 지난해 MSCI ESG 평가에서 종합 'AA'등급을 얻은바 있다. 글로벌 기관에서 상대적으로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또 다른 국내 ESG 평가기관인 한국ESG기준원(KCGS)에서도 KB금융이나 신한금융은 ESG등급 'A+'(환경·사회·지배구조 'A+')를 받았지만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ESG등급 'A'를 받았다. 우리금융의 경우 지배구조 부문에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B+'를 받았다. 이는 라임펀드 관련 중징계 등이 반영되면서 기존 'A'등급에서 'B+'등급으로 내려갔다.
이처럼 국내외 평가기관에 따라 ESG 성적 희비가 엇갈리는 이유는 기관별 정보 접근성의 차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평가기관들은 입수 정보에 한계가 있지만 국내 평가기관들은 각종 사회적인 이슈에 접근하기 쉽고 평가에도 글로벌 이슈들과 함께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즉, 금융당국의 각종 제재사항 등 상세한 내용을 파악하기에 국내 평가사들이 더 수월하다는 측면에서 좀 더 깐깐하게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국내 평가기관들은 금융사들이 횡령이나 불완전판매 등으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게 되면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사회에 미치는 파장 등을 고려할 수 있고 결론이 나온 이후 제재 사유, 범위 등을 평가에 담을 수 있다.
국내 한 ESG평가기관 관계자는 "국내 금융업권은 규제에 민감하지만 글로벌 평가기관들은 정보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보니 차이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예를 들어 글로벌사들은 최고경영자 승계를 이미 투명하게 운영하고 있어 당연한 항목이라 굳이 모형화하지 않지만 국내는 이같은 부분들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등 평가방법이나 가중치가 달라 결과도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ESG 평가 한계···"평가 방법론상 투명성 확보" 목소리도=각 기관들마다 결과가 상이하다보니 어떤 평가지표를 믿어야할지 혼돈이 올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국내외 ESG 투자 현황 및 건전한 투자 생태계 조성을 위한 시사점'를 통해 ESG의 평가 문제를 크게 평가 범위의 다양성과 불완전한 정보 활용 문제로 봤다.
우선 ESG 평가의 가장 큰 한계는 ESG가 포괄할 수 있는 영역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다. ESG 평가는 전반적으로 개별 카테고리 내 평가지표가 표준화되어 있지 않고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ESG 평가 활용을 통한 투자의 강건성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평가지표를 확정하고 일관성을 확보하더라도 아직 매우 불완전하고 불충분한 정보나 대부분 획득 가능한 정략적 정보에만 의존해 지표를 산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핵심적인 정보라도 기업 차원에서 공시된 내용이 없거나 확인 가능한 내용이 부실하면 정보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평가 자체의 강건성도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국내 대표적 ESG 평가기관들의 평가는 요소나 방법론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거나 기관 간 평가요소와 방법론 상의 차이가 커 결과도 상이하다고 언급했다. 이로 인해 평가 결과도 비교가 힘들다는 분석이다.
결국 ESG 정보공개와 평가에 대한 투명성이 강화되어야 투자자들의 혼란을 막고 ESG 투자에 대한 시장의 믿음을 확보함으로써 ESG 투자의 장기적이고 건전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는 풀이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의 핵심 ESG 관련 공시요건을 지속적으로 정비해 보다 정확하고 일관성 있는 ESG 평가 기반이 확립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더불어 ESG 평가를 제공하는 기관들의 평가 요소와 기업정보 활용, 등급 산출 등 평가 방법론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적 수단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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