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년 전 라이트 형제의 첫 번째 비행이 인류 역사를 화려하게 바꿨던 것처럼 저희 뉴스웨이도 2023년 한 해 동안 독자 여러분들의 슬기로운 경제생활에 날개를 달아주는 역할을 충실히 하겠습니다.
저는 매년 새해 첫날의 루틴이 있습니다. 가족과 함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신년 음악회를 관람하는 것입니다. 이런저런 현실적 한계 탓에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에 직접 가지는 못하지만 극장이나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이 음악회를 감상하며 새해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매년 이 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곡은 요한 슈트라우스 1세가 작곡한 라데츠키 행진곡입니다. 클래식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첫 소절을 들으면 '아, 그 곡'이라고 무릎을 치는 곡이죠. 이 곡이 연주될 때는 모든 관객들이 박수를 힘차게 치는 것이 일종의 규칙입니다.
관객들은 한 해를 시작하는 첫 번째 날에 경쾌하게 울려 퍼지는 힘찬 박수 소리로 모든 이들의 소원이 이뤄지길 희망하며 열심히 박수를 칩니다. 물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시종일관 박수를 치지는 않습니다.
자본시장으로 돌아와 볼까요. 최근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주요국의 증권 시장이 새해를 맞아 개장했기 때문이죠. 지난 2일 대한민국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등에서 일제히 거래를 시작하는 개장 벨이 울렸습니다.
개장 벨이 울리는 순간 증시 관계자들은 새해 증시가 황소 뿔처럼 우직하게 솟기를 기원하며 박수를 칩니다. 하지만 그 박수가 무색하게 한국과 미국 모두 새해 첫 거래일 증시 전광판에 파란불을 켰습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겠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우리 증시가 새해 첫 거래일을 다소 우울하게 시작했지만 모든 투자자들이 박수를 치며 증시 전광판을 행복하게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박수를 칠 수 있게끔 증시를 관리하는 감독당국이 제 할 일을 제대로 해준다면 박수가 절로 나올 수 있겠지요.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2일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올해 우리 자본시장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이자 중점적으로 추진할 핵심 사업 방향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첫 손에 꼽았습니다.
사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해묵은 숙제입니다.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리스크 요인을 고려한다면 짧은 시간에 해결하기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일부분은 시장 안팎 관계자들의 노력이 따라온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여전히 후진적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일부 기업들의 폐쇄적 지배구조와 잊을만 할 때마다 터지는 회계 부정, 선진 자본시장보다 턱없이 적은 주주 배당 규모, 비효율적인 자산 운용 방식 등은 한국 자본시장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먹는 악재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 악재들은 자본시장 안팎의 관계자들이 얼마든지 스스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해결 못할 것이 없는 숙제라면 얼른 해결해야 하는 것이 옳습니다.
우리 스스로 악재를 지우는데 성공한다면 이후의 일은 감독당국의 몫이 될 것입니다. 과거보다 달라진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모습을 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당국의 일이겠지요. 결국 시장 관계자들 모두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코리아 프리미엄'이 생길 것입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지우고 코리아 프리미엄이 형성된다면 우리의 자본시장은 토끼처럼 껑충껑충 뛰어다닐 것입니다. 코리아 프리미엄 만들기는 혼자의 힘으로 결코 할 수 없는 일인만큼 시장 안팎에 손과 발을 담그고 있는 이들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진, 시장을 관리·감독하는 당국,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언론, 편협하지 않은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각이 혼연일체를 이룬다면 코리아 프리미엄의 형성은 현실이 될 것입니다.
올해 마지막 증시 거래일은 12월 28일입니다. 시간은 많습니다. 탁상공론이 길어지면 숙제 해결은 또 내년으로 미뤄질 것입니다. 마지막 거래일 폐장 벨을 누르면서 스스로에게 자축의 박수를 치고 싶다면 이제 증시를 움직이는 사람들 모두가 움직여야 할 때입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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