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부 대학들은 이런 분들을 상대로 박사 학위를 남발한다. 박사 학위 수여가 무슨 거래나 장사쯤으로 전락한 것이다. 기실 박사 학위란 학문의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 비유하자면 박사 학위 취득은 '연구의 바다'를 홀로 항해할 수 있는 나침반 정도를 손에 쥔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국내 기업들의 ESG 경영도 앞서 언급한 박사 학위 취득과 유사한 것 같아 안타깝다. 즉 ESG 경영의 목적이 관련 규제나 평가, 인증 등 이른바 ESG 3종 세트에 대응하는 것으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ESG 경영의 목적이 '공급망 ESG 실사 지침', '탄소 국경세' '각종 ESG 평가', 'ESG보고서 작성' 등과 같은 국내외 규제나 평가 등에 대응하는 것 위주로 흘러간다. 물론 ESG 경영에서 앞서의 3종 세트를 간과할 수 없고 그에 대응하는 것에 그친다 해서 ESG 경영이 아닌 것은 결코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규제나 평가, 인증 대응이 ESG 경영의 최종 목적지로 둔갑하는데 있다. 이렇게 되면 서두에서 언급했듯 ESG경영과 박사 학위 취득 목적과 닮은꼴이 돼 버린다.
주지하듯 ESG에는 위험과 기회 양 측면이 존재한다. 즉 ESG요소들을 인사관리, 재무회계, 마케팅, R&D, 생산관리, 전략기획, 공급망 관리 등 전통적인 경영 행위 속에 내재화해 실행함으로써 관련 위험들을 낮출 수 있다. 이것은 '위험관리'로서의 ESG이다.
예컨대 기후 위기와 탄소중립 시대에 ESG 경영의 렌즈를 통해 기업은 관련 규제 방향이나, 시장 트렌드 변화로부터 예상되는 위험요소들을 선제적으로 파악해 대응할 있기에 위험 관리적 측면이 있다. 즉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을 원천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ESG경영을 통해 사업 기회 등을 창출하고 확대함으로써 궁극적으로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 즉 친환경 탈 탄소 지향의 기술 변화, 금융 및 투자자들의 ESG 확대,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변화와 새로운 시장 도래를 사전에 감지해 그와 관련된 제품 개발, 마케팅, 사업 전략 추진 등에 선제적으로 자원을 배치한다면 신제품 출시를 통한 신시장 탐색과 진입, 신수익 모델을 통한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기업성장을 도모할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ESG가 갖는 기회 측면이다.
또한 기업경영은 규제 대응 너머의 그 이상 그 무엇을 추구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경영 분야, 즉 인사관리, 재무회계, 공급망관리, 생산관리, 마케팅 등 각 분야에도 관련 규제들이 각각 존재한다. 하지만 기업들은 해당 규제 대응 완수를 그것의 목적으로 설정하지 않는다.
만일 규제 대응을 기업 경영의 최대치로 설정한다면, 그런 기업은 인사, 마케팅, 생산 등 분야에서의 차별화 전략에 실패해 결국 망할 것이다. ESG도 마찬가지다. ESG 규제 대응을 ESG경영의 전부 인양 이해하고 추진한다면 그러한 기업들의 ESG는 전략화 차별화에 실패하여 결국 기업경영 전반에 아무런 플러스 알파가 되지 못한다.
여러번 강조하지만 ESG는 일시적 유행이 결코 아니다.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글로벌 경제와 자본시장의 키워드로 남아 기업경영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후위기와 양극화 심화가 그 근본적이며 일차적인 이유이자 배경이지만, 동시에 지정학적 측면도 존재한다. 즉 ESG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대 중국 견제 의도가 숨어 있다는 점이다. 부연하자면, ESG는 '고급스럽고 우회적인 중국 배제 전략'인 셈이다.
즉 탄소중립, 환경 부하 저감, 투명성 제고,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의 가치 확대를 통해 기업 및 경제에 있어서 '가치의 새판'을 짬으로서, 지난 30여년 탄소 중심, 환경 훼손, 불투명성, 획일성 등을 경쟁력으로 하여 글로벌 초강대국으로 도약했던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서방의 숨은 의도가 깔려 있다. 향후 미중 패권경쟁이 치열해 질수록 이러한 서방의 전략은 더욱 강화되고 고도화할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에게 ESG경영은 피할 수 없는 미래, 예정된 미래, 혹은 이미 옆에 와 있는 미래의 경영 패러다임이다. 기업들은 향후 ESG의 파고를 넘지 못하면 경영에 내재하는 위험과 기회를 충분히 관리해 나갈 수 없다.
아울러 ESG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규제 너머의 경영행위'이고 단순한 위험관리 측면만이 아니라 기업들에게 미래 신시장과 새로운 수익모델을 가져다줄 수 있는 '경영의 새로운 수단'이 될 것이다. 박사학위 취득이 학문의 완성이 아니듯 ESG 3종 세트 달성 역시 ESG 경영의 완성은 아니다. 단지 출발점에 선 것뿐이다.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면 안 된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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