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플랫폼서 소비자와 소통하고 '신한 시나몬' 등 플랫폼 구축에도 만전 "MZ세대 이해하는 플랫폼이 시장 주도"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23일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금융정보를 제공하는 세미나를 진행했다. 지난해 SKT와 체결한 전략적 파트너십의 일환이다. 이날 행사는 가상공간 '랜드'에 있는 스크린을 통해 라이브 방송을 송출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30분 동안 진행된 세미나엔 랜드 최대 접속자 수인 130명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은행권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행사를 개최하는 수준을 넘어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도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선두주자는 신한은행이다. 이 은행은 연초 국내 금융권 최초로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3'에 부스를 꾸려 자체적으로 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을 소개했다. NH농협은행도 지난해 메타버스 플랫폼 '독도버스'를 내놓고 운영 중이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친 말로, 현실이 아닌 가상 세계를 뜻한다. 쉽게 말하자면 3차원 싸이월드다. 메타버스는 코로나19 대확산과 맞물려 주목받았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비대면 활동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관련 주가는 치솟았고, 기업은 물론 정부 기관까지도 관련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금융권은 메타버스를 통해 비대면 소통을 강화했다.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시공간 제약 없이, 아바타를 통해 현실보다도 더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어서다. 하나은행은 시중은행 최초로 메타버스에 연수원을 짓고 신입행원 수료식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연수원을 가보지 못한 신입행원들이 메타버스에 직접 연수원을 만든 것이다. 수료식에는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아바타 캐릭터로 참석해 신입행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도 메타버스에 은행 주요 건물을 구성, 신입행원 연수 개강식을 열고 신입행원들이 아바타를 통해 선배들과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우리은행은 소상공인이 일대일 금융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영업점을 메타버스에 구축했다.
전세계적으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본격화됐지만 은행권이 여전히 디지털 전환을 강조하는 이유는 생존 때문이다. 젊은 층이 소비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비대면 거래가 일반화돼서다. 지난해 12월 우리금융연구소는 MZ세대(1981~2010년 출생) 10명 중 6명이 최근 3개월간 은행 영업점을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2개 이상의 금융 앱을 사용하는 멀티유저(multi-user) 비중은 97.6%였다.
은행권은 내방객 감소를 영업점 통폐합으로 대응하고,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선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전략그룹을 확대·재편했고 NH농협은행은 DT(디지털 전환) 부문을 신설했다. 하나은행은 ICT(정보통신기술) 본부를 새로 조직했다. 올해엔 디지털 플랫폼을 두고 각 은행 간 더욱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물론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2의 전성기가 올 것이란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 메타버스는 아직 초기 시장이고 올해부턴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새롬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MZ세대는 고객의 흥미와 참여를 유발하기 위해 기획된 게임형 부가서비스와 이벤트에 대해 높은 참여와 만족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향후 금융시장은 MZ세대 고객을 잘 이해하고 우수한 평가를 받는 플랫폼이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은행 관계자 역시 "메타버스는 시공간적 제약이 없어서 고객들이 자유롭고 편하게 은행에 접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금융 세미나를 월 1회 정기 세미나로 이어나가 고객들과 접점을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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