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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KAI "물 들어올 때 노 젓자"···'1.5조원' R&D 승부수

산업 중공업·방산

KAI "물 들어올 때 노 젓자"···'1.5조원' R&D 승부수

등록 2023.03.20 15:38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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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형 신 플랫폼 개발' 목표···6개 대형 프로젝트민간기업이 우주산업까지···KAI '경쟁력' 약화 우려소프트웨어 분야 역량 강화···"미래사업 위한 채용"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조50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승부수를 던졌다.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겠다"는 강구영 KAI 사장의 발언 속에서 독자생존에 대한 결연한 의지가 드러난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AI는 본격 성장을 위해 '미래형 신 플랫폼 개발'을 목표로 6개 대형 프로젝트를 가동한다.

6대 사업은 △차세대 무기체계(6세대 전투기) △수송기(친환경 항공기) △차세대 고기동 헬기 △민·군 겸용 미래항공기체(AAV) △독자위성플랫폼·위성서비스 △우주 탐사·모빌리티 활용 솔루션 등이다.

이를 위해 KAI는 향후 5년간 제품 개발에 7100억원, 새로운 플랫폼 개발에 4600억원, 미래 신기술 확보에 3300억원 등 총 1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후 2027년부터 2032년까지 3조원을 추가 투자하고, 2033년부터는 매년 매출의 5~10%를 R&D에 투여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대박' 자신감···'미래 먹거리' 소프트웨어 역량 집중
긴 침체기를 견뎌낸 KAI는 올해 실적 '대박' 자신감을 드러내며 조(兆) 단위의 대규모 R&D 투자를 예고했다. K-방산이 본격 성장궤도에 오른 만큼 군수·민수 수출을 확대해 투자자금을 확보하고 향후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R&D의 대한 KAI의 진심은 지난해 12월 강구영 사장 취임 석 달여 만에 단행된 조직개편에서도 엿볼 수 있다.

KAI는 경영 효율화 목적으로 기존 임원 및 조직 수를 20% 이상 감축하면서도 글로벌 항공 우주 트렌드를 선도하겠다는 목표 하에 무기 체계와 미래 비행체 R&D를 주관하는 '미래 융합 기술원'을 설립했다.

특히 KAI는 단순히 완제기나 항공기 부품 등 하드웨어 분야의 역량만이 아니라 이를 보조하는 인공지능(AI)·빅데이터·메티버스·증강현실 등 소프트웨어(SW) 분야의 역량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항공우주산업이 점차 소프트웨어 역량의 고도화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오는 27일까지 진행되는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개 채용에서는 연구개발직군에 해당하는 4개가 SW 관련 분야라는 점이 눈에 띈다. KAI는 조직개편 당시에도 SW 개발팀 등 핵심 기술 R&D 조직의 일부를 수도권으로 전진 배치해 우수 인재 확보에도 나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KAI 관계자는 "이번 채용은 미래 사업을 위한 것으로, SW 개발에 집중하게 됐다"며 "수도권 연구소 운영 및 내부 인재관리 체계를 강화해 우수 인재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긴 침체기에 경쟁력 약화···잇단 고배에 '위기감' 고조
'2050년 매출 40조원, 톱 7 우주항공기업'이라는 미래 비전을 제시한 KAI가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 이유는 '위기감'에서 비롯된다. 홀로서기를 선언한 KAI는 계속해서 불붙는 매각설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중장기적인 '독자생존' 역량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대 호황을 맞고 있는 국내 방산업계에서는 민간기업이 우주산업까지 보폭을 넓히는가 하면 인수합병으로 사업재편에 나서는 등 한화발(發) 큰 판도변화가 예상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의 방산 부문과 한화디펜스를 흡수 합병해 오는 4월 통합법인 출범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향후 함정 등 특수선 사업을 하는 대우조선해양까지 품게 되면 우주와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방산기업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특히 '한국판 스페이스X'를 목표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AI와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 2021년 '오너 3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이끄는 그룹 내 우주 사업 협의체인 스페이스허브(Space Hub)를 출범시키면서 우주항공 분야에 앞으로 5년간 약 2조6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 쎄트렉아이 등이 참여한다.

탄탄한 자금력을 갖춘 민간기업들이 우주항공산업에 대거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자 KAI의 위상도 예전만 못한 상태다. 최근 수주 경쟁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면서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AI는 지난해 누리호 고도화사업 발사체 총괄 주관 제작 사업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경쟁했지만 결국 탈락했다. 미국의 GPS(위성항법시스템) 같은 독자적인 시스템을 개발하는 한국형(KPS) 사업에서도 10년 넘게 손을 떼고 있던 대한항공에 밀려 자존심을 구겼다.

강구영도 KAI의 지난 7년을 '침체기'로 평가하면서 내·외부 악조건에 따라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가 늦어졌다고 고백했다.

강 사장은 "취임 후 'KAI는 한국형 전투기(KF-21) 이후에는 미래가 없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며 "그동안 사장이 자주 바뀌고 장기 투자가 힘들어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사업 부분에서 경쟁업체에 비해 시장 진출이 4~5년 정도 늦은 상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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