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런 중고거래 플랫폼을 악용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되파는 것이 목적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저렴하게 파는 게 아니라, 한정판이나 구하기 힘든 상품을 원래 가격보다 비싸게 판다. 사람들은 이런 이들을 '되팔이'라고 속되게 부른다.
과거에는 주로 나이키 신발, 레고 등의 한정판이 주요 되팔이 품목이었으나 지금은 그 리스트가 다양해졌다.
최근 되팔이들의 표적이 된 것은 넥슨 최고의 인기 게임 던전 앤 파이터 아트북 '진각성'이다. 아트북 '진각성'은 4월 10일 사전 예약 개시 후 10분 만에 준비한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
한정판으로 출시된 아트북 '진각성'에는 다양한 게임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쿠폰이 들어 있어 게임유저들에게 큰 관심을 모았기에 빠른 매진은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사전 예약이 마감된 뒤 중고거래 사이트에 되팔이가 등장했다. 아트북 '진각성'의 가격은 8만5000원이었지만 되팔이가 제시한 가격은 두 배에 가까운 15만원에 달했다. 되팔이의 싹쓸이로 선량한 게임유저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다행히도 넥슨 측이 즉시 아트북 '진각성'의 증쇄를 발표하면서 되팔이의 폭리 시도는 종료됐다. 판매하겠다고 올렸던 글도 삭제됐다.
지난 2월에는 LG전자 노트북 '그램'의 뉴진스 한정판 'LG 그램 스타일 뉴진스 리미티드 에디션 빅버니(이하 뉴진스그램)'가 되팔이 상품으로 나왔다. 뉴진스그램의 가격은 249만원이었지만 되팔이로 나온 가격은 최대 500만원에 달했다.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와 협업한 상품들도 되팔이의 단골손님이다. 지난해 5월 출시된 삼성전자 한정판 무선이어폰 '갤럭시버즈2 포켓몬 에디션'은 배송도 되기 전에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왔다. 당연히 웃돈도 붙었다.
지난해 2월에는 SPC삼립에서 재출시한 포켓몬빵이 이슈였다. 빵 자체가 아닌 빵과 함께 들어 있는 띠부씰이었다. 포켓몬 캐릭터 띠부씰을 모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포켓몬빵을 사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다. 이에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포켓몬빵을 파는 글들이 줄을 이었고, 띠부씰만 파는 사람도 많았다.
6개월 뒤인 8월에는 성경식품에서 포켓몬김을 내놓아 대란을 이어갔다.
스타벅스의 굿즈들도 되팔이 상품으로 자주 올라온다. 커피를 마시는 게 목적이 아니라 굿즈만을 노리는 이들도 있다. 2020년 5월 스타벅스에서 '서머 레디 백'을 한정판으로 내놓았을 땐 커피 300잔을 주문하고 레디 백 17개만 받고 돌아간 사람도 있었을 정도.
같은 해 여름 할리스에서 내놓은 '폴딩카트'도 난리였다. 이러한 굿즈들 역시 중고거래 플랫폼에 줄줄이 올라왔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중고거래 플랫폼을 검색하면 스타벅스 '서머 레디 백'과 할리스 '폴딩카트'를 판매하는 최근 글을 볼 수 있다.
되팔기 위해 다른 구매자의 기회를 박탈하고 고가의 이윤을 남기는 것이 정상적인 거래행위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되팔이들을 처벌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오'다. 현행법엔 개인 간 거래로 되파는 행위를 처벌할 조항이 없다. 대량으로 판매할 경우 처벌 가능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량의 기준이 없다. 실질적으론 도덕적인 비난만 가능하다. 다만 건강식품, 의약품, 의료기기, 해외직구 상품 등의 되팔이는 처벌된다.
법의 빈틈을 파고든 되파는 행위는 '리셀(resell)'이라는 영어 표현으로 포장되고 있다. 되팔이는 자연스럽게 '리셀러'라는 마치 하나의 직업과 같은 거창한 이름을 얻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되팔이는 엄연히 부정한 행위다. 법이 막아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막아야 한다. 막는 방법은 매우 쉽다. 되팔이들이 더 이상 부당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그들이 파는 상품을 사지 않으면 된다. '너무 갖고 싶으니 나 하나쯤 사도 되겠지'라고 생각한다면 되팔이를 근절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뉴스웨이 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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