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영 지분 100% '올품' 부당 지원···2017년 공정위 타깃 돼올품·한국바이오텍 통해 하림지주 지배···승계 사실상 마무리2021년 공정위 과징금 철퇴 맞자 장남 JKL파트너스로 이동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하림그룹을 겨냥한 것은 지난 2017년이다. 당시 김 회장이 올품 지분을 준영 씨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편법이 있었고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로 올품을 키웠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상조 당시 공정위원장은 하림그룹이 총수 사익편취를 위해 계열사를 동원한 정황을 파악하고 직권조사에 나섰다.
김홍국→김준영 '올품' 지분 증여 과정 논란
김 회장은 2012년 제일홀딩스를 중간지주사로 만드는 과정에서 준영 씨에게 비상장 계열사인 한국썸벧판매(현 올품) 지분 100%를 증여했다. 이때 준영 씨는 증여세 100억원을 납부했는데, 이 증여세를 자신이 보유한 올품 주식 6만2500주를 유상 감자해 마련했다. 본인 회사 주식을 팔아 마련한 것으로 사실상 회사가 증여세를 대신 내준 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하림그룹은 준영 씨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는 올품을 부당지원한 의혹도 받았다. 올품은 동물용 약품 제조·판매사다. 준영 씨가 올품 지분 100%를 물려받은 이후 하림 계열사들이 정상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이 회사와 거래하는 방식으로 부당 이득을 챙기는 것을 도왔다는 혐의를 받았다. 배합사료 제조 계열사도 제조사로부터 직접 구매하던 사료 첨가제를 올품에서 구매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올품은 구매 금액의 3%가량을 중간 마진으로 챙겼다.
이처럼 올품은 계열사 지원을 통해 매출액 3000억원대의 알짜 계열사로 성장했다. 올품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매해 7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부거래를 통해 올렸고 공정위의 수사가 시작된 2017년부터 거래액을 줄였다. 2021년 말 공정위는 하림 계열사가 올품을 부당 지원하고 부당한 이익을 챙기게 했다며 하림지주를 비롯한 계열사와 올품에 과징금 총 48억88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하림그룹 승계는 지주사인 하림지주의 지분 대부분을 준영 씨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이다. 이는 올품과 한국바이오텍을 통해 준영 씨가 하림지주를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만 봐도 알 수 있다.
하림지주는 2022년 12월 31일 기준 김홍국 회장이 22.1%로 최대주주에 올라있다. 이어 한국바이오텍이 16.69%, 올품 5.78%, 김 회장의 배우자인 오수정 여사가 2.52%를 보유 중이다. 이 중 올품은 준영 씨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 개인 회사나 다름없고 올품은 한국바이오텍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올품과 한국바이오텍이 보유한 하림지주 지분을 합치면 22.47%로 김 회장(22.1%)보다 많다.
장녀 김주영 지주사 이사에, 장남 김준영 경영 수업 잠정중단
김홍국 회장과 오수정 여사 사이에는 딸 김주영·현영·지영 씨와 아들 김준영 씨가 있다. 이들 자녀 중 장녀 김주영 씨는 하림에서 일하고 있다.
주영 씨는 미국 에모리대학교와 시카고대학교 비즈니스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외국계 기업인 IBM에서 근무하다 2015년 하림그룹으로 들어왔다. 2018년부터는 하림펫푸드 마케팅팀 팀장으로 일했고 2020년에는 하림푸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2021년 들어서는 하림지주 이사로 이름을 올려 김 회장 자녀 중 가장 빨리 지주사 임원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지난해에는 하림펫푸드 등기이사로도 선임됐다.
준영 씨는 누나와 같은 에모리대학교에서 마케팅 및 재무 학사, 비즈니스스쿨까지 졸업했다. 2018년부터 하림지주 경영지원실에 입사해 2021년까지 과장 직급으로 근무하면서 경영 수업을 받았다.
준영 씨의 경영 수업은 2021년 하림그룹이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철퇴를 맞으면서 잠정중단됐다. 현재 준영 씨는 하림지주를 떠나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에서 시니어 매니저로 근무 중이다. 준영 씨가 회사를 떠난 시점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정위의 결과가 나오기 전에 적을 옮긴 것으로 전해진다.
준영 씨가 JKL파트너스로 자리를 옮기게 된 데는 과거 하림그룹이 팬오션을 인수할 때 맺었던 인연이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림그룹과 JKL파트너스는 2015년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1조원 이상을 투자해 팬오션을 인수했다. 준영 씨는 아직까지 JKL파트너스에서 투자 및 포트폴리오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김홍국 회장 지주사 지분·준영 씨 복귀 시점 주목
재계는 김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준영 씨에게 넘겨주는 일과 준영 씨가 복귀해 경영일선에 나서는 것을 승계의 남은 과정으로 보고 있다.
하림그룹은 2020년 4분기 신규 계열사로 준영 씨가 대표로 있던 제이에이치제이를 편입했다. 김 회장이 준영 씨에게 작은 계열사 대표를 맡기면서 경영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 설립된 자본금 1억 원 규모의 비주거용 부동산 관리 회사다. 사업목적은 매출채권 대금 회수, 부동산 매매 및 임대업, 의복 및 신발 소매업 등까지 다양하다.
사내이사로는 준영 씨 한 명만이 등재돼 있다. 주주에 관한 사항은 드러나 있지 않지만, 공정거래법에서는 동일인이 단독으로 또는 동일인관련자와 합해 총 출연금액의 3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최다출자자가 되는 경우 해당 법인을 기업집단 계열회사로 간주한다. 따라서 김 회장을 비롯해 준영 씨가 주주로 참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제이에이치제이가 하림그룹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도 관심사다.
준영 씨는 1992년생으로 올해 나이가 32세에 불과하고 누나인 주영 씨 또한 1988년생으로 36세 젊은 나이다. 하지만 준영 씨와 또래인 CJ그룹의 이선호 경영리더나, 농심의 신상렬 상무 또한 회사 내부에서 요직을 맡고 있다. 준영 씨가 언제 다시 하림그룹으로 돌아와 경영 수업을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하림그룹을 준영 씨에게 넘겨주기 위한 작업이 김 회장의 지분 증여 정도만 남아 있는 만큼 준영 씨의 복귀 시기가 곧 하림그룹의 승계가 재개되고 또 본격화하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스웨이 김민지 기자
km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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