全금융권 동참하는 'PF 대주단' 열었지만대규모 출혈 가능성에 업권 반응은 '냉랭' 상생금융, 건설업 지원···정부 요구에 분통
부동산 시장 리스크 대응을 위해 가동되는 금융권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주단 협의체를 놓고 업계 전반에서 원성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사업의 위험성을 결코 가벼이 볼 수 없을뿐더러, 정부가 정책 실패 책임까지 민간 기업에 고스란히 떠넘긴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은행부터 상호금융까지···3780곳 참여 'PF 대주단' 가동
금융당국은 27일 은행연합회에서 협약을 맺고 전 금융권이 참여하는 'PF 대주단 협약'을 가동했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처음 제정된 협약은 부동산 경기 하강에 따른 부실에 대비하고자 기획됐다. 채권단은 협약을 근거로 리스크 우려가 있는 사업장에 대한 ▲만기 연장 ▲채무조정 ▲출자전환 ▲신규 자금 지원 등 방안을 합의하게 된다.
대상 사업장은 3개 이상 채권금융기관이 참여하면서 총 채권액이 100억원 이상인 곳이다. 채권단은 시행사나 채권금융기관으로부터 신청을 받으면 자율협의회를 통해 공동관리 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4분의 3 이상 동의)한다. 단, PF 사업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시행사·시공사의 분양가 인하 등을 전제로 지원을 하게 된다.
특히 올해는 참여 기관이 총 3780곳으로 크게 늘었다. 2012년 이후 10년 만에 협약을 개편함으로써 기존 은행·증권사·보험사·여전신전문회사·저축은행에서 새마을금고와 농협·수협·산림조합, 신협 등 상호금융권까지 확대하면서다.
동시에 당국은 인센티브도 내걸었다. 금융사가 일정 기간 여신을 정상 상환하는 곳의 자산건전성 분류를 상향할 수 있게 하고, 채권재조정 또는 신규 자금 지원에 대해선 업권별 규제 한도를 한시적으로 완화토록 하는 게 대표적이다. 고의·중과실 등이 아니라면 임직원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모두의 책임'된 PF 리스크···"과도한 요구 부담" 지적도
다만 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신청이 빗발친다면 상당한 출혈이 불가피해서다. 이미 '상생금융'을 기치로 수조원대 지원책을 내놓은 금융사로서는 또 다른 짐을 짊어지게 됐다는 데 우려가 큰 것으로 감지된다.
실제 전국 PF 사업장 3600여 곳(작년 12월말 기준) 중 '양호'가 아닌 '보통'이나 '악화 우려' 등급을 받은 사업장은 약 500개에 이른다. 또 작년말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29조9000억원으로 전년의 112조6000억원보다 17조3000억원, 연체율은 0.37%에서 1.19%로 각각 뛰었다. 이 가운데 지원을 이어갔다간 일부 금융회사는 자칫 1조원에 가까운 리스크를 질 수 있다는 얘기다.
모든 업권이 PF 리스크에 노출된 것도 아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작년말 기준 35개 증권사의 연체율은 10.38%로 전년 대비 6.67%p 급등했고, ▲여전사 2.20% ▲저축은행 2.05% ▲보험 0.60% 등 다른 업권도 두드러진 변화를 보였다. 반면 은행권은 0.03%에서 0.01%로 내려갔다.
은행을 제외한 다른 업권의 경우 지난 몇 년간 브릿지론 영업에 치중한 게 독이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통상 자본 여력이 없는 시행사는 2금융권으로부터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사업부지 매입 등에 쓰고 인허가를 받으면 은행으로부터 담보대출을 받아 이를 상환한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늘고 금리까지 치솟으면서 대출을 해결하지 못하는 회사가 속출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금융권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과거 저축은행 파산 사태로 모든 저축은행의 예금자보험료가 높아졌듯, 이번에도 특정 업권의 실책을 모든 전 금융권이 나서서 수습하게 됐다는 이유다.
일각에선 정부가 자신들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금융권에 필요 이상의 부담을 지우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규제지역 대부분을 해제하고 대출 규제를 푸는 등 정책을 쏟아내고도 부동산 시장을 되살리지 못하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금융권에 건설업 지원을 강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상 등 대내외 여건으로 집값이 하락했다고 하나, 여전히 소비자의 눈높이엔 부합하지 않는 수준"이라며 "수요가 위축된 현 상황에 부실한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자금 지원 요구는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으라는 것밖에 되지 않으며, 경제논리에도 맞지 않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사마다 사정이 달라 생각보다 협상이 수월하지 않다"면서 "새롭게 가동된 협약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지켜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