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청구서'가 곧 날아올 예정이다. 이달 4일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금융 지원 실적'에 따르면 원금이나 이자 납기가 연장된 대출의 잔액은 36조6206억원이며 건수는 25만9594건에 달한다.
지난 2020년 4월 코로나19가 한참 전 세계를 뒤덮었을 당시 정부에서는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을 위해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를 시행했다. 당초 지원 종료 시점은 2020년 9월이었지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정상화 준비를 위한 연착륙 기간을 부여하고자 5차례 더 연장됐다.
이는 근원적 해결책이라기보다는 사실상 '폭탄 돌리기'에 가까웠다. 이자 상환 유예 조치만이라도 예외 시켜달라던 은행권의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부실 규모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작년 9월에도 한 차례 더 연장됐다.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대출 만기를 금융권과의 자율 협약에 따라 최장 3년 연장할 수 있도록 했고 상환 유예는 최장 1년 미뤄졌다. 올해 별다른 조치가 없다면 이자 상환 유예는 9월 종료될 예정이다. 약 37조원 짜리 빚 폭탄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재 은행권의 연체율도 고금리,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심상치 않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은 0.36%로 전월 대비 0.05%포인트 올랐다. 이는 2020년 8월(0.38%)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여기에는 코로나19 관련 대출은 포함되지 않았다. 올해 9월 코로나19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연체율 급증 등 은행들의 건전성에도 악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최근 금융지주사들이 평년보다 충당금을 더 쌓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19 금융지원을 무작정 연장할 순 없다. 최근 몇 년간 애써 외면해 왔지만 언제고 받아들여야 했을 '코로나19 청구서'다. 대규모 잠재 부실 대출 및 차주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정부 및 금융권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에서는 충당금 적립, 모니터링 강화 등 자산건전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코로나19 대출 현실화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들을 막기 위한 출구전략을 고민할 때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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