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이번 전기요금 인상은 지난 3월 말 예정됐다. 다만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을 향한 여당의 지속적인 사퇴 압박과 자구안 촉구에 맞물려 두 차례 인상이 연기됐다.
이번 요금 인상은 합산 48조원이 넘는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대규모 누적 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단행됐다. 이에 업계는 지난 1분기(13.1원)와 같이 두 자릿수 대 상승을 예측했으나, 당정은 고공행진 중인 물가와 지난 겨울 난방비 폭등으로 비난을 받은 만큼 한 자릿수 대 인상을 결정했다.
예측을 빗나간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달부터 적용됐어야 할 2분기 전기요금은 오는 16일부터 각 가정과 산업체 등에 적용된다. 하지만 인상 시기가 늦춰져 공교롭게도 냉방 전력 수요가 급등하는 시기에 요금이 반영되게 됐다.
특히 우리나라는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하고 있어 지난 2021년부터 분기마다 도입되는 전기요금을 해당 분기 시작 전에 발표하고 있다. 다만 올해는 당정의 늑장 협의로 제때 결정이 이뤄지지 않아 여러 번 혼선을 빚었다.
당정은 결과를 미룰 때마다 '한전의 적자 해소'와 '국민 부담 최소화'를 내세웠다. 다만 당정은 인상 타이밍을 놓쳐 국민 부담을 해소하기도 어렵고, 인상액은 소폭에 그쳐 한전의 반 토막 적자를 해결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한전은 지난해 32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올해 1분기도 6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하며 특단의 자구안을 발표했다. 당정이 이날 kWh당 8원 인상을 발표했지만 한전은 이를 통해 고작 2조원가량의 영업손실 감축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한전은 올해 총 kWh당 51.6원의 요금 인상을 주장했다. 만일 당정이 한전의 요구안대로 인상안을 연내 실행할 경우, 남은 3·4분기 최소 kWh당 30.5원의 요금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
당정은 인상안 발표를 두 차례 연기했음에도, 초여름을 앞둔 요금 인상과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의 사의 표명이란 우려 가득한 결과만 낳았다. 2분기가 끝자락으로 접어들고 있다. 다가오는 하반기에는 적절한 타이밍에 요금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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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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