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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한화도 뛰어들었다···유통 오너가들의 유별난 '와인 사랑'

유통·바이오 채널

한화도 뛰어들었다···유통 오너가들의 유별난 '와인 사랑'

등록 2023.06.07 07:30

김민지

  기자

한화갤러리아 와인 전문 자회사 비노갤러리아 설립롯데칠성, 국내 와인 '마주앙' 생산하고 해외서 수입美 와이너리 인수한 신세계···현대百 '와인웍스' 확대

한화도 뛰어들었다···유통 오너가들의 유별난 '와인 사랑' 기사의 사진

유통업계 오너일가들이 와인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와인 수입·유통사를 속속 설립하고 전문매장을 확대하거나, 해외 와이너리를 인수하는 등 와인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모양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는 지난달 분기보고서에서 6월 1일자로 와인 전문 자회사 비노갤러리아를 설립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주류 수출입업·주류 도소매업·와인잔 수출입업 등을 영위하며 자본금은 5억원 규모다.

한화갤러리아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전략본부장이 이끌고 있다. 김 전략본부장은 주요 와인 산지에서 고급 와인을 직수입해 갤러리아 우수고객(VIP)을 대상으로 와인 구독 서비스 등을 선보이겠단 계획이다.

유통 대기업의 와인 사업은 롯데그룹이 가장 먼저 앞장섰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칠성음료를 통해 한국 가톨릭 미사 미사주로 알려진 '마주앙'을 생산하고 해외 와인을 수입해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마주앙은 1977년 경산에서 국내 양조 기술로 처음 리슬링 화이트 와인을 만들어 주목을 받은 이후 국내 최장수 브랜드로 꼽힌다.

롯데는 2021년 롯데마트를 통해 주류 전문 매장 '보틀벙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 매장에는 80여종의 와인을 구매하기 전 미리 시음해볼 수 있는 '테이스팅탭'과 안주를 판매하는 '부라타랩' 코너가 마련됐다. 롯데마트는 2021년 12월 보틀벙커 1호점 오픈 이후 지난해 창원중앙점과 상무점을 연이어 선보였다.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롯데마트는 서울역점에 보틀벙커 4호점을 연중 오픈할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와인 복합공간 '오비노미오'를 오픈하고 점포를 3개까지 늘렸다. 아울러 신 회장은 국내외 와이너리 인수도 검토 중이다. 신 회장은 지난해 6월 아일랜드에서 열린 소비재 포럼 출장에 비공식 일정으로 프랑스 보르도 와이너리 방문을 포함, 직접 방문하며 와이너리를 물색 중이다.롯데칠성음료 또한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실적발표(IR) 자료를 통해 "올해 중 국내외 신규 와이너리 인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최근 와인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오너로 꼽힌다. 신세계그룹은 2008년 주류 수입·유통사 신세계엘앤비를 설립하면서 주류사업에 발을 담갔다. 와인에서는 2019년 내놓은 초저가 와인 자체 브랜드(PB) '도스코파스'를 보유 중이다. 와인은 수입·제조업체→도매업체→소매업체의 유통과정을 거쳐야 해 해외에서 먼저 '도스코파스'를 출시하고 이를 수입해오는 방식을 취했다.

정 부회장은 와이너리까지 손에 넣으면서 주류 제조의 영역을 넓혔다. 신세계그룹의 부동산 종합 개발사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 2월 미국 100% 자회사 스타필드프라퍼티를 통해 2억5000만달러(한화 약 2996억원)를 들여 미국 나파밸리 프리미엄 와이너리 쉐이퍼 빈야드와 관련 부동산을 인수했다. 지난 2월에는 신세계면세점은 쉐이프 빈야드 3종을 면세 단독으로 입점시키기도 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스타필드 하남 지하 1층에 체험형 와인 전문매장 '와인클럽'을 열었다. 이마트는 프리미엄 와인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늘어나자 와인클럽을 기획했다. 와인클럽에는 소비자들이 체험할 수 있는 와인 강의 등 다양한 콘텐츠도 도입됐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2019년 1월 압구정 본점에 와인 전문 매장 '와인웍스'를 오픈하고 매장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현재 현대백화점 내 와인웍스 매장은 5개점까지 늘었다. 지난해에는 식품 계열사 현대그린푸드를 통해 와인 수입·유통사 비노에이치를 설립하고 유기농, 프리미엄 와인 등 차별화된 와인 카테고리에 힘을 주고 있다.

최근 와인 시장은 성장이 주춤한 상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와인 수입량은 2018년 4만292톤(t)에서 2021년 7만6575톤까지 증가했다가 지난해 7만1020톤으로 소폭 감소했다. 전년 대비 증감률은 ▲2019년 8.0% ▲2020년 24.4% ▲2021년 41.5% ▲2022년 -7.3%다.

주요 와인 수입사들은 매출액이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일제히 줄면서 수익성이 떨어졌다. 업계 1위 신세계엘앤비는 지난해 매출액이 2064억원으로 전년 대비 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5% 감소한 116억원으로 집계됐다.

금양인터내셔날은 지난해 매출액 1414억원, 영업이익 18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5% 성장, 45% 감소했다. 아영에프비씨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23% 늘어난 1241억원이었지만, 영업이익은 82억원으로 25% 줄었다. 나라셀라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1% 올랐지만, 영업이익은 7% 떨어졌다.

그럼에도 유통 기업들은 아직 와인 시장의 성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비록 지난해 성장률이 떨어졌지만 이는 시장이 어느정도 안정됐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춤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와인 시장이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대로 꺾일지 더 성장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의견도 다수다.

이에 유통 기업들은 자사의 대형 유통망을 앞세울 수 있다는 강점을 앞세워 와인 사업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특히 현재 와인 사업에 뛰어들거나 강화하는 곳들의 경우 '백화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백화점에 방문하는 고객 층이나 VIP들에게 차별화, 프리미엄 포인트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와인이나 위스키 등 주종의 다양성이 커졌다 "며 "와인의 경우 제조가 아니라 단순히 수입하는 방식이라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고 대기업은 자본력도 여유가 있어 괜찮은 와인 한두품목만 들여와서 인기를 끌어도 남는 장사"라고 설명했다.

이어 "백화점 VIP만을 위해서 쓴다고 가정해도 다른 회사가 수입하는 와인을 사오는 것보다 직접 수입하는 게 나을 수 있다. 과거 대기업들이 자사 임직원들을 위해 와인을 직접 수입했던 것도 이러한 이유"라면서도 "다만 이런 유통 대기업들의 행보가 과연 와인 시장의 폭발적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냐에 대해서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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