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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초간편 결제 전쟁, 지마켓이 신호탄 쐈다

유통·바이오 채널 NW리포트

초간편 결제 전쟁, 지마켓이 신호탄 쐈다

등록 2025.04.28 16:07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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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마켓 '원 클릭 결제'로 플랫폼 전쟁 신호탄 쿠팡 독주, 초간편 결제 락인 효과 입증롯데·이마트, 삐걱대는 추격전···격차 더 벌어지나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지마켓이 '원 클릭 결제'를 도입하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초간편 결제 전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 쿠팡이 압도적 독주를 이어가는 가운데,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뒤를 쫓는 양상이다. 결제 단순화가 소비자 구매 루틴을 지배하고 플랫폼 생존을 가르는 핵심 경쟁력이 되면서, 초간편 결제 선점 여부가 이커머스 판세를 좌우할 전망이다.

지마켓은 최근 스마일페이에 '원 클릭 결제' 기능을 추가했다. 지마켓과 옥션 모바일 앱에서 비밀번호나 생체 인증 없이 터치 한 번으로 결제를 완료할 수 있으며, 앱 설정을 통해 사용자가 직접 활성화할 수 있다. 보안 강화를 위해 이상거래 탐지 시스템(FDS)도 연동해 안전성이 확보된 거래만 지원한다.

초간편 결제는 이제 단순한 기능 개선을 넘어 이커머스 생존을 가르는 전장이 됐다. 글로벌 리서치기관 Baymard Institute에 따르면 결제 과정 중 추가 인증이나 페이지 로딩이 발생하면 약 74%의 소비자가 구매를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제 단계를 줄이는 것이 곧 매출 확대와 락인(lock-in) 강화로 직결된다. 이번 지마켓의 '원 클릭 결제' 도입은 결제 생태계 주도권을 둘러싼 본격적인 전쟁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초간편 결제, 플랫폼 독주를 가르는 분수령


이미 글로벌 빅테크들은 초간편 결제를 생존 전략으로 삼았다. 아마존은 1999년 '1-Click' 결제 특허를 바탕으로 클릭 한 번에 구매가 끝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이후 프라임 멤버십과 연계해 결제-배송-콘텐츠를 하나로 묶으면서 고객당 연간 구매액을 2.5배 이상 끌어올렸다. 애플은 '애플페이'를 출시해 지문·얼굴 인식만으로 결제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었다. 초간편 결제는 이처럼 단순한 결제 편의를 넘어, 플랫폼 전체를 사용자 일상 속에 깊숙이 침투시키는 핵심 무기로 작동하고 있다.

쿠팡 역시 이 전략을 한국형으로 빠르게 구현했다. 2018년 로켓페이, 쿠페이 기반의 원터치 결제를 선보였고, 로켓와우 멤버십을 통해 결제와 배송, 콘텐츠를 통합했다. 로켓와우 회원은 일반 고객 대비 네 배 이상 자주 구매하고, 쿠페이 결제 시 구매 금액의 5%를 포인트로 돌려받는다. 현재 쿠팡은 결제-배송-구독 생태계를 완성하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사실상 독주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선불충전금은 네이버페이가 1553억원, 쿠팡이 1100억원대를 기록했지만, 유료 멤버십 가입자 수는 쿠팡이 약 1400만 명으로 네이버(약 800만 명)를 크게 앞선다. 월평균 구매 빈도도 쿠팡 로켓와우 회원이 4회 이상으로, 네이버쇼핑 이용자의 두 배 이상이다. 앱 체류 시간 역시 쿠팡은 월 300분 이상으로 네이버 대비 압도적이다. 선불충전금이라는 단순 지표를 넘어, 소비 몰입도와 락인 강도에서 쿠팡이 경쟁자를 크게 따돌리고 있다는 평가다.

다른 이커머스 플랫폼과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와이즈앱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이커머스 앱 사용자 월평균 체류 시간은 쿠팡이 300분, 네이버쇼핑이 150분, 11번가·SSG닷컴·G마켓 등은 각각 30~50분대에 그쳤다. 구매 빈도 역시 쿠팡이 다른 플랫폼 대비 3배 이상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결제를 선점한 플랫폼은 쇼핑, 배송, 금융, 콘텐츠까지 생활 인프라를 통합 지배하는 구조를 만든다. 반대로 결제 지배력을 놓친 플랫폼은 자연스럽게 생활 습관 장악 전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는 분석이다.

롯데·이마트 초조한 추격, 슈퍼앱 대전 본격화


롯데쇼핑과 이마트도 추격에 나섰지만,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롯데는 롯데마트 제타 앱을 통해 AI 기반 장보기 추천과 스마트카트 기능을 선보였지만, 구글플레이 평점 2.6점, 애플 앱스토어 2.1점에 그쳤다. 복잡한 인터페이스, 품절 상품 노출 문제로 소비자 불만이 이어졌고, 과거 롯데온 론칭 초기 실패를 반복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강성현 롯데쇼핑 대표가 강조한 AI 기반 개인화 전략과 실제 사용자 경험 사이의 괴리가 드러난 셈이다.

이마트는 지마켓을 통한 스마일페이 강화, 신선식품 직송 서비스 '오더투홈' 등을 통해 반격에 나섰다. 이마트앱은 월간 300만 명이 사용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지만, 쿠팡처럼 결제-배송-콘텐츠를 일체화한 구조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 기본적인 결제 편의성, 락인 효과에서도 쿠팡과의 격차가 분명하다.

11번가는 비교적 일찍 자체 간편결제 11페이를 도입했고, 최근 토스페이와 제휴해 결제 편의성과 혜택을 강화했다. 컬리도 자체 PG사인 컬리페이를 인수해 결제 영역 확장에 나섰지만, 아직 시장에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초간편 결제는 단순한 결제 편의를 넘어, 플랫폼 전반의 지배 구조를 재편하는 열쇠로 부상하고 있다.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 광고 수익 창출, 구독 서비스 확장까지, 모든 플랫폼 비즈니스의 출발점은 결제에 있다.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결제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결국 '결제-데이터-구독' 선순환 구조를 놓치면 시장 주도권 자체를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결제, 쇼핑, 배달, 보험, 투자를 통합해 슈퍼앱 모델을 완성했고, 동남아에서는 그랩과 고젝이 금융, 모빌리티, 쇼핑을 아우르는 슈퍼앱 전략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국내에서는 토스가 결제·금융·투자·보험·쇼핑을 하나로 묶으며 슈퍼앱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고, 카카오 역시 카카오페이, 카카오T, 카카오뱅크, 카카오쇼핑을 결합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초간편 결제는 사용자를 플랫폼에 락인시키고 데이터 주도권까지 쥐게 하는 핵심 인프라"라며 "결제를 선점하지 못하면 쇼핑, 금융, 콘텐츠 전쟁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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