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성이 없는 영역에서 빠른 철수HVAC 및 전장 사업에 역량 집중비효율 사업 탈피하며 지속 성장 추구
전기차 충전 사업, 3년 만에 중단 결정
2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ES사업본부 산하의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종료한다.
이에 따라 관련 업무를 수행해 온 구성원들은 LG전자 내 타 사업 조직에 전환 배치될 계획이며 전기차 충전기 제조를 담당하는 자회사 하이비차저는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아직은 '사업 종료'라는 방향성만 나온 상황으로 구성원들을 어디로 배치할지, 청산 시점을 언제로 할지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사업 종료 후 공급처 대상 유지보수 서비스는 차질 없이 수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해당 사업을 담당해왔던 ES사업본부는 향후 △가정용·상업용 에어컨 △칠러 △히트펌프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등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이다.
LG전자가 전기차 충전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22년이다. LG전자는 지난 2018년 전기차 충전 솔루션 선행 개발을 시작했고 2022년 GS에너지, GS네오텍과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 '애플망고(현 하이비차저)'를 인수해 발을 디뎠다. LG전자는 이후 완속·급속 충전기 등의 제품을 개발·출시해 왔으나 시장의 성장 지연과 가격 중심 경쟁 구도 심화 등 사업 환경 변화에 따라 전략적 리밸런싱 차원에서 중단을 결정했다.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담당했던 하이비차저 실적을 봐도 고전했음을 알 수 있다. 하이비차저의 2023년 영업손실은 70억원, 2024년 영업손실은 72억원이었다.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데다 손실 폭도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는 품질 및 사이니지 등 기존에 해왔던 다른 사업들과의 연계성으로 차별화 전략을 가져가려 했지만 중국발 가격 중심 경쟁으로 흘러가자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휴대폰·태양광 접고 전장·B2B 등 성장 동력 지원
LG전자의 사업 리밸런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종전에도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중단하고 다른 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다.
일례로 휴대폰 사업과 태양광 패널 사업이 있다. LG전자는 지난 2021년 7월 휴대폰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휴대폰 사업을 시작한지 26년 만이었다.
한때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잘 나갔었다. LG전자는 피처폰 시절 휴대폰 시장의 강자로 자리잡기도 했으나 스마트폰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한발 늦었고 수년간 적자를 지속했었다. 당시 누적영업적자는 5조원을 넘기기도 했다. 이에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을 지속하는 것보다는 내부 자원을 효율화하고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 하에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LG전자는 태양광 패널 사업도 정리했던 바 있다. LG전자의 태양광 패널 사업은 중국발 저가 공세 등으로 인해 심화되는 경쟁 속에 부진한 흐름이 지속됐다. 이에 LG전자는 태양광 패널 사업을 시작한지 12년 만인 2022년 2월 철수를 결정했다.
대신 성장성이 예상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역량을 집중하며 내실을 다져가고 있다. 전장과 냉난방공조(HVAC)가 대표적이다. LG전자는 미래 먹거리가 될 것으로 판단되는 전장 사업에 공을 들여왔고 성과로도 드러나고 있다.
LG전자의 전장 사업은 지난해 매출액 10조6205억원을 거두며 2년 연속 연간 매출액 10조원을 넘겼다.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높은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9년 연속 안정적인 매출 증가세를 보였으며 이는 LG전자가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하는 데에도 보탬이 됐다.
LG전자가 또 다른 성장 중심축으로 삼고 있는 곳은 기업간거래(B2B) 영역이다. 수요와 가격 변동성이 낮고 고객 관계 기반의 확정성을 갖춘 시장이라는 판단에서다. 그중에서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붐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HVAC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역량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사업 조직 재편을 통해 ES사업본부를 새롭게 신설한 것도 이 때문이다. HVAC 사업에 보다 집중하기 위해 기존 H&A 사업본부에서 분리해 별도 사업본부 체제로 꾸렸다. 글로벌 탑 티어 종합 공조업체로의 빠른 도약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신임 ES본부장에도 기존 에어솔루션사업부장인 이재성 부사장에게 맡겨 힘을 실었다.
LG전자의 사업 영역에 선택과 집중은 추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말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언급한 경영 방향성을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조 CEO는 LG전자의 사업 운영 방향에 대해 B2B, 가전구독과 webOS 플랫폼 사업 등을 포함한 Non-HW, 소비자직접거래(D2C) 등의 질적 성장을 확대해 나가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특히 아시아, 중남미, 중동·아프리카 등 글로벌 사우스로 대표되는 신흥 시장의 성장 잠재력과 사업 기회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조 대표는 또한 "기존 신사업은 다소 불확실성이 높아도 과감하게 추진했지만 시장환경이 빠르게 바뀌는 상황에 이런 방식으로는 성공을 담보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며 "회사가 가진 기술 노하우 역량을 기반으로 확장이 가능한지, 경쟁사에 대해 진입장벽을 구축할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 선택과 집중형 신사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둔 유연성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선택과 집중' 경영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이를 꾸준히 강조해왔고 지난달 27일 LG 78주년 창립기념일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도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밝혔던 바 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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