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후 8년째 줄곧 적자 신세···현금흐름도 적자現주가, 공모가의 절반···2년새 시총 1830억 증발 '곰표 밀맥주' 제조·'달래해장' 인수에 희망 걸어
주가는 물론 경영 실적도 뒷걸음질하고 있다. 재무 상태는 그럭저럭 안정적인 편이지만 영업 활동을 통해 정상적으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확실한 위기 타개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국면에서 제주맥주가 외식 프랜차이즈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하면서 안팎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가 주목되고 있다. 다만 현금 창출 흐름이 그다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추진하는 이번 M&A가 자칫 제주맥주의 미래 성장에 위험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거리도 공존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코스닥 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0.38% 내린 1582원에 거래를 마쳤다. 제주맥주는 최근 3거래일 연속으로 소폭의 상승세를 기록했으나 이날 주가 하락으로 그동안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제주맥주는 지난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M&A 추진 사실을 공시했다. 한식 프랜차이즈 '달래해장' 운영사 달래에프앤비의 지분 64.29%를 9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내용이다. 제주맥주는 "사업 다각화와 수익성 제고 차원에서 해당 법인을 인수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21년 말에 창업한 달래에프앤비는 지난해 110억4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해 2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이다. 서울 신사동 본점을 필두로 전국 70여개 '달래해장'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해장국과 쇠고기 수육 등을 주로 판매한다.
제주맥주는 사업 목적에 외식 사업을 이미 추가한 상태였고 다른 주류회사도 외식업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기에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다만 실적 부진 속에서 제주맥주가 내린 이번 M&A 결정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 것인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수제맥주 신드롬 타고 코스닥 데뷔···드라마틱한 성장 없었다
제주맥주는 지난 2015년 2월 자본금 2억원으로 출발했다. 처음에는 미국의 유명 수제맥주 회사인 브루클린 브루어리와의 합작을 통해 출발했고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맥주 제품을 자회사였던 제주맥주임포트를 통해 수입하는 것이 사업의 시초였다.
2017년 일반맥주제조면허 취득 후 제주 금능농공단지 양조장을 통해 첫 제품인 '제주 위트 에일'을 내놨다. 제주도 내에서 도민들과 관광객들을 상대로 존재감을 높인 제주맥주는 이듬해인 2018년 수도권과 영남 등 '육지' 진출에 나섰고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제주맥주는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고객들과 제주 여행을 온 관광객들을 통해 존재감을 뽐냈지만 이익 시현에는 실패했다. 지난 2019년 10억원의 연간 영업손실을 냈고 4년간 내리 적자가 늘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16억원이고 올 1분기에도 21억원의 적자를 봤다.
현금 곳간도 좀처럼 늘어나지 못했다. 지난 2019년 말 재무제표 기준으로 제주맥주가 보유했던 현금성 자산은 7억8000만원에 그쳤다. 이듬해인 2020년 말에 결산한 현금성 자산 보유량도 고작 17억원에 불과했다.
다행히 수제맥주 붐이 일면서 편의점 등을 통한 매출은 그럭저럭 늘어났지만 이런저런 방법을 써도 근본적인 곳간의 가뭄이 가시지 않았고 차입금에 대한 이자비용 부담도 커졌다. 결국 수제맥주 회사 최초의 증시 상장을 반전의 카드로 활용하기로 했다.
제주맥주는 적자 상태에 있지만 매출이 꾸준히 늘었고 향후 성장성이 뚜렷하다는 점을 어필하며 '이익 미실현 기업 특례상장'을 통해 증시 데뷔를 추진했다. 한국거래소도 제주맥주의 앞날을 낙관적으로 보고 코스닥 상장예비심사를 통과시켰다.
2021년 상장 당시 여건은 좋았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참여한 기관 중 당시 희망공모가 범위 최상단인 2900원 이상의 가격을 써낸 이들이 90%를 넘었다. 공모가는 3200원으로 결정됐고 상장을 통해 263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상장 첫날인 5월 26일 제주맥주 주가는 장중 6040원까지 치솟았다. 첫날 마감 종가는 시초가보다 2.51% 오른 4900원이었다. 이틀 뒤인 5월 29일에는 4980원으로 마감하면서 시가총액 3000억원 돌파도 가능하겠다는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지난해 4월 3000원대 중반까지 주가가 회복됐지만 이마저도 오래 가지 못했고 결국 주가는 속절없이 떨어졌다. 상장 첫날 2744억원이던 시가총액은 어느새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8일 종가 기준 제주맥주의 시총은 914억원이다.
1인 가구 확산 열풍 속에 전국을 강타했던 '혼맥(혼자 맥주 마시기)' 트렌드도 최근 들어서 한풀 꺾이면서 수제맥주에 대한 매력도 사그라졌고 결국 제주맥주 주가에도 파란불이 켜지는 요인이 됐다.
상장 후에도 적자 지속···맥주 팔아도 돌아오지 않는 돈
제주맥주의 가장 큰 문제는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이 좋지 못하다는 점에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은 –97억355만원을 기록하면서 2021년보다 더 악화됐다.
현금흐름표 맨 윗줄에 기재되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영업을 통한 현금 창출력을 알 수 있는 지표다. 이 지표가 마이너스로 표기되면 제품을 파는 과정에서 벌어들인 현금보다 오히려 나가는 돈이 더 많다는 뜻이 된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셈이다.
제주맥주는 지난 2019년 93억원의 적자를 봤다가 2020년에는 24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2021년에는 다시 62억원의 적자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은 29억원의 적자 상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현금성 자산이 최근 2년 연속 늘었다는 점과 100% 이하로 관리되고 있는 부채비율이다. 2021년 말 기준 105억원이던 연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154억원까지 늘었다. 다만 올 1분기에는 절반 정도 줄어 71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부채비율 역시 안정적 범위에서 관리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제주맥주의 부채비율은 81.88%다. 이 정도면 재무적 측면에서는 상당히 건강한 회사로 볼 수 있다.
제주맥주 측은 부진한 현금 창출력에 대해 "회사 안팎의 경영 여건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재무제표를 보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속이 타들어갈 대목이다.
곰표 밀맥주·달래해장에서 해답 찾을 수 있을까
제주맥주는 안팎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두 가지 카드를 꺼냈다. 하나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곰표 밀맥주'의 제조 권한을 따낸 것이고 또 하나는 '달래해장' 인수를 통한 외식업 진출이다.
곰표 밀맥주는 대한제분의 유명 밀가루 브랜드인 '곰표'를 맥주에 대입한 제품으로 편의점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다. 지난 3년간 제주맥주의 라이벌 업체라 할 만한 세븐브로이와 협업했지만 상표권 계약 만료 이후 세븐브로이 대신 제주맥주와 손을 잡았다.
제주맥주는 기존에 판매했던 제품 외에도 나름대로 탄탄한 팬덤을 구축한 곰표 밀맥주를 통해 적자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곰표 밀맥주 제조권한을 따낸 것이 제품 라인업의 확장 행보라면 달래해장 사업권의 인수는 판매처의 확장으로 볼 수 있다. 전국에 가맹점 체계를 둔 달래해장 매장에서 제주맥주를 우선적으로 판매할 경우 안정적인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인수 과정에서 제주맥주가 내세운 계획이 자칫 제주맥주의 주가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제주맥주는 90억원의 인수자금을 이미 보유한 현금 일부와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달래에프앤비 인수 공시에 담았다.
제주맥주는 지난 5일 사실상의 인수 계약금인 9억원을 달래에프앤비 기존 주주들에게 전달했고 나머지 81억원은 오는 9월에 지급할 예정이다. 제주맥주의 현금 보유 상황을 고려한다면 81억원은 CB 발행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문제는 CB 발행과 주가 흐름의 상관관계다. 통상적으로 상장회사의 CB 발행은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기업의 가치가 크게 변치 않는 상황에서 발행되는 주식의 수만 늘어나면 주당 가치가 당연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곰표 밀맥주와 달래해장을 앞세워 제주맥주가 드라마틱한 반등을 이뤄낸다면 전환사채 발행과 무관하게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이 미치겠지만 만약 영업적 측면에서 뚜렷한 반등을 이루지 못할 경우 CB 발행이 오히려 제주맥주의 미래 흐름에 독이 될 수도 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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