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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통신사發 알뜰폰 '0원 요금제'의 민낯

오피니언 기자수첩

통신사發 알뜰폰 '0원 요금제'의 민낯

등록 2023.06.14 16:40

임재덕

  기자

reporter
"통신사들이 바보도 아니고, 무작정 보조금만 쏟지 않아요. 유지기간(3개월)을 정해준 뒤 여기에 미달할 경우 지원금을 전액 환수합니다. 고객들이 더 좋은 혜택을 찾아 떠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떠안게 되는 거죠. 두세달 후 문 닫는 회사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 시작된 '0원 요금제' 대란 성과를 묻는 말에 돌아온 한 중소 알뜰폰 회사 대표의 푸념이다. 0원 요금제는 4G LTE 기반으로 보통 6~7개월간 무료 제공, 이 기간이 지나면 원래 요금을 부과하는 상품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알뜰폰 회사들은 통신사에서 받는 '보조금'으로 무료 제공에 따른 비용을 상쇄한다. 처음엔 인기 구간(월 11GB 등) 요금제 가격을 절반 수준까지 낮추는 정도로 시작됐다고 한다. 보조금의 일정 부분을 이윤으로 남긴 셈이다. 그런데 경쟁사 간 치킨게임이 시작됐고, 반년여 기간 이윤을 남길 수 없는 조건의 '0원 요금제'까지 나오게 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초 통신사별 보조금 유지기간 정책이 3~6개월이었다"면서 "이를 지키지 못하면 보조금이 전량 회수돼 마이너스 장사가 되니, 가입자를 묶어두고자 혜택이 좋은 상품을 경쟁적으로 도입하면서 탄생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리스크만 있는 건 아니다. 이렇게 유치된 가입자도 7개월 후면 정상 요금을 납부하는 고객이 된다. 또 다른 회사 관계자는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고 운을 뗀 뒤 "그간 유사한 프로모션 때 이탈률은 20%가량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1만 명의 가입자를 유치했을 때 8000명은 남는 셈이다. 되레 통신사의 보조금으로 가입자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다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동안 프로모션은 각 통신사업자의 필요에 따라 스팟성으로 진행됐다. 이에 통신사의 유지기간 정책도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통신사 간 알뜰폰 가입자 유치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현재 조건을 뛰어넘는 '역대급 요금제'가 언제라도 나와 유지기간 중 고객이 대거 이탈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실제 통신 3사는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살포하고 있다. 이번 '0원 요금제'도 자사 망 가입자를 더 확보하려는 그들의 욕심에서 시작됐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SKT가 회선당 23만원의 보조금을 중소 알뜰폰 회사에 줘 가입자 확보에 나서자, 보다 못한 LG유플러스가 27만원까지 지원금을 높이는 식이다. 이달 들어 두 회사는 정책을 절반 수준으로 조정했지만, 잠잠하던 KT가 참전해 20만원이 넘는 보조금을 뿌리고 있다. 다시 SKT나 LGU+가 보조금을 대거 풀어 가입자 확보에 나설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국내 이동통신시장 번호이동이 52만건을 돌파했다. 이는 2019년 11월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다. 특히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알뜰폰 업체 간 옮겨간 사례도 17만건을 넘어섰다.

통신사 마케팅 비용으로 국민 가계통신비가 절감되는 건 긍정적이다. 다만 시장 과열을 초래, 고래(통신 3사) 싸움에 새우(중소 알뜰폰 회사) 등이 터져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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