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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택시

전문가 칼럼 권용주 권용주의 모빌리티쿠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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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택시 기사의 사진

대법원이 렌터카를 이용할 때 운전 기사를 알선, 돈을 받고 사람을 이동시켜 주는 과거 '타다'의 사업 방식에 무죄를 선고한 배경은 오로지 법리적 해석이다. 실제 렌터카에 기사를 알선해 사람을 이동시켜 주는 유상 운송 서비스는 누가 봐도 법적 문제가 없다. 물론 10년 전 입법 취지는 지금과 다르지만 세상이 변하듯 법적 해석 또한 달라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런데도 렌터카 기반의 유상 운송 확대가 쉽지 않은 이유는 택시 면허제도 때문이다. 국가가 부여한 택시 사업 면허에 물적 가치가 형성됐고 사업자들은 공급자 확대에 따른 가치 하락을 우려한다. 렌터카 유상 운송 또한 본질은 택시와 다르지 않아서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가 렌터카 택시의 증차 신청에 부정적인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택시를 이용하는 국민들은 보다 개선된, 아니 좋은 경험의 이동을 원한다. 오랜 시간 획일화된 택시 서비스에 그만큼 지친 탓이다. 이를 인식한 택시도 '타다' 등장을 계기로 낙후된 서비스를 향상시키겠다며 자성적 변화를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규제를 완화하면 '요금 결정권'이 민간으로 넘어가 비싸지는 것을 정부가 우려한 결과다. 일종의 대중교통 측면에서 택시를 바라본 셈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택시는 대중교통이 아니다. 그래서 면허의 유상 거래가 이뤄지고 상속도 된다. 하지만 면허 거래 과정에선 세금이 없다. 분명 존재하는 재산 거래인데 세금이 없으니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 재산적 가치가 있는 면허가 세법에선 재산이 아니라는 의미여서 택시 업계도 헷갈린다.

정부의 우려는 현실적이다. 민간 사업자에게 요금 결정권을 넘기면 이동 요금이 올라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지고 연료를 바꾸면 환경적 영향이 발생하고, 사업구역을 완화하면 큰 도시로 택시가 몰려 소도시 주민들은 이동 서비스에 제약이 생기고, 운전 자격을 완화하면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한다. 그러자 택시 업계는 다양한 차종, 다양한 요금제로 오히려 국민의 이동권이 확대될 수 있다며 항변했지만 공염불에 머물렀다.

여기서 핵심은 면허에 부여된 재산권의 보장이다. 그러나 워낙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탓에 자치단체, 국토부 등 어느 누구도 택시 사업자의 면허 재산권 보상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게다가 여론은 개인 간 거래를 통해 취득한 재산을 국가가 보상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에 치우쳐 있다.

그래서 등장한 제안이 배기량 기준 택시 요금 개편이다. 탄소중립 시대에 엔진 배기량은 작아지는데 여전히 요금은 배기량 기준으로 나눠지는 현실을 시대에 맞게 바꾸자는 목소리다. 이때 핑퐁 게임이 벌어진다. 국토부는 소형, 중형, 대형 택시 요금에 차등을 두어야 한다고 규정했을 뿐 실질적인 요금 결정권은 자치단체에 있다고 말한다. 반면 자치단체는 자동차관리법이 차의 크기와 배기량에 따라 소형, 중형, 대형을 구분하고 있어 배기량 기준을 허물 수 없다고 반박한다. 그리고 틈새를 장악해가는 것은 전기 택시다. 전기 택시에 적용된 모터는 출력만 있을 뿐 배기량이 없다. 덕분에 차의 크기와 무관하게 중형 기준 요금을 받는다. 덕분에(?) 소형 전기 SUV가 택시로 운행될 수 있었고 이용자는 불편함을 감내하고 있다.

원래 '택시(TAXI)'는 무언가 부담을 지우게 한다는 라틴어 '탁사(TAXA)'에서 유래한 단어다. 이용자 부담 원칙에 따라 요금을 낸다는 의미에서 택시로 불린다. 그런데 부담만 있을 뿐 선택이 없는 게 문제다. 이용자는 호출만 할 수 있을 뿐 차종 및 운전자 등은 선택할 수 없다. 따라서 서비스를 개선하려면 호출 과정에서 차종과 운전자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서비스 경쟁이 벌어지고 사업자의 선제적 투자에 따른 차종 다양화도 일어난다. 이때는 당연히 요금 결정이 사업자 몫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손댈 생각이 없다. 워낙 이해관계가 복잡한 탓에 아예 개선조차 바라지 않는 모양새다. 어느 순간 택시는 국민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제도를 위한 제도'로 변질돼 가고 있다. 그럴수록 국민들의 이동 품질 또한 제자리에 머물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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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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