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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LG화학의 자신만만 10조 프로젝트···"잘 키운 LG에너지솔루션 덕"

산업 에너지·화학

LG화학의 자신만만 10조 프로젝트···"잘 키운 LG에너지솔루션 덕"

등록 2023.07.13 15:41

수정 2023.07.13 15:43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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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조6000억원 규모 교환사채 발행···투자금 5배 이상 몰려존재감 드러내는 LG에너지솔루션···대규모 투자의 원동력대규모 투자로 사업다각화 '정면 돌파'···"재무안정성 부각"

LG화학은 20억달러(한화 2조6000억원) 규모의 외화 교환사채(EB) 발행을 완료했다. 그래픽=배서은 기자LG화학은 20억달러(한화 2조6000억원) 규모의 외화 교환사채(EB) 발행을 완료했다. 그래픽=배서은 기자

LG화학의 잘 키운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존재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실적과 사업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LG에너지솔루션은 재무 부담이 커진 모회사의 든든한 뒷배로서 대규모 투자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화학은 20억달러(한화 2조6000억원) 규모의 외화 교환사채(EB) 발행을 완료했다. 이번 교환사채의 교환 대상은 LG화학이 지분 81.84%를 보유한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보통주다.

교환사채는 미국 달러(USD)로 발행되며 만기는 5년과 7년이다. 만기 이자율은 5년물 1.25%, 7년물 1.60%로 확정됐다. 7년 만기 물의 경우 기존 예상 대비 0.25%p 낮은 금리로 발행됐다.

교환 가격은 LG에너지솔루션 11일 종가 55만원을 기준으로 1주당 5년물은 25%, 7년물은 30% 수준의 높은 프리미엄으로 발행된다.

차동석 LG화학 CFO는 "전 세계적인 고금리 환경 속에서도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아 우수한 조건의 외화 교환사채를 성공적으로 발행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까지 10조원 투자 공언···업황 부진 속 투자 자금 압박
LG화학이 교환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선 이유는 향후 신사업 투자 확대에 따른 대규모 자금 소요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앞서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기존 석유화학 중심에서 '톱 글로벌 과학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하며 친환경·전지 소재·신약 개발 등 3대 신성장동력을 중심으로 2025년까지 총 10조원의 투자계획을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 LG화학은 실적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유화학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신사업 투자 규모는 늘어나면서 재무구조는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LG화학 석유화학 부문은 지난해 4분기 1659억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지난 1분기에도 50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그사이 부채는 지난해 기준 전년 말 대비 9.2% 증가한 30조4927억원에 달했다. 은행차입금 등 장기차입은 2021년 말 3조6285억원에서 작년 말 5조2856억원으로 45%나 증가했다.

투자 부담이 가중되자 LG화학은 수익성과 성장성이 떨어지는 기존 사업 부문 매각이나 노후 공장 정리가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유입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대한 투자 자금부담을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이 사업부 임직원들에게 "범용 사업 중 경쟁력이 없는 한계 사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만 보더라도 내부적으로는 위기감이 극대화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든든한 자회사 뒷배···사업성·투자 재원 '두 마리 토끼'
그럼에도 LG화학이 '10조원' 대규모 투자를 통한 사업다각화 '정면돌파' 의지를 다질 수 있었던 데에는 바로 LG에너지솔루션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수익성이 악화된 LG화학의 실적을 끌어올리는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고 있다. 배터리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률은 이미 LG화학을 뛰어넘었다.

LG화학의 자신만만 10조 프로젝트···"잘 키운 LG에너지솔루션 덕" 기사의 사진

LG에너지솔루션은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LG화학의 투자 재원으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LG화학은 에너지솔루션 지분 81.84%를 보유한 압도적 지위의 최대 주주로, 12일 종가(53만4000원) 기준 지분가치는 약 104조원에 달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자회사의 손자회사 의무 지분 보유율은 상장사의 경우 30%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지분 51.84%를 매각해도 지배구조 변동은 없다. 지분 51.84%는 66조원 수준이다.

실제로 당초 시장에서도 LG화학이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해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의 지분을 매각한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가 당장 지분 희석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교환사채를 발행하면서 안정적으로 투자자금 조달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특히 LG화학이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지난 11일 아시아·유럽 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 모집을 실시한 결과, 150여곳의 투자자·기관이 참여해 기존 발행 목표의 5배에 달하는 자금 100억달러가 몰렸다.

LG화학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미래 성장성과 주가 전망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에 투자금이 몰렸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 금리 상승기에 저금리 자금 조달을 통한 금융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LG화학은 납입일 3년여 후부터 되사올 수 있도록 한 콜옵션(Call Option)도 이번 EB 발행 조건에 포함했다. LG에너지솔루션 주가가 미리 정한 기준가 대비 훨씬 높아지면 LG화학 측이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되사올 전망이다.

LG화학이 계속해서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높은 지배력을 유지할 경우 향후 LG에너지솔루션이 지급할 배당금도 무시할 수 없는 투자 재원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석유화학 업종에서 기업별 재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LG화학은 배터리 관련 이익이 빠르게 올라오면서 화학부문의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며 "지분가치에 대해 70% 이상 할인받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지분을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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