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출 증가율을 2005년 통계 정비 이래 최소폭인 2.8%로 묶었지만, 세수 감소로 수입이 2.2% 줄면서 재정수지 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는 29일 발표한 2024년도 예산안에서 내년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44조8천억원으로 올해 예산(13조1천억원)보다 31조7천억원 늘고,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도 0.6%에서 1.9%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세금 등으로 벌어들일 총수입보다 예정된 총지출이 45조원가량 많다는 뜻이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92조원으로 올해 예산(58조2천억원)보다 33조8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봤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 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것으로 실질적인 나라살림 상태를 보여준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올해 2.6%에서 내년 3.9%로 1.3%포인트 높아진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후 첫 예산인 올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관리재정수지를 작년(117조원·5.4%)의 절반가량인 58조2천억원(2.6%)으로 줄였으나, 내년에는 코로나19 시기인 2020∼2022년과 유사한 100조원 안팎으로 불어나게 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 3.9%는 정부가 법제화를 추진 중인 재정 준칙 한도(3.0%)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중기 재정 전망을 할 때는 2024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58조6천억원(GDP의 2.5%)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재정 수입 전망치가 당시 기대했던 것보다 줄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언론 브리핑에서 "관리재정수지가 적자가 나지 않게 재정수지 균형을 하려면 총지출을 14% 줄여야 하는데 그것은 누구도 납득하기 어려운 선택지"라며 "지출을 동결하는 문제까지 검토했지만, 그러면 기정사실로 돼 있는 사업조차도 축소·폐기하는 상황이 올 수 있고 하기로 약속했던 (사업 예산을) 담아내지 못한다. 써야 할 곳에는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고심 끝에 역대 최저 수준의 증가율(2.8%)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내년 예산안 총지출 656조9천억원 가운데 의무지출은 53.0%(348조2천억원), 재량지출은 47.0%(308조7천억원)를 차지한다.
국가채무는 올해 1천134조4천억원에서 내년에는 1천196조2천억원으로 늘어나면서 1천200조원을 목전에 두게 됐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50.4%에서 51.0%로 오른다.
다만 내년 국가채무 증가 폭(61조8천억원)은 2019년(47조2천억원) 이후 가장 작다. 올해 증가 폭은 66조원이었다.
나랏빚은 2017년 627조원에서 2018년 652조원, 2019년 699조원, 2020년 819조원, 2021년 939조원, 지난해 1천33조원 등으로 빠르게 늘었다.
정부는 내년에 158조8천억원의 국고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올해보다 9조원 적다. 108조5천억원은 차환 발행, 50조3천억원은 순발행이다.
일반회계 세입 부족분 보전을 목적으로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발행하는 적자국채는 81조8천억원으로 올해(45조8천억원)보다 늘어난다.
국고채 이자 비용은 올해(24조8천억원)보다 14.5% 늘어난 28조4천억원으로 책정됐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과 함께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도 마련했다.
연평균 재정지출 증가율(3.6%)을 연평균 재정수입 증가율 전망치(3.7%)를 밑도는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의무 지출 연평균 증가율이 5.0%, 재량 지출 연평균 증가율이 2.0%이다.
중기적으로도 긴축적으로 재정을 운용하겠다는 뜻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27년 말까지 50%대 중반 수준(1천517조6천억원·GDP의 53%)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정부는 재량 지출 감축, 의무 지출 효율화, 국고보조금 관리체계 전면 개편, 재정 사업평가 강화, 기금 여유 재원 통합 운용 등의 재정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다.
내년 조세부담률은 20.9%, 사회보험료를 포함한 국민부담률은 29.3%로 각각 올해보다 2.3%포인트(p), 2.1%p 내린 뒤 2025년 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뉴스웨이 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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