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소재 돋보이는 '조용한 럭셔리' 선호도↑올해 FW 시즌도 '올드머니' 인기 이어질 전망패션업계, 제품 출시 분주···'소비자 수요 잡기'
박 씨는 "하나를 사더라도 제대로 된 옷을 사서 오래 입을 수 있는 게 좋다. 그런데 빅로고의 경우 부담스러우면서도 쉽게 질리는 경향이 있다"며 "또 요즘은 브랜드만 알면 그 옷은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이 된다는 점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조용한 럭셔리', '신(新)명품' 등이 MZ세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올드머니룩'이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대대로 물려받은 재산을 뜻하는 '올드머니'에서 파생된 올드머니룩은 '부를 물려받는 상류층의 옷차림'을 뜻한다. 중장년층이 주로 즐겨 입는 옷차림을 MZ세대가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올해 여름을 시작으로 가을·겨울(FW) 시즌에도 큰 사랑을 받을 전망이다.
15일 카카오스타일에 따르면 지난달 1~15일 2주간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의 가을 의류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최대 408% 급증했다. 가을철 대표 소재로 꼽히는 스웨이드 재질의 상품 판매가 142%로 가장 많이 증가했으며 캐시미어(49%), 트위드(20%), 울(18%) 등의 소재가 뒤를 이었다.
에이블리코퍼레이션이 운영하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는 지난달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 카테고리 거래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배가량 대폭 증가했다. 올드머니룩과 '스텔스 럭셔리(상표가 눈에 잘 띄지 않아 드러나지 않는 사치)' 트렌드가 자리 잡으며 관련 상품 판매가 급증했다는 평가다.
신흥부자의 패션스타일인 '뉴머니룩'과 차별화된 올드머니룩은 브랜드 로고를 전면에 내세운 일명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와 달리 작은 로고 또는 로고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캐시미어, 실크 등 고급 소재의 옷과 심플한 액세서리를 매치해 간결하면서도 깔끔한 느낌을 준다.
실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올드머니룩에 대한 키워드가 급증하는 추세다. 이날 오전 기준 올드머니룩과 관련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게시물은 100만여개를 훌쩍 넘어섰다.
이에 발맞춰 패션업계에서도 고객 니즈에 맞춘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컨템포러리 브랜드 '델라라나'는 올드머니룩의 정석과도 같은 프리미엄 캐시미어 컬렉션을 출시했다. 델라라나의 이번 컬렉션 제품은 100% 캐시미어로 제작됐다.
대표 제품인 '더블 브레스티드 캐시미어 롱코트'는 이탈리아 콜롬보사의 퓨어 캐시미어 100% 소재를 사용했다. 표면의 은은한 지블링 가공(모직 표면에 물결 문양 요철 감이 생기도록 가공하는 것)이 고급스러움을 더해주고 무게가 가벼워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캐시미어 니트 재킷은 부드러운 촉감과 양면 조직의 폭신한 두께감이 돋보이는 제품이다. MZ세대가 좋아하는 멋스러운 숄칼라와 통 넓은 소매, 짧은 기장 등의 디자인을 적극 반영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건축적 미학의 컨템포러리 브랜드 '구호'는 최근 가을·겨울 시즌 대표 상품으로 건축적인 멋과 타임리스한 디자인을 담은 '캐시미어 아이콘 코트'를 선보였다. 앞서 이 코트는 지난해 가을·겨울 시즌 대부분 스타일이 완판을 기록할 정도로 소비자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은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젊은 세대가 자신의 노력만으론 부모 세대만큼의 부를 누리기 어려워졌다는 상대적 박탈감과 같은 현상이 이러한 유행을 만든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명품을 과시하던 때와 달리 티가 나지 않고 유행을 타지 않는 올드머니룩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며 "이와 같은 트렌드는 올해 가을과 겨울에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웨이 윤서영 기자
yunsy@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