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유그룹과 손잡고 LFP 양극재 사업 본격 진출소재 확보 'LG화학'·미국 우회 진출 '중국'···'윈-윈 전략'향후 지침에 따른 불확실성···최악의 경우 사업 철회까지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LG화학은 중국 화유그룹(Huayou)과 손잡고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LG화학과 화유그룹 산하 유산(Youshan)은 오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모로코에 연산 5만톤 규모의 LFP 양극재 합작공장을 짓는다. LFP 양극재 5만톤은 보급형 전기차 50만대(350km 주행할 수 있는 50kWh 용량 전기차 기준)에 필요한 양극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모로코 공장에서는 북미 지역에 공급할 LFP 양극재를 생산할 계획이다. 모로코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 이곳에서 생산한 양극재는 미국 IRA 보조금 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이다.
첫 LFP 양극재 생산기지···중국과 본격적인 '경쟁 구도'
LG화학이 LFP 배터리 소재 생산기지를 세우는 건 국내외를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 국내 4대 양극재 업체 중에서도 가장 먼저 LFP 양극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LG화학은 리튬 정광(리튬 광석을 가공해 농축한 고순도 광물)에서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을 추출하는 '리튬 개조 플랜트' 건설도 추진하면서 모로코를 양극재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는 CATL, BYD 등 사실상 중국 기업이 독점한 LFP 배터리 시장에 LG화학이 본격적으로 참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시장에서는 향후 LFP 배터리의 글로벌 점유율이 기존 NCM 배터리를 뛰어넘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2020년 11%에 그쳤던 LFP 배터리 점유율은 지난해 31%까지 치솟았고, 내년에는 60%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LFP 양극재 시장은 중국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지만 후발주자인 LG화학에도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LG화학은 LFP에 망간을 더해 용량과 출력을 높인 LMFP 양극재 등을 통해 중국업체들과 차별화 전략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모로코 양극재 공장을 글로벌 거점으로 삼아 새롭게 떠오르는 LFP 양극재 시장에 적극 대응하겠다"며 "원재료에서 전구체, 양극재까지 이어지는 소재 수직 계열화 체계를 공고히 해 세계 최고 종합 전지 소재 회사로서의 기반을 다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적과의 전략적 동맹···최악의 경우는?
특히 업계에서는 LG화학이 중국이 독점한 LFP 배터리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강력한 경쟁상대와 손을 잡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당초 미국의 IRA의 궁극적인 목표가 '탈(脫)중국 공급망' 구축인 것과 달리 한국과 중국의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LG화학과 중국 화유그룹의 협력도 이해관계가 맞어진 전략적 동맹으로 해석된다.
LG화학 입장에서는 중국의 막강한 저가 공세를 뛰어넘으려면 원료와 광물 정·제련 기술을 사실상 모두 보유한 중국업체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화유그룹의 경우 IRA로 막힌 미국 진출을 위해서는 LG화학과의 합작 투자가 필요하다.
김경훈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 수출 우회로를 찾으려는 중국 기업과 안정적인 원료 공급처가 필요한 한국 기업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배터리 소재 관련 중국 기업의 투자와 합작 법인 설립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윈-윈 전략'을 통해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지만 향후 IRA의 '해외 우려 기관(FEOC)' 규정에 따라 불확실성은 상존하고 있다. 아직 미국이 FEOC 최종 규정을 내놓지 않은 만큼 조 단위 투자 프로젝트들과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와의 북미 합작공장 계획 중단 이후 한·중 간 전략적 동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이에 LG화학은 화유그룹과 LFP 양극재 합작공장 설립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FEOC 지정 결과에 따라 두 회사 간 지분율을 재조정한다는 단서를 달기도 했다.
김 연구위원은 "제3국에 진출한 중국 기업, 제3국 기업과 중국 기업이 합작해 설립한 기업의 FEOC 해당 여부에 대해 명확한 지침이 발표되지 않아 향후 한중 합작 기업의 미국 수출에 불확실성 존재한다"며 "미국이 기준을 강화하는 최악의 경우 사업을 철회하거나 다른 파트너를 구해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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