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통합 불발 시 공적자금 회수 불투명" "HMM, 적격 인수 기업 찾기 위해 노력할 것"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불발 시 공적자금 회수 어려워"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여야 의원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사안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건이다. 새 항공사의 출범과 맞물려 승객·화물 운송 부문의 경쟁이 위축될 것이란 우려에 EU(유럽연합)와 미국·일본 등 해외 경쟁당국이 판단을 유보하면서 3년째 거래가 지연되고 있어서다.
이에 대한항공은 EU를 설득하기 위해 일부 노선 반납과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매각을 포함한 시정 조치안을 준비하고 있다. 30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 사업 매각을 결정하면 이를 반영해 EU 측에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놓고는 지적이 잇따랐다. 합병 작업이 수년째 지지부진한 양상을 띠고 있음에도 산업은행이 손을 놓고 있는 것처럼 비춰진다는 이유다. 무산 가능성에 대비한 '플랜B'가 필요하다는 주문은 물론, 국내 항공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으니 노선 반납이나 사업 매각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근본적인 질의도 있었다.
이에 대해 강석훈 회장은 반드시 통합을 성사시키겠다는 각오로 거래에 임하고 있다는 입장을 거듭 내비쳤다. 기존에 투입한 3조4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는 만큼 불발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강 회장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항공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의 이익 침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한다는 관점에서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합병이 좌절되면 국민의 혈세 또는 공적자금을 얼마나 들여야 할지 알 수 없다"면서 "거래가 반드시 이뤄지길 기대하며,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도 화물 사업 매각을 놓고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이 화물 사업 매각을 철회하면서 불발될 경우 채권단 차원에서 지원을 중단할 것이란 소문을 놓고는 "공식적으로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 사업을 대안 없이 떼어냄으로써 배임 이슈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강 회장은 "30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이사회를 마치고 시정안을 EU 경쟁당국에 제출하면 3~4개월 안에 결정이 나올 것"이라며 "EU와 미국 모두 동일하게 판단을 내릴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HMM, 부적격 기업에 매각할 이유 없어"
국적선사 HMM의 매각도 핵심 쟁점으로 부상했다. 하림과 동원산업, LX인터내셔널 등 국내 기업이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5조~7조원에 이르는 높은 가격에 인수가 여의치 않을 것으로 점쳐지는 탓이다.
무엇보다 입찰적격자(숏리스트)로서 실사를 진행 중인 각 기업의 현금성 자산이 값을 치르기엔 턱없이 부족해 일각에선 유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여론을 의식한 듯 강 회장은 마땅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HMM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했다. 그는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복수의 정무위원의 질의에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또 "인수 후보기업에 대한 대출지원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 "인수자 측이 HMM에서 받는 일부 배당과 독자적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정도의 능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수자가 HMM의 현금성 자산을 유출시킬 수 있다는 우려엔 "지나치게 사적인 용도로 쓰지 않게 하기 위해 인수기업과의 계약을 통해서 충분히 합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강 회장은 "현재 의향을 내비친 기업이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모두 각 부문에서 굉장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기업"이라고 언급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해진공)은 다음 달 최종입찰을 거쳐 HMM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野 "왜 부산이냐···산업은행 이전 근거 부족해"
감사 중엔 야당 의원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한 문제점도 짚었다. 그 계획이 '지역균형발전'이란 명분을 뒷받침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은행 차원에서 국회나 내부 구성원의 동의를 얻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는 진단에서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산업은행 지점 60개 중 8곳이 동남권에 위치해 있고, 해양산업금융본부와 동남권 투자금융센터도 이전했다"면서 "이미 산업은행이 수도권과 맞먹는 수준으로 동남권을 지원하고 있는데 굳이 본점이 옮겨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따져 물었다.
이어 "금융은 자금 수요를 따라가는 게 일반적인데 현 상황에서 봤을 때 산업은행 이전이 제조업 부흥을 이끌지 의문"이라며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도 벤처기업의 65%가 집중된 수도권에 본점을 두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강 회장은 "산업은행이 정부 정책의 비용 편익을 분석해 맞다 틀리다를 판단할 수 없다"면서 "우리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동남권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고, 산업은행의 전국적인 역할을 포기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노조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일단 정부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에 앞서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한 발 물러선 상태다. 한국산업은행법 4조 1항엔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됐다. 계획대로 산업은행을 이전하려면 이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
다만 "균형 발전을 도모하려면 보다 낙후된 지역에 산업은행 본점을 두는 게 옳다"면서 "그럼에도 부산을 선택한 논리가 명확해져야 국회에서도 입법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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