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재정에 대한 청년층의 불안감을 다독이면서 형평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인데, 젊은층보다 더 높은 보험료율이 적용되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2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은 "점진적인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보험료율 인상 방식에 대해 "인상 속도를 연령그룹에 따라 차등을 추진해나간다"고 밝혔다.
이스란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40∼50대는 5%를 5년 만에 올리게 되고, 20∼30대는 5%를 20년, 15년 이런 식으로 하면 도달하는 연도가 다르기 때문에 매년 올려야 하는 인상 폭이 나이 많으신 분들은 더 크고, 젊으신 분들은 더 적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상되는 특정 시점을 놓고 보면 중장년층에게 더 높은 인상률이 적용되고, 젊은층은 상대적으로 인상률이 낮게 된다.
이 국장은 "그룹 인터뷰를 통해 젊은 분들이 본인들은 많이 내도 똑같이 받고, 기성세대는 조금만 내고 많이 받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다"며 "보험료율을 올린다면 차등하는 게 세대 간 형평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생각에서 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서는 연령대별로 보험료율 인상에서 차등을 두는 사례가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어려운 만큼 논란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젊은층 표심을 잡기 위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고연령층은 더 가파른 인상률이 적용되는 만큼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하 전주대 초빙교수(전 국민연금연구원장)는 "안 그래도 조기퇴직하는 사람도 많고 한데, (상대적으로 연령이 높은 사람이) 그걸 받아들이겠냐"고 반문하며 "과연 합리적인지, 효율적인지 의문이다. 퇴직연금이라면 모를까, 일반 공적연금에서는 연령별로 차별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험'이라는게 위험이 높은 사람이 더 많이 내는 것인데, 기대 수명이 더 긴 젊은 세대가 보험료를 더 내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향성은 맞지만, 실현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두 연령 집단의 사이에 있는 경우 한두살 차이로 보험료 수준이 달라지는 '경계선의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공적연금강화 국민행동은 "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자의적인 데다, 재정 조달에 있어 사회연대의 원칙이나 부담 능력에 따른 부담 원칙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정윤순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24차례 이해관계자와 초점집단 심층면접(FGI)을 하고 청년세대들의 의견을 들어 만든 방안"이라며 "적용 연도 등 여러 시나리오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관련한 사회적 논의가 추후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합운영계획은 이와 함께 '자동안정화장치' 도입이나 '확정기여방식' 전환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한다고 적었는데, 보장성 악화로 이어지는 만큼 비판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안정화장치를 도입하면 경제성장률 등 재정 여건에 따라 받게 되는 연금액이 깎이게 돼 결국 보장성 악화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
국민연금은 현재는 급여 수준을 미리 정해놓고 확정된 급여를 지급하는 확정급여방식(DB)인데, 정부는 이를 보험료 수준을 미리 확정해 놓고 납부한 보험료에 이자를 더한 금액을 급여로 받는 확정기여방식으로 전환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전환되면 재정이 악화해도 최소한 내는 만큼의 준하는 돈을 연금으로 받을 수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연금액 수준이 낮아져 보장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싱가포르, 덴마크, 스웨덴, 이탈리아, 노르웨이, 폴란드 등 연금 기금의 적립금 수준이 낮은 나라가 이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장기적으로 고민할 필요는 있지만 적립금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당장 도입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
연금행동은 "DC 방식 전환은 공적연금의 재분배 원칙에 부합하지 않고,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은 보장성을 크게 훼손해 제도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번 종합운영계획에 "기금수익률 1%p 이상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기금 운용 관련 거버넌스 체계를 바꾸겠다는 계획도 내놨는데, 고수익엔 고위험이 따르는 만큼 기금 운용의 안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략적 자산배분 권한을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로 이관해 전문성을 높이고, 기금운용위는 기준 포트폴리오를 통해 장기수익률과 위험수준을 설정하는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해외투자 비중을 2028년까지 60% 수준으로 확대하고, 기금운용본부에는 사모대출, 부동산플랫폼 투자 전담조직을 신설한다.
이다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금연구센터장은 "기금운용에서 대체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위험성이 있다. 연기금은 본연의 목적에서 민간펀드와 다르다"며 "이런 것(기금수익률 향상 목표)을 종합운영계획에 대안으로 제시하는 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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