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약 환급금 32조···작년대비 10조원 이상 증가보험약관 대출 70조 육박···카드 연체율도 상승리볼빙 잔액 7조6000억원으로 '사상최대' 기록
3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 보험 상품을 중도 해지한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해약 환급금은 31조9141억원으로 조사됐다. 동 기간 해약 환급금 규모가 30조원까지 불어난 것은 사상 최대치다. 해약 환급금은 2019년 19조1646억원, 2020년 19조7425억원, 2021년 18조633억원으로 20조원을 밑돌았다. 그러다 지난해 21조1179억원으로 20조원을 돌파했고, 올해 8월에는 10조8000억원 늘어난 32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8월보다 많은 수준이다.
보험업계는 고금리·고물가로 보험 가입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녹록지 않아지면서 가장 먼저 보험 상품을 해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보험료를 납부하지 못해 자동으로 계약이 해지된 경우도 늘었다. 보험사들은 가입자의 보험료 미납부 기간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보험료 일부를 가입자에게 돌려주고 계약을 해지한다. 이런 효력상실환급금은 올해 3월 말 1조944억원을 기록해 3년 만에 1조원을 넘어섰다.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인 '보험약관대출' 잔액도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생명·손해보험사 약관대출 잔액은 69조3702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조4000억원 증가했다. 보험약관대출은 내가 낸 보험료를 담보(70~80%)로 보험사로부터 급전을 빌리는 것이다. 별도의 심사가 필요 없지만 1금융권에 비해 융통할 수 있는 금액도 적고 고금리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취약 차주가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카드사 사정을 들여다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우선 연체율이 꾸준히 상승세다. 금융지주 카드사의 3분기 말 기준 연체율 평균은 1.32%로 전 분기(1.25%) 대비 0.07%포인트, 전년 동기(0.81%) 대비 0.51%포인트 올랐다. 카드사별로 보면 하나카드가 1.66%로 가장 높았고 우리카드 1.36%, 신한카드 1.35%, 국민카드 1.22% 순으로 나타났다.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도 증가했고 이는 카드사 실적 감소에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실제 올해 3분기 카드사 대손충당금 규모는 지난해 동기 대비 70~80%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금리가 20%에 육박하는 리볼빙 잔액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9월 기준 올해 리볼빙 누적 잔액은 연초 대비 2460억원 증가한 7조612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카드론 잔액도 증가 추세다. 단기적으로 보면 동기간 카드론 잔액은 38조4170억원으로 전 달 대비 2680억원 감소했지만, 2019년 대비 올해 6월 29세 이하 카드론 잔액은 22%(9600억원→1조1800억원), 40대는 8.7%(10조1300억원→11조100억원), 50대는 32.6%(8조5300억원→11조3200억원) 늘었다. 30대에서만 유일하게 소폭 감소했다.
특히 60대 이상 카드론 이용자 수는 71만명에서 88만명으로 23.9% 증가, 잔액은 2019년 말 4조4000억원에서 올해 6월 6조9200억원으로 많이 늘어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앞서 송석준 의원(정무위·국민의힘)은 "코로나 19 이후 소득이 취약한 중저 신용 노년층의 생계형 급전 대출이 카드론으로 몰린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카드론 금리 인상이 예상됨에 따라 중저 신용 노년층의 원리금 부담 완화를 위한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서는 불황형 지표 상승으로 인한 가시적 현상은 내년 총선 이후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표심에 부정적 영향을 막으려는 정치권 움직임으로 경제 내관이 터질 것을 어떻게든 막을 것"이라며 "총선 이후에 눌러왔던 것들이 터지면서 경기 침체가 심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crystal@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