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부산의 분리매각설(說)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추진 단계부터 3년째 이어져오는 해묵은 소재다. 하지만 최근 기업결합 지연과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 총선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지면서 급격하게 힘을 받기 시작했다.
부산광역시와 부산상공회의소, 그리고 에어부산의 주주인 부산 지역 기업 7곳은 최근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논의할 '민관 협력 TF'를 꾸렸다. 과거와 달리 인수 자금 2000억원을 확보한 뒤 지역 건설사인 동일을 최대 주주로 앞세워 에어부산을 사들인다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나올 만큼 의지는 분명하다.
지역 거점 항공사로서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대한 명분과 필요성, 지역사회의 의지까지 그 어느 때까지 뚜렷하다. 하지만 결국 의지를 꺾는 건 언제나 '돈'이라는 현실적인 요인이다.
항공사 인수는 단순히 지분 확보를 위한 인수대금 지불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항공산업은 인력·인프라 등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자본 집약적인 특수성과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책임감·전문성을 요구한다.
실제로 항공업계에서는 의지만으로 항공업에 뛰어들었다 철수한 지역 기업 사례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는 충정도 부여 소재 ㈜성정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했다가 올해 초 경영난으로 사모펀드에 되팔았다. 이외 지역공항을 거점으로 둔 플라이강원·에어로케이·에어포항까지 경영난으로 잇따라 매각되고 있다.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항공업을 영위한 적이 없는 부산 지역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실적이 고공행진하는 에어부산은 매력적인 매물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품을 떠난 에어부산이 현재만큼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고민해봐야 하는 부분이다. 에어부산은 항공기리스, 정비, 지상조업, 공동운항, 격납고 사용 등에서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로의 이점을 직간접적으로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높은 영업이익률이 단순히 에어부산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낸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만약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으로 아시아나항공과의 연결고리가 끊길 경우 그동안 누렸던 모든 혜택들을 스스로의 자금력으로 해결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에어부산의 높은 영업이익률의 주요 요인으로 인력 이탈에 따른 평균급여 하락과 지난 5년간의 임금 동결을 지적하고 있다. 향후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력 확충에 나선다면 현재처럼 높은 영업이익률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것이다.
현재 부산 지역 기업들은 경영권프리미엄을 고려한 예상 인수대금 2000억원의 모자란 부분을 채우기 위해 시민공모주 발행도 검토하고 있다.
그만큼 에어부산을 향한 부산 시민들의 염원과 애정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은 냉정하게 의지만으로 불가하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에어부산의 존립이, 나아가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항공업이 다시 휘청이지 않기 위해서는 일부 정치적인 입김이나 일부 기업의 실익만으로 좌지우지되지 않도록 인수자의 의지가 아닌 재무적 능력부터 전문성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따져야 할 때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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