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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자금력 뒷받침 되는 제약사, M&A로 글로벌 공략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자금력 뒷받침 되는 제약사, M&A로 글로벌 공략

등록 2024.01.23 16:21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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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동아ST 등 美 회사 인수···차기 먹거리 개발 박차 루닛, 진출 더딘 미국 시장 진입 위해 AI기업 인수 추진국내 바이오텍·이종 기업 간 결합도 늘어···'자금+기술' 시너지

자금력이 탄탄한 국내 제약사들이 적극적인 M&A(인수합병)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꾀하고 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자금력이 탄탄한 국내 제약사들이 적극적인 M&A(인수합병)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꾀하고 있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자금력이 탄탄한 국내 제약사들이 적극적인 M&A(인수합병)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을 꾀하고 있다. 단독으로는 진입하기 어려운 유망 시장을 보다 쉽게 진출하고, 더 나아가 해외 시장으로 발을 넓혀 시너지를 내려는 목적이다.

대표적으로는 LG화학이 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는 미국 항암신약 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아베오) 인수를 통해 실적과 체질 개선을 동시에 이뤄내는 중이다.

아베오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LG화학은 작년 1월 아베오 인수 후 항암신약 중심의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현재 LG화학은 세포치료제, 면역관문억제제 등을 자체 개발 중인데, 이들 파이프라인을 아베오로 이관해 후기 임상 개발 및 미국 상업화를 가속화할 계획이다.

또 '포티브다'를 이을 후속 항암제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최근에는 HPV(인유두종 바이러스) 음성 두경부암 신약 물질인 '파이클라투주맙'의 미국 임상 3상(시험명 FIERCE-HN)을 본격화했다. 회사는 오는 2028년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 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분석 업체 이밸류에이트-파마에 따르면 두경부암 치료제 미국 시장은 2023년 16억 달러(약 2조원)에서 2028년 27억 달러(약 3조5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는 아베오 인수로 R&D 비용이 크게 증가했지만 그만큼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가 지난 한 해 신약 R&D에 투입한 비용은 약 40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당초 회사는 2023년 R&D 예산을 3400억원으로 책정한 바 있는데, 아베오의 비용이 합쳐지며 숫자가 늘었다. 아베오 실적은 작년 2월부터 연결로 잡혔다.

지난해 예상 연 매출은 약 1조2000억원이다. 당뇨, 자가면역 등 주요 제품의 출하 확대와 아베오 매출 등의 영향이다.

동아에스티도 지난 2022년 미국 바이오기업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뉴로보)를 인수해 글로벌 시장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 보스턴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과 나스닥 상장사로서 자금 조달이 용이한 뉴로보의 장점을 토대로 약물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를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회사는 뉴로보를 통해 미충족 의료수요가 큰 비만 및 MASH(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치료제를 공략 중이다. MASH는 기존 NASH(비알코올성지방간염)이라는 명칭을 사용했으나 미국 간질환연구협회 등 해외학회에서 명칭 변경을 결의하면서 MASH로 불리고 있다.

MASH 분야에선 아직 허가받은 약이 없어 시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글로벌 제약사들도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글로벌 MASH 시장은 2026년 253억달러(약 33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동아에스티가 뉴로보에 기술을 이전해 개발 중인 대표 후보물질은 GPR119 agonist(작용제) 기전의 NASH치료제 'DA-1241'과 GLP1R/GCGR dual agonist(이중 작용제) 기전의 비만 및 MASH 치료제 'DA-1726' 등이 있다.

또 동아에스티는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주목 받는 '항체-약물 접합체'(ADC) 신약 개발을 위해 지난해 12월 ADC 전문 기업 '앱티스'(AbTis)'를 인수했다. 회사는 앱티스의 경영권과 신규 모달리티인 3세대 ADC 링커 플랫폼 기술, 파이프라인을 인수해 R&D 부문에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ADC 분야는 글로벌 시장 규모가 연평균 약 22%씩 성장해 2026년 약 130억 달러(약 16조5500억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이다.

루닛은 작년 12월 미국 시장에서 입지가 탄탄한 뉴질랜드 소재 유방암 특화 AI(인공지능) 플랫폼 기업 볼파라 인수 소식을 전했다. 루닛의 진출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먼저 현지 시장에 안착한 기업과 손을 잡고 시너지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볼파라 브랜드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미국 사업을 전개해 나가고, 미국 내 볼파라 플랫폼 설치 기관을 대상으로 루닛 AI 솔루션을 추가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들의 M&A도 활발하다. 특히 세포·유전자치료제(CGT), mRNA(메신저 리보핵산) 등 새로운 치료제가 부상함에 따라 역량 확장 및 주요 시장 진출을 위해 M&A에 나선 것이다.

SK의 100% 자회사 SK팜테코는 지난해 미국 펜실베니아주 소재 CGT CDMO 기업 CBM 독점 투자 등을 진행하며 경영권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미국과 유럽에서 합성과 혁신 바이오 의약품을 모두 생산하는 CDMO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SK팜테코는 지난 2021년 프랑스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이포스케시 인수를 통해 유럽 생산 거점을 확보한 바 있다.

GC셀은 지난 2022년 미국 CGT CDMO인 바이오센트릭을 인수했다. 바이오센트릭은 자가·동종 세포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바이럴 벡터(바이러스 매개체) 등을 위탁생산한다. GC셀은 바이오센트릭과 연계해 아시아 및 북미 거점별 CDMO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대로 국내 벤처들과 손을 잡는 제약사들도 늘고 있다.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해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목적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2022년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개발기업인 에이투젠의 지분을 인수한 데 이어, 작년 4월 다중표적항체 기술 기반 당뇨병 치료제 개발 기업 프로젠을 인수했다.

디엑스앤브이엑스(DXVX)는 신약개발 플랫폼을 보유한 에빅스젠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신규 파이프라인을 확보함과 동시에 신약 및 백신 개발에 대한 자체 기술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M&A에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은 투자심리 위축 상태가 장기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규모 신규 투자보단 기업의 가치를 현실화시키거나 보다 전략적인 투자를 위해 M&A에 뛰어드는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바이오 이코노미 브리프를 통해 "(이러한 현상은) 제약사들이 어려운 경제적 시기를 활용하는 볼트온(Bolt on) 거래가 증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볼트온은 동종업계 기업을 인수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거나 연관 업종의 사업체를 인수해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한편, 최근엔 다른 사업을 영위하던 이종기업과 결합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 한미약품그룹은 앞서 부광약품 인수를 통해 제약바이오사업에 진출한 이력이 있는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OCI의 탄탄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R&D에 투자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이유에서다.

ADC기업 레고켐 바이오사이언스(레고켐바이오)도 제과기업인 오리온과 M&A를 추진하고 있다. 레고켐바이오가 오리온의 계열사로 편입되는 형태지만, 기존 경영진 및 운영 시스템은 변함없이 유지되기 때문에 오리온의 투자 자금으로 임상 개발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코로나19 진단키트로 현금을 확보한 씨젠은 국내 IT회사를 인수하며 디지털 혁신에 나섰다. 씨젠이 지분 100%를 인수한 브렉스는 SW(소프트웨어) 기획 및 UX·UI(사용자 경험·사용자 인터페이스) 전문회사다.

브렉스는 향후 씨젠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신사업을 비롯한 사업 전반에 걸쳐 다양한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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