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에 따르면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익명 소식통들의 말을 빌려, SMIC가 지난해 화웨이에 공급하기 위해 7nm(나노미터·10억분의 1m) 첨단공정으로 반도체 칩을 생산하면서 미국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램리서치의 장비를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이 사실은 중국이 첨단 기기에 필요한 특정 해외 부품과 장비를 아직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중국은 반도체 등 첨단 기술에 대한 미국 수출통제에 대응해 독자 기술 개발을 최우선 국가 프로젝트로 정하고 자국의 대표적인 통신장비·스마트폰 제조업체인 화웨이 등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화웨이와 SMIC, 램리서치 등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며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대(對) 중국 수출통제를 담당하는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논평을 거부했다.
지난해 SMIC에서 제조한 반도체 칩이 화웨이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장착된 것이 확인돼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첨단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는 미국 제재 속에서도 중국 반도체 제조 기술이 큰 성장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는 중국 내 애국주의 소비 열풍을 몰고 오기도 했다.
이 반도체 제조 기술은 여전히 글로벌 기업의 기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애초 미국이 통제하려던 기술 수준은 뛰어넘는 것이어서 미국 내에서는 충격과 함께 기술 통제 무용론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이 칩을 만드는 데 사용한 장비와 기술은 독자개발이 아니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과 미국 램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등 외국에서 조달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2022년 10월 수출통제가 이뤄지기 전에 SMIC가 미국 장비업체로부터 각종 장비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결국 베이팡화창(나우라)이나 중웨이(中微) 반도체설비유한공사(AMEC) 등 중국의 대표적인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미국 경쟁사들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정교한 장비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국영 노광장비업체 상하이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MEE·上海微電子裝備)도 여전히 이 분야 세계 최고 기술을 자랑하는 ASML에 몇세대 뒤처져 있다.
미 상무부 관리들도 SMIC가 7㎚ 칩을 대규모로 생산할 수 있다는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으며 ASML의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도 이에 동의했다.
베닝크 CEO는 지난 1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SMIC가 자사 기술 없이 독자적으로 생산에 나설 경우 기술적 문제로 의미 있는 정도의 대량생산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업계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 지난해 말 화웨이를 "강력한 라이벌"로 지목하는 등 화웨이는 여전히 중국에서 미국과 경쟁할 가능성이 가장 큰 기업이라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뉴스웨이 김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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