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 후 공항서 짧은 인사에 재계 이목 집중 "삼성전자 반도체 1Q 흑자에 자신감" 해석도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의미심장한 발언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통상적인 인사말로 들리기도 하지만, 회복 국면에 진입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과도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다. 재계 일각에선 이 회장이 '봄'을 맞은 반도체 업황을 빗대 자신감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해석이 흘러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3일 오전 7시30분께 김포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출장 소회와 성과에 대한 취재진의 질의엔 별다른 답변 없이 짧은 인사만 건넨 뒤 발걸음을 옮겼다.
길지 않았지만, 이재용 회장이 대외에 코멘트를 남긴 것은 상당히 오랜 만이다. 2월 '회계부정·부당합병' 의혹 1심 선고 공판 때나 3월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장례식장에선 아무런 언급 없이 현장을 떠났고, 다른 장소에서 종종 취재진과 마주하더라도 동문서답으로 질문 공세를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보통 정치인이나 대기업 총수는 자신들의 말 하나하나가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교하고 철저한 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회장의 행동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일례로 이 회장은 작년 11월 부산엑스포 유치지원 후 귀국한 당시 분위기를 묻는 취재진을 향해 "건강 조심하라"거나 "추우니 목도리 꼭 하라"는 등의 통상적인 덕담을 남겨 눈길을 끌었다. 트레이드마크로 굳어진 "왜 아이폰을 쓰는지 모르겠다"는 그의 농담도 어록 중 하나다.
그럼에도 이 회장의 이번 발언에 기대감이 실리는 이유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반도체 부문을 책임지는 DS부문은 올 1분기 매출 23조1400억원과 영업이익 1조9100억원 등 증권가의 전망을 뛰어넘는 성과를 달성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인공지능(AI)이 산업계 트렌드로 자리 잡으며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 제품 수요가 커진 데다 낸드플래시 시장까지 살아난 영향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이 2022년 4분기 이후 5개 분기 만에 적자에서 탈출하자 회사 안팎에선 이제 반도체 시장에 봄이 왔음을 확신하고 있다. 따라서 이 회장도 그에 부응해 신호를 보낸 것이란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특히 이 회장도 반도체 사업을 다시 본궤도로 끌어올리고자 분주하게 움직였다. 작년말부터 국내외 사업장과 기업을 찾아 협업을 논의하며 기회를 모색했다. 지난해 12월엔 네덜란드 ASML과 차세대 노광장비 연구소 설립을 위한 1조원 규모 공동 투자계약을 매듭지었고,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CEO 등 먼저 손을 내밀어오는 글로벅 빅테크와 만나 사업 방향을 모색했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펼쳐진 최근 출장에서도 반도체를 향한 이 회장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독일 오버코헨의 글로벌 광학기업 자이스 본사를 찾아 생산현장을 둘러보고 기술 트렌드를 공유하는 한편, 파운드리·메모리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첨단 반도체 장비 관련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자이스는 EUV(극자외선) 장비 관련 핵심 특허를 2000개 이상 보유한 기업으로 ASML에 광학 시스템을 독점 공급한다.
시장에선 '봄이 왔다'는 이 회장의 발언처럼 삼성전자가 상승가도에 진입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차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정비하고 파운드리 투자를 병행함으로써 장기적 성장 기반을 다진다는 복안이다. 지난달 D램을 8개 쌓아올린 'HBM3E 8단'의 대량생산을 시작했으며, 2분기 중엔 '12단 제품'의 양산도 시작한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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