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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기업들, 코로나 후 생필품 가격 반년에 한번 꼴 인상···인플레 부추겼다

금융 금융일반

기업들, 코로나 후 생필품 가격 반년에 한번 꼴 인상···인플레 부추겼다

등록 2024.03.11 15:03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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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신축 통합별관 외부. 사진=사진공동취재단한국은행 신축 통합별관 외부.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팬데믹 이후 국내 기업의 생필품 가격 유지 기간이 9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격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팬데믹 이후 국내기업 가격조정행태 변화의 특징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국내기업의 가격조정행태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서 분석 대상이 된 것은 한국소비자원이 제공하는 생필품 가격 데이터다.

분석 결과 팬데믹 이전(2018~2021년) 월평균 11% 수준이던 가격조정 빈도(인상·인하 포함)가 팬데믹 이후(2022~2023년) 15.6%로 42%가량 상승했다. 이는 상품 가격 유지 기간이 평균 약 9.1개월에서 6.4개월로 단축됐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고물가 시기에 기업들이 가격변화에 따른 소비자의 저항 및 민감도, 경쟁품으로의 대체효과 등을 고려해 가격 인상 시 '폭'보다는 '빈도'를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에 물가상승률과 가격 인상빈도 간 상관성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국내 기업이 가격 인상폭 조정보다 가격 인상빈도를 높이는 경향이 강조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변화는 큰 충격이 발생하거나 여러 복합적인 충격이 동시에 발생할 경우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확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특히 비용압력이 큰 품목일수록 조정 빈도가 늘어났다. 팬데믹 이후 수입원재료 비중이 높은 조미료·식용유 등은 가격 인상 빈도가 6%를 넘었지만, 수입원재료 비중이 낮은 과자·빙과류와 위생용품의 가격 인상 빈도는 2% 미만이었다.

그러나 가격 인하 빈도와 가격조정폭(인상·인하율)은 팬데믹 전후 큰 차이가 없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실제로 보고서가 제시한 그래프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5%대가 되면서 가격 인상 빈도는 4%대에서 10%대로 두 배 이상 오른 반면 가격 인하 빈도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0%대일 때와 똑같이 4~6% 사이로 유지됐다.

가격조정폭 또한 2019년 이후 국내 생필품가격 인상률이 1회당 평균 20~25%, 인하율은 15~20% 범위에서 유지돼 인플레이션 수준과 관계없이 대체로 일정했다.

보고서는 고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기업의 가격조정 빈도가 높아질 경우, 그렇지 않을 경우에 비해 가격 변동성이 커지며 물가상승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동재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 과장은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와 함께 기업의 가격조정 빈도가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을 상당폭 상회하고 있다"며 "앞으로 물가 상황 판단시 (기업의) 가격조정행태가 과거 수준으로 정상화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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