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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한 마리의 늑대로 전락한 안다자산운용

증권 증권·자산운용사 토종 행동주의 명과암

한 마리의 늑대로 전락한 안다자산운용

등록 2024.04.01 08:00

임주희

  기자

지배구조 문제 없는 저평가 기업 타깃 삼아 단독 압박 보단 해외 펀드들과 동시 공격 SK케미칼·KT&G·삼성물산 상대 주주제안 '부결'

한 마리의 늑대로 전락한 안다자산운용 기사의 사진

외국 행동주의펀드와 연합해 삼성물산을 상대로 '울프팩(wolf pack·늑대 무리)' 전략을 펼쳤던 안다자산운용이 힘겨루기에서 완패했다. 지배구조에는 문제가 없으나 저평가 된 기업을 타깃을 하는 전략이 또 실패한 것이다. 다만 단기간에 삼성물산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성과는 이뤘다.

2011년 설립된 안다자산운용은 행동주의펀드 '안다ESG1호', '안다ESG2호'펀드 등을 출시하며 국내 토종 행동주의펀드에 이름을 올렸다. 여타 행동주의펀드들이 지배구조나 경영진의 경영 방식을 문제를 삼으며 기업을 공격하는것과 달리 안다자산운용은 대부분 조용하게 협상을 진행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여론몰이를 통해 기업을 압박하기 보다는 협력자로서 장기투자를 도모하는 것이다.

2022년 안다자산운용은 SK케미칼을 상대로 첫 주주행동주의에 나섰다. 당시 안다자산운용은 SK케미칼에 ▲집중투표제도입 정관 변경 ▲배당액 증대 ▲감사위원회 위원인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했다. 또한 같은해 9월 SK디스커버리의 SK케미칼 주식 공개매수와 관련해 공개매수 가격이 낮게 책정됐다며 이를 상향할 것을 요구했었다.

같은해 KT&G를 상대로도 주주행동주의에 나섰다. 당시 안다자산운용은 KT&G 측에 인삼공사 분할 상장과 자사주 소각 등을 요구했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사외이사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다만 안다자산운용의 전략이 통했는지는 의문이다. 안다자산운용의 주주제안 후 나온 주주환원책들이 안다자산운용의 성과로 보기어렵기 때문이다. SK케미칼과 KT&G의 경우 과거부터 적극적으로 주주환원 정책을 펼쳤던 기업들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안다자산운용이 제안한 주주제안 대부분이 부결됐었다.

안다자산운용이 홀로 기업과 상대하기 보단 기류에 편승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안다자산운용은 해당 기업들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과 함께했다. 올해 삼성물산도 마찬가지다.

안다자산운용은 시티오브런던, 화이트박스어드바이저 등 5개 행동주의 펀드와 연합해 배당액을 보통주 1주당 4500원으로 올리고 5000억 원 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하라고 제안했다.

안다자산운용은 "삼성물산은 매우 가치있는 자산 포트폴리오와 다양한 사업군을 보유하고 있고 내재가치 역시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주가는 코스피 수익률을 크게 하회하는 모습을 보여았다"며 "최근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ISS와 Glass Lewis 모두 투자자 그룹이 제시한 주주제안에 찬성 권고를 한 것을 보면서 저희가 제시한 주주제안의 합리성이 입증됐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들이 낸 주주제안은 지난 1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해 모두 기각됐다. 주주들은 행동주의펀드들이 제안한 배당 규모가 경영상 부담이 되고 성장을 위한 재원 확보에도 제약이 있을 것이라는 삼성물산의 설명을 수용한 것이다.

이는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우려됐던 부분이다. 지난해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주 행동주의는 올바르게 진행되면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한 기업의 ESG 경영 촉진, 국내 증시의 저평가 해소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배당금 요구 등 주주들이 기업의 경영에 과도하게 영향력을 행사해 지속가능경영을 어렵게 하는 행위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 펀드들과의 협력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김수연 법무법인 광장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에 대한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이 최근 4년 새 9배 이상 증가했다며 기업의 방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김 연구위원은 행동주의 펀드에 시달리던 일본 기업들이 자진 상폐를 결정하는 사례를 거론하며 "현재 한국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 외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방어수단이 없어 일본과 같이 상장폐지를 결정하거나 상장 자체를 기피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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