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 금요일

  • 서울 7℃

  • 인천 8℃

  • 백령 8℃

  • 춘천 5℃

  • 강릉 10℃

  • 청주 9℃

  • 수원 8℃

  • 안동 10℃

  • 울릉도 14℃

  • 독도 14℃

  • 대전 9℃

  • 전주 9℃

  • 광주 5℃

  • 목포 11℃

  • 여수 10℃

  • 대구 6℃

  • 울산 8℃

  • 창원 8℃

  • 부산 10℃

  • 제주 10℃

전문가 칼럼 계몽된 투자자로 나가는 길

전문가 칼럼 류영재 류영재의 ESG 전망대

계몽된 투자자로 나가는 길

등록 2024.04.22 10:47

수정 2024.04.24 07:42

공유

계몽된 투자자로 나가는 길 기사의 사진

인간은 근본적으로 확증편향을 갖는다. 지난 3월 타계한 심리학자이자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다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이러한 편향성을 간편한 추론(heuristics)에 의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2+2는 4'와 같이 복잡한 계산이나 인지적 노력 없이도 뇌의 해마 속에 입력된 사고체계로 즉각 답을 도출하는 판단들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346*458'와 같은 곱셈은 다소간의 인지적 노력을 동원해야 풀 수 있는 문제다.

다니얼은 전자의 판단기제를 '시스템1'이라 했고, 후자를 '시스템 2'라고 명명했다. 인간은 대개 손쉬운 시스템1의 판단에 따라 사상, 사건, 사물, 사람 등을 판단하기 쉽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도 앞서의 시스템1 편향성과 유사한 격언이다. 전체를 볼 수 없으니 자신이 만졌던 부분이 전체 모습인 양 확신하는 편향성을 풍자한다.

이러한 편향성은 객관적이고 균형감 있는 판단을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 세상일이나 인물에는 공과(功過)나 긍·부정이 내재하는데 이 편향의 안경을 끼면 전체와 양면성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다.

예를 들어보자. 화석연료 사용은 인류에게 두 가지 상반되는 영향을 끼쳤다. 하나는 에너지, 산업, 식량, 교통, 과학, 의학 등 각종 혁명과 그로 인한 경제적 풍요와 후생 증대라는 긍정적 결과가 그것이다. 반면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 위기라는 재앙적 결과 또한 초래하였다.

만일 어떤 사람이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부정적 측면만을 먼저 접했을 때 어떠할까. 그것도 탄탄한 증거에 기반한 매우 설득력 있는 논거와 주장일 경우 그 사람은 탈화석연료를 외칠 것이다. 이 경우 발생할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 증가와 그로 인한 연쇄적 전방위적 문제점들을 간과하기 쉽다. 이때 화석연료의 공(功)은 가려지고 과(過)만 침소봉대된다.

또 다른 예로 시장(市場)이 있다. 시장은 인간의 이기심을 자극하여 풍요로운 식탁과 다채로운 문명을 인류에게 선사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독과점, 불공정, 공유지 비극, 제한된 합리성, 정보 비대칭성 등으로 인한 시장실패를 야기하였다. 이 시장에도 '공과'가 병존한다. 그러나 시장의 과만 공보다 먼저 강렬하게 접한 사람들은 시장에 대해 부정적 편향성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시장 참여 경험이 없는 대다수 86세대가 이 함정에 빠져 있다. 이들이 시장경제를 학습했던 80년대의 치열한 시대적 상황 때문이 아니었을까. 매판자본, 종속이론, 재벌 독과점, 양극화, 노동문제 등은 당시 시장의 슬픈 자화상이었다. 하지만 시장경제는 실패의 노정만이 아니라 생산성 혁명을 이끌어 우리를 기아와 빈곤에서 구출하여 풍요와 번영으로 안내한 견인차였다.

이런 유사한 편향성은 ESG에도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기관투자자들은 E.S.G에서 G만 강조하고 E,S는 외면한다. E의 탄소배출, 각종 외부화, S의 산업안전, 이해관계자 관계 관리 등의 현안과 거기서 파생되는 위험과 기회 요소들을 간과하는 경향성을 띤다. 오로지 G의 주주환원율 제고, 주가 디스카운트 해소 측면에만 관심을 집중한다.

이 역시도 ESG의 G 편향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그들이 경험한 G 문제의 생채기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까닭이다. 즉 대한민국 대다수 상장사의 거버넌스는 '지배주주의, 지배주주에 의한, 지배주주를 위한' 그것에 여전히 머물러 있다. 그러니 투자자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얼마나 많은 부당손해를 당했을까. 이들이 ESG라 쓰고, G라 읽는 이유에 공감한다.

하지만 G 개선만으로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진정한 밸류업을 시현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들의 장기투자도 성공할 수 없다. ES 문제도 함께 풀어야 자기자본이익률(ROE) 산식의 분자를 높이고 분모를 낮춰 그 전체를 개선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기업의 경쟁력 강화, 가치 제고, 주가 상승의 연쇄적 성과를 통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윈윈할 수 있다.

또한 G이슈는 무기한의 계속 과제나 ES 이슈는 시한이 정해진 국제 규제와 이니셔티브 등장, 경영환경 등의 급변 등으로 그 대응과 준비의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시한을 넘기면 그대로 기업의 탑라인 감소, 미들라인 증가, 버텀라인 감소로 이어진다. 따라서 ES 이슈는 기업 펀더멘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비관습적이며 중대한 위험 및 기회요소인 것이다.

유럽연합은 25년부터 CSRD로 ESG정보공개를, 최근에는 CSDDD로 공급망 ESG실사를, 26년부터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실행한다. 그밖에 IFRS ISSB 정보공개 가이드라인, 미국 SEC의 기후공시 등은 이미 발표되었고, 금융위의 KSSB도 초안 발표를 목전에 두고 있다. 대체로 국내기업들은 26년부터 이에 대응해야 한다. ES 골든타임의 증거들이다.

인간이 학습하고 수양하는 까닭은 시스템1에서 시스템2로 그 판단 기제를 이동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이기적 편향성, 경험칙에 갇힌 편견, 자기애에 도취된 편애, 부분을 전체로 인식하는 확증편향 등은 사상, 사물, 사건, 사람 등을 오해하게 만든다. 전체를 확실히 조망하기 전까지 확신을 유보하고 의문부호를 계속 더하는 것이 계몽된 인간, 개화(開化)된 투자자로 나가는 길이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