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5월 가계대출 잔액 전월비 5.4조원 폭증주담대 금리 하락 영향···전년말 4%→3% 후반으로정책적 금리인하 압박 주효···가계부채 관리는 '숙제'
금융당국은 5월 전(全)금융권 가계대출이 전월보다 5조4000억원 늘었다고 12일 발표했다. 금융권 가계대출은 올해 1월 전월 대비 9000억원 늘어난 뒤 2월과 3월 각각 1조9000억원, 4조9000억원씩 줄었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주담대 잔액이 크게 늘면서 4월부터 증가폭(+4조1000억원)이 급격히 커졌다. 은행권 총 가계대출은 전월대비 6조원 증가해 지난 4월(+5조1000억원)보다 증가폭이 확대했다.
특히 은행권 주담대 증가폭이 전월보다 대폭 늘면서 가계대출 확대를 견인했다. 실제 동 기간 전 금융권 주담대는 전월 대비 5조6000억원, 은행권 주담대는 5조7000억원 늘었다.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만 떼어 보면 5월 주담대 잔액은 546조3060억원으로 지난달 대비 약 5조3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세 달간 약 10조원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금융권에서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난 데는 주택매매·전세 거래량 회복, 은행 재원 디딤돌·버팀목 대출 수요 증가에 따른 은행권 주담대 증가 요소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주담대 금리가 2년 만에 3%대로 하락하면서 금융 비용 부담이 줄어든 것도 주담대 증가의 이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은행권 신규취급액 기준 주담대 평균 금리는 3.93%로 2022년 5월(3.9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4.56%로 고점을 찍은 이후 반년만에 0.63%포인트(p) 하락한 것이다.
국내 은행 주담대(신규취급액·만기 10년 이상·분활상환식) 금리 추이를 보면 더욱 뚜렷한 하향세를 볼 수 있다. 지난해 말 신용점수 최상위권 금리는 △KB국민은행 4.09% △신한은행 4.14% △하나은행 4.12% △우리은행 4.15% △NH농협은행 4.78% 수준이었다.
반면 올해 4월 주담대 금리는 △KB국민은행 4.02% △신한은행 4.04% △하나은행 3.74% △우리은행 4.09% △NH농협은행 3.85%로 3% 후반에서 4% 초반대로 형성돼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주담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4개월만에 약 0.38%포인트 금리를 인하했다.
금융권은 이 같은 금리 인하 바람이 정부가 주도하는 상생금융, 대환대출 등 정책에 따른 변화라고 진단했다. 지난해부터 진행한 상생금융이 대출금리 인하를 압박한 것이다. 특히 올해 1월 국민 이자부담 감소를 위한 대환대출(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을 진행하면서 간접적으로 이자 인하를 유도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금감원이 4월부터 고정금리형 주담대 비중을 현재 18%에서 30%까지 높이라고 주문한 데 따라 은행들이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를 더 낮게 책정하기 시작한 것도 이유다.
문제는 이 같은 가계부채 폭증이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날 금융당국은 두 달 연속 주담대 등 가계부채 증가세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5대 시중은행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 가계대출 현황과 향후 관리 방안, 하반기 가계부채 리스크 요인 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4월 들어 가계대출이 증가세로 전환됐고, 하반기 통화정책 기조전환에 대한 기대감 속에 정책모기지 요건 완화, 부동산 거래 회복과 세제개편 논의가 맞물려 하반기에는 더욱 세심한 관리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이 여전히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인 만큼, 가계부채를 일관되게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가계부채 전반에 갚을 수 있는 만큼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 갚는 대출관행을 확립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권 스스로도 차주의 상환능력을 감안한 대출이 일선 현장에서 취급될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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