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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베트남 MZ도 반했다"···현지에서 만난 진로소주

유통·바이오 식음료 현장

"베트남 MZ도 반했다"···현지에서 만난 진로소주

등록 2024.06.19 09:09

하노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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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맥주거리, 주점 78개 중 64개에 진로소주 입점현지 소주 6500원~8000원 수준···프리미엄 주류로 인식하이트진로, 해외서 가정 71%·유흥 29%···유흥 영업 확대

맥주거리에서 만난 진로소주 판촉 활동. 사진=김제영 기자맥주거리에서 만난 진로소주 판촉 활동. 사진=김제영 기자

해가 기울어진 오후 6시, 베트남 여름 더위보다 뜨거운 하노이 맥주거리의 밤이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거리에 즐비한 노점상에 앉아 잔을 부딪치는 사람들, 그 틈 새로 익숙한 술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초록색 병에 낯익은 디자인, 한글 필체가 돋보이는 우리의 술 '소주'다.

지난 13일 베트남 하노이 맥주거리 곳곳에서 한국의 대표 소주인 참이슬을 만났다. 참이슬은 맥주거리 노점상과 주점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실제 맥주거리 78개의 주점 중에서 하이트진로의 소주는 64개 주점에 입점해있다. 작년 40개에서 올해만 38개 주점에 입점했다.

맥주거리 한 주점의 메뉴판에 나온 참이슬 소주. 사진=김제영 기자맥주거리 한 주점의 메뉴판에 나온 참이슬 소주. 사진=김제영 기자

거리를 따라 줄줄이 붙어 있는 주점 탁자 위의 메뉴판에서 참이슬은 베트남의 보드카와 같은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다. 베트남 현지 주점에서 판매되는 소주 가격은 12만동에서 15만동, 한국 돈으로 약 6500원에서 8000원 수준이다. 최근 한국의 물가가 올랐다는 점을 감안해도 한국보다 비싸다.

실제 베트남에서 소주는 증류주 중에서 보드카의 일종으로 통하는 프리미엄 주류로 통한다. 베트남 소득 수준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에서 위스키와 같은 고가의 주류인 셈이다. 일상적인 소비보다는 생일 파티와 같이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서나 SNS 용도로 마신다고 한다.

하이트진로는 베트남에서 13도의 과일 플레이버 소주 '에이슬' 5종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 레귤러 소주인 참이슬과 진로도 판매하고 있지만, 과일 소주의 인기가 압도적이다. 하이트진로 베트남 법인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잘 팔리는 과일 소주는 청포도에이슬이다.

맥주거리에서 소주를 마시는 현지 대학생들. 사진=김제영 기자맥주거리에서 소주를 마시는 현지 대학생들. 사진=김제영 기자

맥주거리를 활보하며 소주를 마시는 현지인의 모습을 살펴봤다. 이들은 대체로 나이가 어려 보이는 소위 MZ세대로 칭할 만한 연령층의 여성이 대부분이었다. 앳된 얼굴에 화려한 염색 머리, 개성이 강한 옷차림새는 한국의 여느 20대 대학생들과 비슷하게 보였다.

맥주거리에서 만난 현지 대학생 뉘엔 안 톤린(21)은 "(주점에서) 소주가 맥주보다 세 배 정도 비싸다. 특별한 날 기분 내기 위해 마신다"며 "오리지널 소주는 너무 써서 과일 소주를 선호한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고, 한국 음식을 많이 먹는다. 부모님은 소주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친구들 사이에선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소주 판촉 행사에 공들이는 모습이 심심찮게 보였다. 주점을 돌며 소주의 음용을 권하고, 소주를 마시면 게임을 통해 상품을 제공하는 등의 프로모션이다. 특히 두꺼비 캐릭터 인형을 경품으로 들고 다니는 모습이 눈길을 잡았다.

진로소주 판촉활동. 사진=김제영 기자진로소주 판촉활동. 사진=김제영 기자

소주의 인기가 높아지자 하노이 맥주거리에는 '진로BBQ'라는 가게도 들어섰다. 한국인 김광욱 씨(43)가 문을 연 무한리필 고기집인데, 하노이와 박린 지역에 총 4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간판에 진로를 내걸었지만 하이트진로와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이름만 빌려 쓰는 상황이다.

베트남에선 최근 '게스트로바(Gastrobar)' 인기에 따라 소주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게스트로바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술을 마시는 펍과 바의 중간 형태의 주점인데, 한국의 감성 주점과 같은 분위기다. 일반 식당보다 주류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인데, 소주는 특히 게스트로바에서 인기가 높다. 프리미엄 주류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진로BBQ를 운영하는 김광욱 씨는 "1~3호점 방문객은 99%가 베트남 현지인이다. 연령대는 20대 중후반 고객이 대부분이다. 주로 회식과 생일 파티, 데이트 수요가 많다"며 "판매량은 70~80%가 과일 소주, 20% 정도가 기존 레귤러 소주다. 처음에는 소맥이라는 말이 없었는데, 한국 드라마 등에서 유명해지며 소맥을 먹는 현지인도 더러 있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의 초기 해외 유통채널 입점 전략은 오프라인 유통채널인 마트·편의점 등 가정 시장이 중심이었다. 하이트진로 내부 출고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하이트진로의 소주 수출 판매 구성비는 가정채널이 71%, 유흥채널이 29%이었다. 유흥채널도 한국계 식당이 대부분이었다.

하이트진로는 유흥채널의 입점을 공격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2020년 전략 국가인 8개국 기준 약 10만개 점포에 소주가 입점했는데, 작년 말 전 세계에선 약 30만개가 넘는 점포에 입점했을 걸로 추정된다. 향후 로컬 프랜차이즈와 핵심 상권, 거점 업소와 팝업 스토어 등에 진출하고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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