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37호 국산 신약 '자큐보정' 허가LG화학, 동아에스티 등도 신약 기대
28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국산 신약 38호의 주인공은 비보존제약의 비마약성 진통제인 '오피란제린'(Opiranserin, 품목명 어나프라주, 개발 코드명 VVZ-149)이 가장 유력하다.
오피란제린은 중등도 이상의 통증에 사용되는 주사제 형태의 진통제로, 임상 3상을 마치고 지난해 11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통상 품목허가 결과는 1년 내외로 나오기 때문에 빠르면 하반기 중 허가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약은 중추신경계(CNS)와 말초신경계에 직접 작용해 통증을 완화하는 기전을 가졌다.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세로토닌 수용체 2A(Serotonin receptor subtype 2A)'와 '글라이신 수송체 2형(Glycine transporter type 2)'을 동시에 억제하는 다중-타깃 억제 시너지로 진통 효과와 안정성을 높였다.
오피란제린은 지난해 초 국내 임상 3상 결과 일차 평가 지표인 투여 개시 후 12시간 통증강도차이합에 대한 평가에서 유의성을 확보했다. 회사 측은 오피란제린을 사용한 환자군(=26.8)이 위약(가짜약) 사용 환자군(=19.9)에 비해 평균 35% 높은 통증감소를 보였고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통상 p값이 0.05 미만이면 성공한 임상으로 평가하는데 이번 3상에선 p값이 0.0047로 제시됐다.
이보다 앞서 미국에서 진행한 임상 3a상 등에서 허가 등을 위한 1차평가지표 확보에 실패한 약물이었으나, 임상 디자인 변경을 통해 결국 통계적유의성이 있는 1차평가지표 충족 데이터를 확보한 것이다.
오피란제린 임상 3상은 국내 복강경 대장절제 수술 후 통증 환자 28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임상 수행은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총 5곳이 맡았다.
비보존제약은 지난 4월 보령과 오피란제린 국내 상업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비보존은 식약처 품목허가 획득 후 오피란제린을 완제품 형태로 보령에 제공한다. 양사는 유통과 판매에서 역할을 분담한다는 계획이다. 보령의 신약 개발 경험과 영업·판매망을 활용해 국내 상업화에 속도를 내기 위한 결정이다.
보령은 비보존그룹이 연구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 및 투자, 양사 제품 협력 방안 등도 논의한다.
비보존은 현재 오피란제린 주사제 제형을 변경한 스프레이와 크림 등 오피란제린 외용제도 개발하고 있다. 비보존제약은 지난해 4월 근막통증증후군에 동반하는 근육 통증에 대한 오피란제린(VVZ-149) 외용제의 국내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회사 측은 일차 및 이차 평가항목에서 일관되게 더 높은 통증 감소 결과를 보였으며, 안전성 평가에서도 안전성과 내약성이 확보됨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비보존제약은 연내 임상 3상 시험을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또 지난달엔 오피란제린의 작용기전을 기반으로 확장 발굴된 경구용 비마약성 진통제 'VVZ-2471'에 대한 2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기도 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임상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알려졌다.
비보존제약은 연내 오피란제린 출시를 염두에 두고 사전 준비 작업에 나섰다.
비보존은 지난달 신약 마케팅 본부를 신설하고 본부장으로 신현철 상무를 임명했다. 신 상무는 경보제약 출신으로 비마약성 진통제 맥시제식 출시를 총괄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7월 비보존의 사업개발부 이사로 영입돼 오피란제린 마케팅을 위한 사전 작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 11일엔 영업본부가 하반기 목표 달성을 위한 결의를 다지는 전체 교육을 가졌는데, 여기서 신약마케팅본부는 오피란제린의 목표 시장 분석과 차별화 방안, 전문가 그룹 피드백을 반영한 마케팅 메시지와 시장 진입 전략 등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두현 비보존 그룹 회장은 "마약성 진통제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현실에선 여전히 수술 후 통증 제어를 위해 마약성 진통제가 남용되고 있다"며 "오피란제린은 통증 감소 효과도 뛰어나지만 통증 감소에 걸리는 시간도 단축하기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의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수술 후 통증 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가 며칠에 걸쳐 투여되고 있는데 이 투여 기간을 수술 당일까지로 줄이는 것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장부환 비보존제약 대표이사는 "혁신 신약 비마약성 진통제 출시에 앞서 기존 제약 사업 부문도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하고 영업력을 높이자"고 했다.
비보존제약 관계자는 "지금까지 오피란제린 개발을 직접 이끌어 온 이두현 회장이 그룹 내 핵심 인력들과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진두지휘 중이다"며 "오피란제린은 이전에 없던 혁신 신약인 만큼 사전 마케팅부터 출시까지 전반적인 마케팅 활동에 전사적인 힘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산 신약은 통상 연간 1~2개 정도 추세로 품목허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인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년간은 국산 신약이 나오지 않았다.
2021년 유한양행 '렉라자'(31호), 셀트리온 '렉키로나주'(32호), 한미약품 '롤론티스'(33호), 대웅제약 '펙수클루'(34호) 등 신약 4개가 쏟아져 나왔고, 2022년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코비원멀티주'(35호), 대웅제약 '엔블로'(36호) 2개가 나왔다.
이후 2023년 국산 신약이 하나도 나오지 않으며 약 1년 반 동안 이어지던 공백기가 올해 온코닉테라퓨틱스 '자큐보'(37호)가 나오며 깨졌다.
오피란제린 외에 38호 신약으로 주목받는 후보물질로는 임상 3상 단계인 LG화학의 통풍 치료제 '티굴릭소스타트', 동아에스티 과민성 방광 치료제 'DA-0810' 등이 있다.
이외에 SK바이오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는 2020년 5월 미국 시장에 정식 출시한 제품으로, 회사 측은 오는 2026년 한국 시장 출시와 급여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어 오피란제린의 뒤를 이을 국산 신약이 될 가능성이 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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