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상반기 당기순익 1조6735억원···시중은행 3위조직 사기 올리기 위한 1등 전략···실현 가능성은 '물음표'90% 넘는 은행 의존도···임종룡·조병규 성과 만들기 지적도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재차 '당기순이익 1등 목표'를 강조하며 그 배경에 금융권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시중은행 4곳 중 '만년 꼴찌' 이미지가 굳어진 우리은행이 1등을 목표로 내걸자 은행권에서는 '실현 가능 전략'에 물음표를 던지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에 따르면 조 행장은 지난 26일 우리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열린 '2024년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넥스트 레벨, 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자는 슬로건을 제시하며 다시 한번 '1등 도전'을 언급했다.
조 행장은 앞서 올해 1월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처음으로 올해 시중은행 당기순이익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1등 은행 DNA'를 일깨우고 선택과 집중의 영업전략을 통해 목표를 이뤄내겠다는 그동안의 복안을 처음으로 공표한 셈이다.
상반기까지 우리은행의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상반기 지배기업지분 당기순이익은 1조6735억원으로 역대 최대 반기 실적을 거뒀다. 당기순이익 1등 목표와는 거리가 멀지만 1분기 홍콩 주가연계증권(ELS) 사태 직격탄을 맞은 국민은행을 제치고 시중은행 4곳 중 3위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의 1위 목표 설정에 대해 실제 실현 가능성은 적으나 조직의 사기를 끌어올리는 목적일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현 불가능한 목표일지라도 내부 결속을 위해서는 CEO로서 이 같은 목표를 제시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펼치는 전략은 올바른 방향이라고 본다. 현재 우리금융지주가 타 금융지주사와 체급차이가 벌어진 만큼 우리은행이 당기순이익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금융지주 또한 순위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통해 임직원들이 도전자로서의 절실함과 집중력을 발휘해 하반기 영업 레이스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고도 밝혔다.
반대로 신뢰가 우선인 금융사가 실현하기 어려운 공약을 내걸었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무리하게 늘리기에는 금융당국의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고 기업대출 또한 시장상황이 좋지 않은 편"이라며 "조 행장이 기발한 전략이 있지 않는 한 현 상황에서는 1위 달성이 힘들어 보이는데 '1등을 못 했어도 잘 싸웠다'라는 그림을 만들기 위한 다소 무리한 전략을 공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의 실적 증가가 조병규 은행장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성과로 곧장 연결된다는 점도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다. 우리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인 만큼 우리은행의 실적이 곧 우리금융지주의 실적으로 이어지고 양 사 CEO의 성과로 직결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우리금융 당기순이익에서 우리은행의 비중은 95.33%에 달했다.
조 행장의 경우 올해 말 연임 여부가 결정된다. 임 회장 역시 올해가 임기 2년 차로 2026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증권사 및 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그룹 포트폴리오 확대에 힘쓰고 있으나 증권사의 경우 아직 규모가 미미하고, 보험사의 경우 실사 단계로 인수여부가 확실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당분간은 우리은행 실적에 의존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금융사 CEO로 취임하면 첫 해에는 전임 CEO 시절의 일회성 비용을 털어내는 '빅베스'를 단행한다"면서 "이 때문에 임기 첫 해 실적은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며 2년 차 때부터는 기저효과가 발생하고 신규 자산을 늘리며 영업이익을 늘려가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이에 우리은행도 올해 성장세가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조 행장의 경우 임 회장이 우리금융 내 계파 갈등을 끝내기 위한 방법으로 선출한 인물로 '임의 복심'에 있는 인물 중 1인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은행장이 보통 3년 임기를 부여 받는 만큼 연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다만, 책무구조도가 도입 전이지만 우리은행에서 올해 횡령 사고가 불거진 점과 금융권 관행처럼 이어졌던 은행장 임기 '2+1'이 앞서 지켜지지 않았던 점은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2022년 3월부터 우리은행장을 이끌었던 이원던 전 행장의 경우 2년 임기를 부여 받았으나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거에서 낙마하자 자진 사임한 바 있다.
4대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올해의 경우 좋은 실적을 거두긴 했지만 조 행장이 뚜렷하게 돋보인 점은 없는 것 같다"면서 "우리은행이 잘 하고 있는 부분이 조 행장의 리더십에 따른 것인지가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 점은 연임에 불리해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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