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 합병해 채권자 대주주 세운 'K커머스' 계획신뢰도 추락···판매자는 물론 소비자 유치도 어려워티메프·인팍 대표 의견도 갈려···각 사 자구책 모색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해 새로운 공공플랫폼을 만들어 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를 대주주로 두고 정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단 전략인데 당장 유동성이 급한 판매자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성 없는 방안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영배 대표는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김동식 인터파크커머스 대표 등과 면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구 대표는 이번 사태의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공공플랫폼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는 앞서 지난달 29일 법원에 티몬과 위메프의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주요 임직원들에게 티몬과 위메프를 큐텐이 합병해 새로운 공공플랫폼을 만드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가칭 'K커머스' 개설 계획으로 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 채권을 K커머스 전환사채(CB)로 전환해 이들을 대주주로 만드는 것이 골자다. 이 경우 미정산 판매자들은 물론 PG(결제대행사)사 손실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구 대표는 자신이 가진 큐텐 지분 38%를 합병법인에 백지 신탁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K커머스가 큐텐그룹 지배구조상 최상위 구조로 올라서게 된다는 것이다. 구 대표는 이 같은 구상에 대한 큐텐 이사회 승인을 받았고, ARS를 통해 채권자들과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해당 계획에 참여할 미정산 판매자들을 모집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당장 유동성이 급한 미정산 판매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성 없는 방안이라 지적이다. 설령 K커머스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큐텐이 만든 플랫폼을 다시 이용할지도 미지수란 주장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피해자들이 금액 정산을 포기하며 법인 설립에 주주로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며 "참여 한다고 해도 법인 운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평가절하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구 대표가 사재를 출연하는 대신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되버린 큐텐 지분으로 현재의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구 대표 방안에 대한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등 3사 대표의 의견도 결이 다르다.
류광진 티몬 대표는 지난 2일 서울회생법원에 출석하며 구 대표의 공공플랫폼 안에 대해 "말도 안되는 얘기"라며 일축했다. 그는 "그룹과 별개로 정상화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투자사를 상대로 투자 유치와 매각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반면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그 방안이 구체화되고 피해 복구에 도움이 된다면 적극 협조하는 게 맞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김동식 인터파크커머스 대표도 "피해 복구를 최우선에 두고 협력할 부분이 있다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이들은 큐텐의 지배력에서 벗어나 독자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각 사의 독자 생존 방안도 함께 모색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법원이 ARS 프로그램을 승인하며 회생절차 개시 여부는 9월 2일까지 보류된다. ARS 프로그램은 이해관계인을 구성원으로 하는 채권자협의회를 구성해 변제 방안 등을 협의하도록 법원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기간은 1개월 단위로 최대 3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법원에 따르면 티몬의 피해 판매자 수는 4만7000명, 위메프는 6만3000명 등 총 11만명에 달한다. 티몬과 위메프가 판매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미정산 금액을 포함한 채권 규모는 1조원대로 추산된다.
업계는 채권자 수가 11만명에 이르는데다, 판매자, 일반 소비자, PG사 등 채권자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채권자협의회의 협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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